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자유를 부르짖던 강의석 사태 때 유명해진 전 대광고 교목 류상태 씨의 유명한 책. 한국교회에 끝없는 이교 배타주의와 이단 정죄 전쟁, 그리고 목자들의 탈선을 지켜보며 안타까운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반기독교 진영의 주장을 살펴보기 위해 이 책을 잡았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내 기대를 저버렸다. 이 책은 철저하게 류상태 씨 자신의 이야기를 써놓은 책이다. 이건 무척이나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 내가 여기서 굳이 이 당연한 말을 하는 이유는, 류상태 씨가 책 안에서 스스로를 매우 객관적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만약 별 생각 없이 이 책을 읽는다면 류 씨의 주장에 말려들고 말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류 씨는 스스로의 생각에 가장 훌륭한 교회로 S교회를 꼽는다. 그리고 책 곳곳에서 그 교회 자랑을 한다. 류 씨가 그 교회와 아무런 연이 없는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한다면 정말 좋은 교회일지 모른다. 하지만 책 후반부에서, 류 씨와 그 교회 사이의 깊은 인연이 드러난다. 결국 자기 눈에 가장 좋은 교회를 객관적으로 좋은 교회인양 포장해서 써둔 것이다. 그렇다면 류 씨가 그렇게 비난하는 보수 개신교 교회들과 다를게 무언가? 사실 초반에 첫번째 장을 읽을 때는 꽤 공감이 가기도 했다. (이 책은 총 세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독교인들과 한국 교회에 대한 통렬하고도 타당한 공격. 내가 생각하는 한국 교회의 폐해들도 꽤 많이 논해졌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의아한 부분은 있었다. 류 씨는 안티기독교인들을 지성인으로, 기독교인들을 무지한 '목사 빠돌이'로 몰고가 이상한 우열 관계를 만든다. 내가 본 대부분의 안티기독교인들은 그리 지성인이 아니었다. "신이 있으면 지금 데려와보라고!" 수준의 한심한 반박 밖에 할 수 없는 자들이었다. 류 씨 주위의 안티기독교인들은 지성인일지 모르지만, 그게 과연 정확한 샘플링일까? 나의 속을 박박 긁은 부분은 바로 두번째 장이었다. '성서의 진실을 찾아라'라는 제목을 달고, 개신교 교리를 논하는 장이었다. 그 속에서 류 씨는 예수 그리스도를 신의 아들 메시아에서 사회운동가로 격하시킨다. 그리고 그것이 올바른 기독교의 갈 길이라고 단언한다. 사회운동가 예수를, 그것도 믿는 것이 아니라 그저 존경하는 모임이 과연 기독교 교회가 될 수 있는가? 이것은 기독교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다. 류 씨는 자신만의 논리에 빠져 기독교가 정체성을 버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류 씨 개인의 주장이 객관성의 탈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류상태 씨는 공부깨나 한 좌파 지식인으로 보인다. (좌파라는 말 싫지만, 적당한 용어를 못 찾겠다) 교리 해석에서 보이는 자유주의적 성향이며, 곳곳에서 드러나는 객관성을 가장한 잘난 척, 그리고 이를 통해 사람들을 훈계하려는 계몽주의적 경향. 김규항 씨나 박노자 씨, 홍세화 씨의 글에서 종종 보이는 특징들 아니던가. 이 책을 읽으면서도 또 한 번 느꼈지만, 이들이 그렇게 강조하는 똘레랑스 -- 앙똘레랑스에 대한 앙똘레랑스를 포함한다는 -- 는 결국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 그 누가 똘레랑스와 앙똘레랑스를 구분할 수 있는가. 예를 들어보자. 류 씨가 그렇게 공격해대는 한국 개신교 교회는 앙똘레랑스의 집단인가? 좋다.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면 천주교회는 어떤가? 절대적 진리와 상대적 진리를 구분하는 그들이 과연 똘레랑스의 집단인가? 누가 똘레랑스와 앙똘레랑스를 무 자르듯이 정확히 나눌 수 있다는 것인가? 계몽주의로 대표되는 이들의 오만은 결국 이분법적 논리에 빠져 스스로를 앙똘레랑스적으로 만들게 된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책 전체에서 묻어나는 류 씨의 오만한 계몽이 너무도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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