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도 범함수 이론: 아직 올바른 이유로 올바른 답을 구하긴 어렵다
옆 동네 이야기. DFT계에 떨어진 폭탄에 대한 그 후의 반응을 정리한 글.

밀도 범함수 이론: 아직 올바른 이유로 올바른 답을 구하긴 어렵다
http://dx.doi.org/10.1002/anie.201701894

밀도 범함수 이론(DFT; density functional theory)을 기초로 한 계산 방법론들은 양자화학, 이론 고체물리학, 표면과학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최근 <사이언스>에 출판된 논문에서, Medvedev와 동료들은 새로운 DFT 범함수를 개발하는 것이 "정확한 범함수를 향한 길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가설은 <사이언스>, <네이처 리뷰 화학>, <화학 및 공학 뉴스(Chemical & Engineering News)> 등의 학술지 지면상에서뿐만 아니라 Computational Chemistry List, Phys.org, Ars Technica 등의 온라인 토론장에서도 활발한 토론을 불러일으켰다.

이 연구는 DFT를 개선하는 방법에 관한, 현재 진행 중인 논란에서 출발했다. 전자밀도 기반 계산 방법론의 시작점을 간혹 Thomas와 Fermi의 1927년 논문으로까지 소급시키기도 하나, 보통은 1964년 Hohenberg와 Kohn이 쓴 논문을 DFT의 공식 탄생 시점으로 잡는다. 이후 중요한 사건들로는 1965년 Kohn-Sham DFT(KS-DFT)의 도입, 1988년 일반화 기울기 근사(GGA; generalized gradient approximation) 범함수의 도입, 그리고 1993년 혼합 GGA(hGGA; hybrid GGA) 범함수의 도입 등이 있다. 몇 년 뒤에 돌아 보았을 때 의미 있는 사건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은 최근의 연구로는 2004년경부터 시작된 분산력 교정 연구, 그리고 2006년부터 시작된 이중 혼합 GGA(dhGGA; double-hybrid GGA) 개발 연구가 있다. 이론화학 내에는 DFT 외에도 훨씬 많은 방법론이 존재하고, 관점을 좁혀 양자화학 내에서 원자 차원 반응들의 양자역학적 묘사에만 한정 짓는다 해도, 전자밀도 기반이 아닌 파동함수 기반의 방법론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그 중 일부는 DFT보다 빠르고, 다수는 훨씬 정확하나, DFT가 제공하는 견고한 정확도와 계산 효율성 사이의 균형 덕분에 DFT는 양자화학 내에서 즐겨 쓰이는 방법론이 되었다. Walter Kohn은 이 성공적인 이야기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아 1998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그와 Hohenberg가 수행한 연구의 핵심은 범함수(즉, 함수의 함수)라 불리는 일반적이고 유일한 관계가 원자 혹은 분자 계의 바닥상태 에너지와 바닥상태 전자밀도를 연결한다는 것을 발견한 데에 있다. 임의의 계에 대해 에너지를 안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그 계의 성질을 묘사하고 예측하는 데에 첫 걸음이 되기에, 정확한 범함수를 찾는 것이 이론화학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파동함수 이론(WFT; wave function theory)에서는 정확한 결과를 얻기까지 수행할 수 있는 체계적인 (하지만 반복적이고 무식한) 방법이 알려져 있으나, DFT 방법론을 향상시키는 방법에 대한 가이드는 상대적으로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Hellmann–Feynman 정리는 방향 제시를 어느 정도 해주고, 그 적분식은 에너지를 밀도의 범함수로 쓸 수 있게 해주지만, 그 밀도를 찾는 법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Levy는 체계적으로 찾는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했지만, 그의 방법은 대개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양의 계산을 필요로 한다. 그 결과, DFT는 매우 이른 시기부터 원래의 착상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운동에너지 항에 대한 범함수를 만드는 것이 가공할 만한 난제임이 초기부터 알려졌기에, 1965년 KS-DFT가 만들어졌다. 이 접근법에서 운동에너지 항은 기초적인 WFT 방법론인 Hartree-Fock (HF) 방법과 유사하게 계산할 수 있다. KS-DFT는 오늘날 널리 사용되는 모든 DFT 범함수의 기저를 이룬다. 이 방법은 형식상으로는 정확한 방법이지만, 오비탈을 사용하기에 현재의 DFT는 HF의 계산 기법을 사용한다. 따라서, DFT가 자유도를 밀도의 공간 좌표 세 가지만으로 감소시킨다고 선전되는 것과 달리, 실제로 사용되는 DFT에서는 훨씬 자유도가 적게 감소한다. 정확한 KS-DFT 교환 상관성 (XC; exchange correlation) 범함수는 다른 모든 미지 변수들을 포함하고 있기에, 이 범함수를 찾는 작업이 현재 DFT 개발의 핵심에 위치한다.

2001년 Perdew는 DFT 범함수 개발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였다. 이 방법론은 "야곱의 사다리" 비유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이 비유에 따르면 연구자들은 "Hartree의 지상"으로부터 화학적 정확도(역주: 1 kcal/mol 미만의 오차)의 "천상"에 이르기 위해 한 걸음씩 사다리를 밟아 올라갈 수 있다. 각 걸음은 물리적 정보를 추가하는 것에 대응한다. 국소 밀도 근사 (LDA; local density approximation) 단계에서는 국소 밀도 자체만을 고려한다. GGA와 메타 GGA(mGGA; meta-GGA) 단계에서는 밀도의 기울기를 고려하고, 혼합 GGA 단계에서는 교환 상호작용에 관한 비국소적인 정보가 HF를 혼합함으로써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상관성 상호작용에 관한 비국소적인 정보를 고려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MP2 상관성을 혼합시키면 이중 혼합 GGA가 된다. GGA는 분자 구조를 예측하는 데에는 아주 성공적임이 알려져 있었지만, 전자밀도를 지나치게 퍼뜨리는 경향이 있어 반응 장벽을 낮게 예측하는 등 많은 거짓 예측을 낳았다. 이러한 오류는 HF의 오류와 반대 경향을 보이기에 GGA와 HF를 섞은 hGGA에서는 정확도가 유의미하게 체계적으로 향상되었고, 그 결과 DFT가 화학에서도 가치 있는 도구로써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 섞는 작업에 대한 근거는 "단열 연결"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사다리의 매 단계마다, 연구자들은 더 많은 물리적 직관을 얻고 더 나은 범함수 매개변수를 찾을 수 있는 가능성들을 탐구했다. 물리 원리에 대한 이해를 희생하여 더 많은 매개변수를 얻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물론 이론화학의 모든 단계(순수 ab initio 방법을 제외하면)에서 등장하는 매우 일반적인 질문이지만, 기계학습 접근법이라는 맥락 속에서 다시 한 번 특별히 흥미로운 질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Medvedev와 동료 연구자들은 DFT 논의에 매우 중요한 기여를 했는데, 이는 그들이 50년간 개발된 DFT 범함수 128개를 모아 14개의 원자 혹은 양이온에 대해 각 시스템의 전자밀도를 예측하는 능력을 체크하는 벤치마크 연구를 수행했기 때문이다. 이 연구의 기반이 되는 아이디어는 매우 흥미롭다. 보통 범함수 매개변수들은 미리 주어진 시스템들에서 에너지 차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맞춰 결정한다. 하지만 이 에너지 차이를 정확히 알려면 정확한 전자밀도가 사용된 정확한 범함수가 있어야만 한다. 따라서, 에너지를 더 정확하게 맞추는 매개변수들이라고 밀도 예측을 향상시킨다는 보장이 없고, 정확한 범함수에 더 가까운 범함수를 준다는 보장도 없지만, 사람들은 흔히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가정하곤 한다. 범함수들이 에너지 예측과 밀도 예측에 대해 보이는 성능을 동시에 확인함으로써, 이 연구자들은 최초로 이 가정을 체계적으로 평가하였다. 이들은 더 적은 매개변수를 사용한 범함수들일수록 밀도 예측이 더 정확함과, 이들 범함수에 대해 야곱의 사다리를 따라 올라갈수록 정확도가 상승함을 발견했다. 흥미롭게도, 테스트한 전자밀도에 한해서는 MP2보다 더 나은 정확도를 보이는 DFT 범함수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의 중심 결론은 2000년대 초부터 이 분야가 잘못된 방향을 향해 왔던 것처럼 보인다는 것으로, 더 많은 물리적 직관 대신 더 많은 매개변수를 넣음으로써 더 나은 에너지와 구조를 찾을 수 있었는지는 몰라도 전자밀도 예측은 더 안 좋아졌다는 것이다. 더 나쁜 것으로부터 더 좋은 것을 얻는다는 것이 꼭 나쁜 일은 아니겠지만, 이 저자들은 이와 같은 잘못된 전자밀도 예측이 결국 분자 시스템 예측에까지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고, 모든 분자에 대해 오차 상쇄가 항상 일어나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 연구의 아마도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단 며칠만에 이 연구로 인해 촉발된 활발한 논의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물리적 직관 없이 더 많은 매개변수를 쓰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라는 느낌을 가지고 있지만, 저자들이 그 결론에 도달한 과정에도 동의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비판은 여섯 가지 논점으로 정리할 수 있다.
  1. 벤치마크 집단의 크기가 작을 뿐더러 벤치마크 집단이 매우 작고 단순한 시스템에 심하게 치우쳐 있기에, 말하자면 혼합 범함수에게 더 유리하고 좀 더 일반적인 (분자) 화학에 매개변수를 맞춘 범함수들에게 더 불리하다.

  2. 기준값의 선택 기준이 모호하다. 이 연구에서 사용된 매우 작은 시스템의 경우, 예를 들어 더 높은 수준의 기준값 전자밀도를 가진 범함수들과 비교하는 식으로 정확한 포텐셜과 비교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정확한 기준값이 정성적인 그림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명확하다.

  3. 연구에 사용된 범함수들이 Perdew(이 논문의 공저자)와 그 동료들이 개발한 범함수들과 '미네소타 시리즈' 범함수들로 치우쳐 있다. 후자의 경우 이미 어느 정도의 불일치와 더 큰 분산을 가지고 있음이 증명되었다. 미네소타 시리즈를 제외하면, 새로 추가된 범함수는 거의 없다.

  4. 논문의 결론이 데이터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다. 저자들은 원자의 전자밀도를 예측하는 범함수의 성능과 문헌에 보고된 분자 에너지를 예측하는 능력을 연관시켰다. 같은 시스템의 밀도와 에너지를 체계적으로 비교하지 않았다. 이 논문의 첫 번째 응답으로써, Kepp은, 같은 시스템이 사용되었다면, 모든 범함수(미네소타 시리즈를 제외하면)에 대해 밀도와 에너지의 오차 사이에 강한 선형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5. 이보다 일찍 출판된 관련 연구가 인용되지 않았다. Baerends와 동료들은 DFT 전자 밀도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를 오래 전에 출판했고, 그 외에도 Schwabe 그룹과 같은 다른 연구팀도 일찍이 매개변수가 지나치게 많이 사용된 범함수들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점들을 발견했다.

  6. 설령 (새로 발견된) 문제점들이 존재한다 해도, 이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불확실하다. 어떻게 보면, DFT는 정확한 범함수로부터 멀어짐으로써, 즉 KS-DFT와 hGGA를 도입함으로써 가장 큰 성공을 거두었다. hGGA는 좋은 예가 된다. Medvedev와 동료들은 hGGA가 GGA를 비국소적인 포텐셜, 즉, 완전히 틀린 포텐셜과 섞었음에도 좋은 성능을 보임을 발견했다. 미네소타 시리즈는 최소한 어떤 시스템에서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연구에서는 지난 20년간 이 "더 적은 매개변수를 쓴 방법론"의 놀라운 성공을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이를 염두에 두면, 원자의 전자밀도 예측 능력을 희생하여 분자의 에너지처럼 좀 더 의미있는 성질들을 예측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꼭 비합리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edvedev et al.의 연구는 더 나은 DFT 근사를 개발하는 방법에 관한 논의에 중요한 단초와 새로운 모멘텀을 제공한 것으로 기억될 것이다. 경험적 매개변수들은, 가장 최근에 DFT-D와 dhGGA에서 보인 것과 같이, DFT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존재하는 간극들을 채우는 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 것처럼 보인다. 비록 미래의 연구들이 전자밀도의 오차와 에너지의 오차 사이의 연결 관계를 깊이 있게 이해할 필요가 분명히 있겠지만, 매개변수를 만들 때 전자밀도와 관련된 성질들 또한 포함시키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은 명백해 보인다. 그 때까지, 이론가들이 올바른 이유로 올바른 답을 찾을 때까지 쉬지 않고 일하는 동안, 계산화학자들과 실험가들은 적당히 좋은 이유로 쓸모 있는 답을 얻은 것에 만족하며 살아갈 것이다.
by 로보스 | 2017/04/20 08:02 | |과학|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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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Yuki37 at 2017/04/20 14:20
'옆 동네'라니...ㅠㅠ...아주 가버렸습니까
Commented by 로보스 at 2017/04/21 00:41
유키님// 아니 뭐 지금 연구에서 DFT를 전혀 안 쓰는 건 사실이니까...;;
Commented by 로보스 at 2017/05/03 00:13
http://dx.doi.org/10.1002/anie.201611308

이번 주 Angewandte Chemie, "Benchmarking Quantum Chemical Methods: Are We Heading in the Right Dir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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