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의 의미
이번 주 <사이언스>에는 흥미롭게도 영문법에 관한 연구 논문이 실렸습니다. 제가 한 때는 언어학을 진지하게 공부해 볼까 고민도 했던 사람인지라 --; 이걸 그냥 넘기기는 좀 아쉬워서 적당히 정리해볼까 합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you"는 2인칭 대명사입니다만, 한편으로 일반인을 가리키는 대명사로 사용할 수도 있죠. 이 논문 서두에서 예로 든 도널드 트럼프의 발언을 한 번 보겠습니다.

"I fight like hell to pay as little [in taxes] as possible ... I’m a businessman. And that’s the way you're supposed to do it. (난 [세금을] 최대한 피하려고 겁나 싸울 겁니다. ... 난 사업가고, 이게 바로 사업가라면 누구나 해야 할 일이죠.)"

여기서 you는 그 앞의 "businessman"을 받아 "사업가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you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사람이라면 응당"이라는 매우 일반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신기한 일입니다. You가 2인칭 대명사로 사용될 때는 매우 구체적인 지시 대상이 존재하는데, 또 다른 용법 속에서는 그 지시 대상이 추상적이니까요. 그래서 이 논문을 쓴 연구진은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심리학적으로 이 you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이들은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세웁니다.

일반적 용법의 you는 사람들이 인간 경험으로부터 (자신을 넘어서까지 적용되는 통찰을 유도하여) 의미를 만들 때 사용되는 언어학적 메커니즘으로, 규범을 표현할 때 사용된다. (Generic-you is a linguistic mechanism that people use to make meaning from human experience—to derive insights that extend beyond the self—and that it does so by expressing norms.)

언어학적으로 볼 때, 일반 진술(generic statement)은 그 자체로 규범적 의미를 갖습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개는 다리가 네 개다."라고 말한다면, 개는 다리가 네 개여야만 한다는 의미를 (약하게나마) 함의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일반 명사 역시 규범적 의미를 가질 수 있죠. (좋은 예는 아닙니다만 논문에 사용된 예를 그대로 따오자면) "사나이는 울지 않는다."라는 말은 단순히 사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나이라면 울지 말라는 의미를 주지 않습니까? 가치나 규범은 근본적으로 추상적이고,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입니다. 따라서 일반적 용법의 you는 가치나 규범과 연결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걸 확인해 볼 수 있을까요? 규범을 말하는 표현과 규범이 아닌 단순 선호를 말하는 표현 속에서, 일반적 용법의 you가 어느 쪽에 더 많이 나오는지 확인해 보면 되지 않을까요? 이 연구진은 이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100명 정도의 사람으로 구성된 두 그룹에 대해, 일상 용품들을 주제로 미묘하게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예를 들어 그룹 A에는 "망치는 무엇에 씁니까?"라는 질문(규범 질문)을, 그룹 B에는 "망치로 무슨 일을 즐겨 하십니까?"라는 질문(선호 질문)을 던지는 거죠. 그러면 답의 주어로 I가 나오느냐 you가 나오느냐에 따라 답을 분류할 수 있고, 통계 처리를 통해 일반적 용법의 you가 어느 쪽에 더 많이 분포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습니다. 선호 질문에 대해서는 1인칭 단수 주어 I가 많이 사용되었지만, 규범 질문에 대해서는 일반 주어 you가 사용되었습니다.

다음으로, 질문 자체의 문자적 의미가 아니라 맥락이 중요함을 보이기 위해, 이번에는 동일한 질문을 두고 서로 다른 맥락을 제공했습니다. 역시 100명 가량으로 구성된 두 그룹을 모은 후, 동일한 질문, 예를 들어 "칠면조는 어떻게 요리합니까?"와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차이점은 첫 번째 그룹에게는 "대답하실 때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해선 안 되는지 고려해 주세요."라고 요청하고, 두 번째 그룹에게는 "대답하실 때 무엇을 좋아하시고 무엇을 싫어하시는지 고려해 주세요."라고 요청한다는 것이죠. 역시 전자에서는 일반 주어 you가, 후자에서는 1인칭 단수 I가 유의미하게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이로써 가치나 규범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이 you를 일반적 용법으로 많이 사용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연구진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영어권 화자들의 언어 습관을 관찰해 보니 일반 주어 you는 자주 개인적이고 부정적인 경험들과 결부가 된다는 것을 알았고, 다음과 같은 두 번째 가설을 세웁니다.

일반적 용법의 you를 매우 개인적이고 부정적인 경험들을 반추할 때 사용하는 것은,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을 "규범화"할 수 있도록 의미를 만들어준다. 즉, 이로써 자신의 경험을 자신을 넘는 범위까지 위치시켜 더 넓고 더 규범적인 현상의 한 가지 예로 만드는 것이다. (Using generic-you to reflect on deeply personal, negative experiences should promote meaning-making by allowing people to “normalize” their situation—that is, by situating their experience beyond the self and considering it as an exemplar of a broader, more normative phenomenon.)

먼저 정말로 사람들이 부정적인 경험을 이야기할 때 일반 주어 you를 많이 쓰는지 알아보아야겠죠. 40-50명 가량의 그룹을 두 개 만든 후, 한 그룹에는 부정적인 경험을 중심으로 자기 이야기를 쓰라고 요청하고, 다른 그룹에는 중립적인 경험을 중심으로 쓰라고 요청했습니다. 전자의 경우에 일반 주어 you가 훨씬 많이 등장했습니다. 전자에서는 56.1%가 한 번 이상 일반 주어 you를 사용했고, 후자에서는 6.3%만이 사용했습니다.

자, 그런데 "부정적인 경험"에 대해 쓰는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어쩌면 규범 같은 건 상관 없고, 부정적인 경험에서 온 쓰라린 감정이 되살아나서 일반 주어 you를 쓰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 감정 부분을 통제하기 위해, 또 다른 실험을 합니다. 200명 가량의 그룹을 세 개 모아서, 첫 번째 그룹에게는 "부정적인 경험을 생각해 보시고, 그로부터 무엇을 배웠는지 써주세요."라고, 두 번째 그룹에게는 "부정적인 경험을 생각해 보시고, 그 경험 가운데 무슨 느낌을 받았는지 써주세요."라고, 그리고 마지막 그룹에게는 "중립적인 경험에 대해 써주세요."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연구진에게는 다행스럽게도 ㅋㅋ) 첫 번째 그룹에서 일반 주어 you를 쓰는 빈도가 월등히 높았습니다.

이 실험 참가자들이 쓴 예를 몇 가지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번역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어떤 문장은 명령문이고 어떤 문장은 평서문이네요. 명령문의 경우 번역 시 2인칭 주어를 쓰는 것이 더 낫고 평서문은 1인칭 주어를 쓰는 게 더 나은 듯 합니다.)

- 나를 자신과 다른 관점에서 보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You can actually learn a lot from others who see things differently than you).
- 땅에 발을 단단히 붙이고, 큰 변화에 준비되지 않았다면 삶을 바꾸지 말라(Stand your ground firmly, and don’t alter your life if you’re not ready for a big change).
- 사람들은 보통 변하지 않기에, 내가 그들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Sometimes people don’t change, and you have to recognize that you cannot save them).
- 자존감은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 중에 얻을 수 있는 것이다(Pride is something that can get in the way of your happiness).

마지막으로, 연구진은 부정적인 경험에 대한 심리적 거리가 어느 주어를 쓰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지를 확인했습니다. 또 두 그룹의 사람들을 100명 이상씩 모으고, 한 그룹에게는 1인칭 단수인 I/my/me만 사용해서 부정적 경험에 대해 써달라고 요청했고, 다른 그룹에게는 일반적 용법의 you/your/you만 사용해서 부정적 경험에 대해 써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글쓰기가 끝난 후, 각 그룹에게 해당 사건에 대해 심리적으로 느끼는 거리가 어느 정도가 되는지 1-5의 척도로 표시해 달라고 했지요. 전자는 평균 3.00, 후자는 평균 3.53을 기록했습니다.

결론부에서 이 논문의 저자들은 일반적 용법의 you의 특징 두 가지를 지목합니다. 첫 번째는 일반적 용법의 you는 화자 자신과 깊이 관련되어 있는 일반화를 가리킬 때 많이 사용된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로써 개인의 경험이 좀 더 일반적인 규범으로 확장되어 더 큰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두 번째는 you는 원래 2인칭 대명사로서 매우 구체적이고 맥락에 종속되어 있는 의미로 사용된다는 점입니다. 즉 you는 서로 상반되어 보이는 구체적인 용법과 일반적인 용법을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이것이 영어만의 특징이 아님을 지적합니다. Kitagawa and Lehrer (1990)에 따르면 중국어, 영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히브리어, 힌디어에서 2인칭 대명사를 일반 주어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저자들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2인칭 대명사는 심리적으로 1인칭 대명사의 반댓말로 작용하여 "자기"가 아닌 일반적인 "타자"의 의미를 획득하는 것이 아닐까 제안합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이 논문은 전통적인 언어학 실험 기법(= 설문조사)을 사용해서 영어의 you가 일반적 용법으로 사용될 때 화자의 마음에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아내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찾아낸 것은 you가 일반적 용법으로 쓰일 때는 규범이나 가치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과, 자신의 부정적 경험을 일반적인 규범으로 일반화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사실 저는 언알못이라 왜 이게 <사이언스> 급의 연구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여튼 정리하면서 공부가 많이 되었네요.
by 로보스 | 2017/03/24 05:36 | |과학|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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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채널 2nd™ at 2017/03/26 13:06
필요할 때는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사용하고, 또 필요할 때는 나에게 "더" 유리한 쪽으로 사용하는가 봅니다 -- 트럼프의 말에서 인용된 부분은 그냥 '응당' 정도로만 번역해도 무리가 없을 듯 합니다. (굳이 비즈니스맨이라고 안해도....)

Commented by 로보스 at 2017/03/27 23:25
채널 2nd™님// 네 고맙습니다.
Commented by Yuki37 at 2017/04/13 20:32
최박사님, 요새 하시는 연구의 주제가...ㅋㅋ
Commented by 로보스 at 2017/04/14 07:35
유키박사님// 그러게나 말입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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