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ition function
지난 번 통계역학 포스팅에 달린 페북 답글 중에 다른 용어의 어원을 물어보는 글이 있어서 쓸데없이 진지충 모드로 2탄을 쓴다.

통계역학에서 또 중요하게 배우는 개념이 "partition function"인데, 우리말로는 "분배 함수"라고 번역한다. 그리고 Q 혹은 Z라는 기호를 사용하는데, 교과서에서는 Z라는 기호가 독일어 Zustandssumme(sum over states)에서 온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번역어에 대해서는 그다지 불만이 없지만, 이 이름이 어떻게 붙은 것인지 궁금해져서 조사를 해보았다.

"Partition function"을 포함한, 내가 찾을 수 있는 가장 오래된 논문은 C. G. 다윈파울러1922년 "On the Partition of Energy" 논문이다. (이 C. G. 다윈은 찰스 다윈의 손자이자 다윈 항을 최초로 유도해낸 물리학자이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이 논문은 열역학 계에서 에너지가 어떻게 "분배"되는지에 관심을 갖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깁스의 책으로부터 20년이 지난 이후임에도 이들은 ensemble이라는 표현 대신 assembly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여기서 다시 한 번 그 용어에 집착할 필요가 없음을 알 수 있다.) 간단히 소개하면, 이들은 모음(ensemble/assembly) 내에 들어 있는 계의 개수와 모음 전체의 에너지가 보존된다는 가정 하에 "평균적인" 에너지 분포가 어떻게 되는지를 통계적인 방법을 사용해 계산한다. (더 궁금하면 Pathria 2판 3.2절 참조)

이들은 몇 가지 예제를 푼 후 9절에서 자신들의 방법론을 일반화하는데, 두 계 A, B에 대해 각각 다음을 정의한다. (gi(E)는 계 i에서 에너지 E에 대한 축퇴도)
f(T) = ∑E gA(E) exp(-E/kBT)
g(T) = ∑E gB(E) exp(-E/kBT)
그리고 대망의 정의!
These will be called the partition functions of the types of system A and B. (p. 469)

이들은 후속 논문인 On the Partition of Energy: Part II. Statistical Principles and Thermodynamics (1922)에서 우리가 통계역학에서 배우는 분배 함수의 기초적인 용례를 연구한다. 즉, 분배 함수의 편미분을 사용해서 에너지와 엔트로피를 계산하는 것이다. 이 식들을 유도한 다음, 이들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다.

Now (5.1) and (5.2) give precisely the thermodynamic expressions in all comparable cases, and this suggests a direct definition in terms of partition functions. (p. 833)

분배 함수만 가지고 에너지와 엔트로피를 정의할 수 있다! ...뭐 이건 다들 알고 있는 거지요?

앞서 소개한 두 편의 논문에서, 다윈과 파울러는 "partition function"이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쓰이는 곳에 각각 다음과 같은 메모를 남겼다. (이들은 독일어를 잘 못했는지 Zustandssumme를 틀리게 썼다.)

[The partition functions] are practically the "Zustandsumme" of Planck, 'Radiation Theory,' p. 127. (첫 번째 논문, p. 469)
[The partition function] with a different notation is the "Zustandsumme" of Planck. (두 번째 논문, p. 825)

그렇다. 바로 우리가 배운 Z라는 기호의 어원이다. 비록 이들은 플랑크의 용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 기호와 용어를 가장 먼저 쓴 게 누구인지 또 궁금해지지 않는가?

독일어 문헌을 뒤진다는 게 참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_-;; 근성으로 구글 북스를 뒤져보니 1914년 출판된 강의노트, <Vorträge über die Kinetische Theorie der Materie und der Elektrizität>(물질과 전기의 운동 이론에 관한 강의들)에 수록된 디바이의 글 "Zustandsgleichung und Quantenhypothese mit einem Anhang über Wärmeleitung"(상태 방정식과 양자 가설, 그리고 열 전도에 관한 부록)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었다.

3절에서, 광전 효과를 예측하기 위해 디바이는 광자 가설을 소개하고 그 가설을 사용해 "Zustandsintegral"을 "Zustandssumme"으로 바꾼다는 이야기를 한다.

(...) so bekommt man an Stelle des Zustandsintegrals (6) die "Zustandssumme" Z (...). (p. 27)
Verwenden wir jetzt noch die neue Form der Zustandssumme zur Berechnung der freien Energie des asymmetrischen Oszillators. (p. 28)

그러면 Zustandsintegrals (식 6) 대신 "Zustandssumme" Z를 얻을 수 있다. (...) 이제부터는 이 Zustandssumme의 새로운 꼴을 사용하여 비대칭 진동자의 자유 에너지를 계산하자.

식 6은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자. 2절에 등장한다.

Zur Berechnung der Funktion F gibt die statistische Mechanik eine sehr einfache Vorschrift. Kennt man nämlich die Energie ɛ eines Systems als Funktion der Koordinaten q und der zugehörigen Impulse p, dann hat man nur das Zustandsintegral
(6) Z = ∫ exp(-ɛ/kT) dq ... dp ...
zu berechnen, (...). (p. 24)

이 함수 F를 계산하는 통계역학은 매우 쉬운 작업이다. 계의 에너지 ɛ를 좌표 q와 이에 대응하는 운동량 p의 함수로 안다면, Zustandsintegral Z를 계산하기만 하면 된다.

여기서 Z가 벌써 사용된 것을 보면, (큰 차이는 없겠지만) Zustandssumme보다 Zustandsintegral에서 온 기호라고 보는 것이 더 맞을 듯 하다.

구글 북스에서 찾을 수 있는 흔적은 이 정도가 전부이다. 1913년에 두 군데 저널(Physikalische Zeitschrift, Jahresbericht der Deutschen Mathematiker-Vereinigung)에서 동일한 내용이 발견되는데, 이는 1913년 4월에 진행된 해당 강의를 듣고 그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여하간 Zustandssumme이건 Zustandsintegral이건, 해당 시기에 디바이를 제외한 사람들은 그 누구도 이 용어를 쓰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 용어와 Z라는 기호의 창안자는 디바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듯 하다.

정리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분배 함수"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1922년 다윈과 파울러로, 이들은 정말로 계의 에너지를 "분배"하는 개념으로 이 용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기호인 Z를 처음 사용한 것은 1913년 근간의 디바이로, 그는 "상태 적분(Zustandsintegral)" 혹은 "상태 합(Zustandssumme)"의 약자로 Z를 선택했다.
by 로보스 | 2018/03/21 07:43 | |과학|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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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krnchica at 2018/03/21 07:56
독일어도 잘 하시나 봐요!
Commented by 로보스 at 2018/03/24 06:04
krnchica님// 구글 번역기가 잘 하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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