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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우리학교 신입생 독서 권장 도서 중 하나였을게다. 물론 그 때는 이런 어려운 책을 볼 엄두도 못 냈겠지만. 어쩌다보니 신입생 독서 권장 도서 목록을 구하게 돼서, 그 중 충동적으로 지른 녀석이 이 녀석이다. 여러 번역본이 있었지만, 그 목록에 있는 번역본으로 골랐다. 좋은 선택이었는지는 솔직히 조금 의심스럽지만. 이 책은 20세기 역사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학계에서는 꽤나 유명한 책이라고 한다. 역사에는 정말 눈꼽만큼도 지식이 없는 나도 어디선가 이 책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다. 그래서 왠지 호기심도 나고 해서 책을 잡았다. 이 책은 실제로 카가 강연했던 내용을 정리해서 책으로 출판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내용을 강연하면 사람들이 다 잘 것 같다는 생각이... 카는 역사를 단순한 사실의 모임이 아니라 역사가가 재구성하는 하나의 새로운 대상으로 본다. 그러기에, 사서를 읽을 때는 역사가의 시대적 배경이나 성격 등이 -- 어쩌면 역사적 사실 그 자체보다 더 --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 정말 원통했다. 내가 작년 이맘때쯤 바위에 비슷한 글을 썼는데. 내가 100년만 먼저 태어났으면 카 수준의 위대한 사학자가 될 수 있던 것 아닌가? (개그입니다 죄송)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했고, 20세기 중반을 넘어서면서 모든 학계에서 대체적으로 '연구자'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과학지식과 사회이론>에서도 언급되었듯이 과학사회학에서도 과학 내 '연구자'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모르긴 몰라도 다른 학문에서도 비슷할 것이라 예상된다. 결국 객관적 연구자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구든 자신의 연구 대상과 상호작용하는 동시에 사회-시대와 상호작용해야 한다. 이게 바로 이 책에서 재차 확인한 가장 큰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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