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수준의 거대 바이러스 발견
<사이언스> 이번 호에 실린 흥미로운 논문 소개글.

세포 수준의 거대 바이러스 발견
http://dx.doi.org/10.1126/science.356.6333.15

오스트리아 동부의 클로스터노이부르크(Klosterneuburg) 마을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12세기에 건축된 성당이나 프란츠 카프카 기념관을 방문한다. 하지만 바이러스학자들과 진화생물학자들은 하루를 들여 마을의 하수 처리장을 순례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여기서 가장 최근에 발견된 세포 유사 바이러스의 지놈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본지 82쪽에 실린 이 특이한 존재로 인해, 소위 거대 바이러스가 세포 유기체의 사라진 그룹, 즉 네 번째 역(域)에서 기인했다는 가설이 흔들리게 되었다. 대신, 이 연구는 이 거대한 바이러스들의 뿌리가 생각보다 흥미롭지 않다고 주장한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있는 막스 플랑크 의학 연구소 소속의 환경바이러스학자 Matthias Fischer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가 볼 때 [이 연구는] 매우 설득력 있습니다. 현존하는 데이터에 기반해서 생각한다면, 전 네 번째 역 가설에 돈을 걸지는 않을 겁니다."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세포보다 훨씬 작은 크기를 가지고 있고, 유전자를 거의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는 그들이 숙주의 분자 장치들을 끌어다가 자신들의 복제에 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새와 돼지에 기생하는 몇몇 바이러스는 단 두 개의 유전자만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이는 대장균 Escherichia coli의 일반적인 품종이 거의 4,400개의 유전자를 쓰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독립적으로 자가 복제할 수 없고 세포 유기체의 다른 전형적인 특징들을 가지고 있지 않는 바이러스의 특성상, 생물학자들은 보통 바이러스를 생명체 클럽에 넣지 않는다.

2003년 최초로 거대 바이러스에 관한 논문이 <사이언스>에 발표되자 과학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이들 바이러스는 크기가 대부분의 세균보다 큰 것 뿐만 아니라, 2,500개 이상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다수의 박테리아보다 많은 것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 괴물들의 등장으로 생명의 진화 계통수(系統樹)가 수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인 계통수는 세 개의 큰 그룹, 즉 역(域)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은 각각 세균역(bacteria), 고세균역(archaea), 진핵생물역(eukaryotes)이다. 하지만 몇몇 과학자들은 거대 바이러스가 네 번째 역의 후손일지도 모른다고 제안했다. 이 관점에 따르면, 거대 바이러스의 조상은 지금은 멸종해 버린 세포 생명체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많은 유전자를 버리고 기생 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반면, 메릴랜드 베세즈다에 위치한 국립 생명기술 정보 연구소(NCBI)에서 일하는 진화 생물학자 Eugene Koonin을 비롯한 다른 과학자들은 네 번째 역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Koonin은 이렇게 말한다. "이 거대 바이러스들이 훨씬 작은 바이러스들이 속해 있는 바이러스 그룹에 함께 속한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그는 작은 바이러스들이 숙주로부터 점점 많은 DNA를 빼앗아 커짐으로써 거대 바이러스로 진화했다고 생각한다.

캘리포니아 월넛 크릭에 위치한 에너지성 지놈 연구소(DOE JGI) 소속 포스트닥 연구원 Frederik Schulz와 그의 동료들이 처음 오스트리아 과학자들과 공동 연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네 번째 역 시나리오를 시험해보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클로스터노이부르크 하수 처리장에서 나오는 하수 속에 사는 세균들을 조사하고자 했다. 그들은 메타지노믹스(metagenomics)라 불리는 연구 방법론을 사용했는데, 이는 개별 세포나 바이러스를 직접 분리하지 않고도 샘플 안에 있는 모든 DNA의 서열을 조사해 새로운 생명체의 지놈 지문을 찾아내는 방법론이다. 이 방법을 적용해 보니, 새로운 바이러스 DNA 조각들이 계속 나타났다. 연구팀이 이 조각들을 지놈으로 모으자, 이는 하나의 거대 바이러스에 속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 바이러스를 클로스노이바이러스(Klosneuvirus)라고 명명했다. 연구팀은 다른 지역에서 추출한 샘플에도 동일한 기법을 사용해서 이와 친척 관계인 바이러스들의 지놈을 세 개 더 짜맞출 수 있었다.

이 클로스노이바이러스들은 특이하게도, 이전의 어떤 거대 바이러스보다도 세포 생명체와 유사한 지놈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세포는 20개의 아미노산으로부터 단백질을 합성해 내는데, 각 아미노산 별로 서로 다른 효소(역주: 아미노아실 tRNA 합성 효소)가 존재해 아미노산을 나르는 분자(역주: tRNA)에 아미노산을 부착시켜 단백질 합성 장소(역주: 라이보솜)까지 운반시킨다. 다른 거대 바이러스는 이 중 오직 일곱 가지 효소의 유전자만을 가지고 있는데, 클로스노이바이러스는 스무 가지 효소의 유전자를 모두 가지고 있다.

이 바이러스들이 생명체와 유사한 지놈을 가지고 있기에, 이제 이들이 정말로 세포 생명체의 네 번째 역에서 왔는지 아니면 다른 바이러스로부터 왔는지 확인해 볼 수 있게 되었다. Schulz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와, 이제 이 아이디어를 증명해 볼 수 있겠군.'이라고 생각했죠." Koonin의 연구실과 팀을 이루어, 연구진은 다양한 바이러스와 생명체에서 앞서 설명한 부착 효소(역주: 아미노아실 tRNA 합성 효소)의 유전자들을 뽑아내 그 서열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거대 바이러스들은 부착 효소 유전자들을 서로 다른 숙주로부터 뽑아왔음이 밝혀졌다. "네 번째 역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 논문은 그것을 확인해 주죠." 캐나다 밴쿠버에 위치한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UBC)의 환경바이러스학자 Curtis Suttle의 말이다.

하지만, 첫 번째 거대 바이러스의 공동 발견자들은 이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프랑스 엑스 마르세유 대학(Aix-Marseille University)의 미생물학자 Didier Raoult는 이 부착 효소 유전자들만으로 진화학적 결론을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이 유전자들은 종종 서열을 교환하기도 하는 등 변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뿌리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역시 엑스 마르세유 대학 소속인 유전학자 Jean-Michel Claverie는 이 연구의 연구자들이 하수 샘플 속에서 보통 크기보다 큰 바이러스들을 발견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들이 조합해낸 지놈이 이 바이러스의 것인지 증명하지 않았음을 지적한다. "시험관 속에서 숙주와 분리된 진짜 바이러스를 보기 전까지는 그들의 어떤 진화학적 해석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by 로보스 | 2017/04/07 05:41 | |과학|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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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잘 읽었습니다 at 2017/04/08 21:43
이렇게 번역해서 포스팅힌시는것도 번거로우실텐데
자주 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좋은 하루 되세요.
Commented by 로보스 at 2017/04/13 01:07
잘 읽었습니다님// 이런 답글이 참 힘이 되네요. 방문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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