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의 이름 유래
연구해야 하는데 -_- 이상한 데서 또 어그로가 끌리는 바람에...

문제의 발단은 이 글이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인문 건축가"라는 사람이 "알쓸신잡"이라는 시리즈 중 하나로 행성 이름에 대한 글을 브런치에 올렸다. 행성에 대해서는 다들 아니까, 흥미로운 글감이 되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20세기에 행성 이름이 바뀌었다는 설명부터 사실 관계가 하나도 맞지 않고, 본인의 뇌피셜을 마치 역사적 사실인양 당당히 써놓아서 오해를 바로잡고자 이 글을 쓴다.

저 사람도 네이버 검색을 좀 해보았는지 처음에는 맞는 소리를 해놓았다. (낚시글들의 패턴이 이거다. 맞는 소리와 틀린 소리를 섞어놓아서 사람들을 현혹한다.) 다섯 행성의 이름이 고대에는 달랐다는 이야기다. 조금 더 신뢰할 만한 자료인 <조선왕조실록사전>의 다섯 행성(五星) 항목[1]을 보면 "오성은 본래 [목성, 화성, 토성, 금성, 수성의 순서대로] 각각 세성(歲星), 형혹성(熒惑星), 진성(鎭星), 태백성(太白星), 진성(辰星)이라 칭하였다."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하지만 중국에서 오행 사상이 자리잡고 나서는, 이 다섯 행성을 오행과 연결시키게 된다. [1]에 따르면 "지상의 자연 변화를 통찰하면서 구한 이론인 목·화·토·금·수의 오행 사상이 성립된 뒤로는 이를 천상의 다섯 행성으로 투영하여 각기의 이름으로 삼았던 것이다."라고 한다. 그러면서 기원전 1세기(!)에 편찬된 사마천의 <사기>를 그 예로 제시한다.

요즘은 좋은 세상이라 유명한 고대 책들을 다 온라인으로 살펴볼 수 있다. 위키문헌에 올라온 <사기> 해당 권의 우리말 번역본[2]을 참고하여 한문 원문[3]을 살펴보자(우리말 번역본은 의역이 많이 되어 있기에 좀 수정했다).
세성은 동방을 상징하고 목(木)이 되며 봄을 주관하고 날짜로는 갑을(甲乙)에 배합한다. (曰東方木,主春,日甲乙。)
형혹은 남방을 상징하고 화(火)가 되며 여름을 주관하고 날짜로는 병정(丙丁)에 배합한다. (曰南方火,主夏,日丙丁。)
전성은 중앙을 상징하고 토(土)가 되며 계하(季夏, 6월)를 주관하고 날짜로는 무기(戊己)에 배합한다. (曰中央土,主季夏,日戊己。)
태백성은 서방을 상징하고 가을을 주관하며 날짜로는 경신(庚辛)에 배합한다. (曰西方,秋,日庚辛。)
진성은 북방을 상징하고 수(水)가 되며 태음의 정령이고 겨울을 주관하며 날짜로는 임계(壬癸)에 배합한다. (曰北方水,太陰之精,主冬,日壬癸。)

사마천은 맨 아래 붙인 자신의 코멘트 안에서 이런 멋진 말로 위의 내용을 정리한다.
하늘에는 오성이 있고, 땅에는 오행이 있다. (天有五星,地有五行。)

정리하자면 이미 기원전 1세기 경부터 오행의 원리에 따라 목성은 목성, 화성은 화성, 토성은 토성, 금성은 금성, 수성은 수성이라고 불리었던 것이다. 다만 고대인들은 각 행성이 태양으로부터 얼마나 먼지 몰랐으니 그 순서가 지금처럼 수금화목토가 아니라 오행의 상생 원리에 따라 목화토금수였던 것이고.

이 문제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연구한 분의 글[4]도 있다. 특히 <고려사>에서 "화성(火星)"이라는 단어가 직접 쓰인 예를 찾아놓았다. 다만 이 글 안에도 글쓴이가 추측으로 쓴 부분이 많은데, 특히 다섯 행성의 고대 이름이 왜 그렇게 붙었는지를 풀어놓은 부분은 한자만 가지고 썰을 푼 것이니까 적당히 걸러들을 필요가 있다.
by 로보스 | 2018/07/18 02:53 | |과학|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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