요새 예전에 읽은 책들 갖고 독후감 쓰려니 머리가 우작우작 아프다. 기억도 잘 안 나는데 그렇다고 새로 읽기는 또 그렇잖아. 그냥 그 때 머리속에 남았던 이미지들을 싹싹 긁어모아 어떻게어떻게 써나가고 있다. 이 책은 앞에서 이야기한 <한국 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와 비슷한 시기에 읽은 책이다. 두 책 모두 특정 대상을 비판하기 위해 썼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다만 이 책은 내가 몸담고 있는 과학 쪽에서 과학학을 바라보면서 쓴 책이라는 거. 이 책은 '과학 전쟁'이 한창이던 시절, 과학사회학 잡지에서 소칼이 쓴 구라 논문을 당연하다는 듯이 실어주자 소칼이 그것이 구라였음을 발표한 후 쓴 책이다. 소칼은 구라 논문을 받아들일 정도로 지식이 떨어지는 과학사회학자들은 학자로서 자질이 의심스럽다며 통렬한 비판을 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특히 과학의 개념을 오용하는 인문학자들에 대한 비난이 그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이 비난들은 전반적으로 타당하다. 유추로 쓰기에도 조심스러운 과학적 개념들을 멋대로 재단하여 논리도 없이 자신의 이론들에 갖다붙인 인문학자들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특히 위상수학, 상대론, 양자역학 등에 대한 무식한 인용들은 정말 기도 안 차는 수준이었다. 이런 비난을 받는 인문학자들이 라캉, 이리가레이, 보드리야르, 들뢰즈, 가타리 등의 유명한 사상가들이라는 건 더더욱 충격적이었고. 하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당시 과학 전쟁에 참여했던 과학사회학자들은 (물론 그 중 한 사람인 라투르가 이 책에서 비판받고 있음에도) 대개 과학에 무지한 자들이 아니었다. 그들의 주장(예를 들어 스트롱 프로그램)은 나름대로 논리를 갖추고 있었고 쓸모가 있었다. 이것에 대한 정당한 비판은 한 장(章)에 그친다. 사실 과학 전쟁의 주제에 대해 제대로 토론을 하고 싶었다면 이 쪽을 공격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 쪽을 공격하는 것도 '물이 한 컵 있다'라는 명제와 '쿼크가 존재한다'라는 명제는 본질적으로 같다는 주장 하나로 끝까지 몰아붙인다. (그 외에도 자잘한 공격이 있으나, 과학 전쟁에 직접 관련된 부분은 저 정도 주장이 다인 듯 하다.) 깊이 있는 인식론적 논의가 빠진 이런 공격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이 책의 주 공략대상이었던 포스트모던 사상가들을 보면서 잘난 척 하기 좋아하는 우리나라 진보 지식인들도 떠올랐고, 반면 과학적 인식론에 대해 끝까지 옹고집을 부리는 소칼(그리고 와인버그)을 보면서 왠지 한국 보수 개신교단도 떠올랐다. 어느 쪽이든,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들을 보면서 한심해하는 나의 모습은 다른 사람들에게 과연 어떤 모습으로 투영될까? 혹시 내가 바로 저들 중 하나의 모습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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