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물의 가열/냉각 곡선 (2)
좀 이따 저녁 먹으러 가야 하는데 과연 그 전까지 쓸 수 있을까...

지난 번에는 액체가 고체로 되는 상 변화, 즉 "응결" 과정이 혼합물일 때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액체가 기체로 되는 상 변화, 즉 "기화" 과정이 혼합물일 때 어떻게 일어나는지 살펴보죠.

자, 순물질일 때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액체가 기체가 된다는 건 어떤 걸까요? 이건 액체가 고체로 되는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예를 들어 상온의 밀폐된 용기에 물을 채워놓는다면 그 안에는 얼음이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 수증기는 존재할 수 있죠. "증발" 과정을 거쳐서요. 음, 왜 그럴까요?

밀폐된 용기 안에 액체를 채워두면 자연스레 증발이 되어 기체가 생깁니다 (그림 출처)

지난 번의 약빤 비유를 생각해 봅시다. 액체는 걸어다니는 초딩, 기체는 뛰어다니는 초딩입니다. 이들을 "엄밀하게" 구분하는 게 가능할까요? 걸어다니는 애 둘이 부딪치면 한 놈은 갑자기 뛰고 한 놈은 더 천천히 걸을 수도 있습니다. 즉 운동장 내에서 대부분이 걸어다니는 상황(액체)이라 해도 일부는 항상 뛰어다닐(기체) 확률이 있는 겁니다. 물론 이 상황은 "평균 에너지"가 얼마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평균 에너지가 낮으면, 즉 온도가 낮으면 더 많은 아이들이 그저 걸어다니겠죠. 평균 에너지가 높아지면 더 많은 아이들이 뛰어다니기 시작합니다.

이게 아무런 중력도 없다면 기체와 액체가 섞여 있겠지만, 중력이 생기면 액체가 밀도가 더 높기 때문에 앞의 그림처럼 아래로 뭉쳐 내려오게 됩니다. 기체는 위로 올라가고요. 그리고 액체-기체 경계면이 생기게 되죠. 온도가 올라갈수록 공기 중으로, 즉 위쪽으로 뛰쳐나가는 애들이 많아지겠죠? 그러다가 모든 아이들이 기체로 해방되면, 그 상태를 우리가 "기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액체에서 기체로 상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부드럽게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요? 즉, 물-수증기라면, 0도에서는 물 100%였다가 50도에서는 물 50%, 수증기 50%, 100도에서는 수증기 100%, 이런 식으로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요? 아닙니다. 실제로 액체 분자들은 초딩들과는 조금 달라서, 이들은 서로 (약하게나마) 붙들고 있으려는 성질이 있습니다. 이 결합을 "끊고" 모든 아이들을 해방시켜야 기체를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끓는점이 되기 전까지는 이 결합이 평균 운동 에너지보다 강하기 때문에 많은 분자들이 액체 상태에 남아있는 것입니다.

그럼 액체-기체 가열 곡선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액체를 가열하고 가열하고 가열하면, 점점 액체의 온도가 올라갑니다. 그러면서 일부 초딩들이 넘치는 열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친구들과의 결합을 끊고 기체 상태로 변하겠죠?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초딩들은 걸어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끓는점'에 도달하면 평균 에너지가 결합을 끊기에 충분하게 됩니다. 이제부터 이곳저곳에서 결합이 끊어지면서 초딩들이 해방되기 시작합니다. 주어지는 에너지는 계속 결합을 끊는데에만 이용되므로 온도는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모든 초딩이 해방되는 순간, 더 이상 끊을 결합이 없으므로 온도가 다시 올라갑니다.

액체의 가열 곡선 (그림 출처)

자, 그럼 이 이야기를 가지고 액체-액체 혼합물과 액체-고체 혼합물에 적용해 봅시다. 두 혼합물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액체-액체 혼합물은 두 물질 모두 기화 가능하지만 액체-고체 혼합물은 고체가 기화될 수 없다는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액체-고체 혼합물부터 살펴보자면, 이 고체 불순물들은 액체 분자들이 신나서 뛰쳐나가려고 할 때 그걸 방해하는 역할을 합니다. 뭐 쉽게 생각해보자면 액체-기체 경계면에 고체 불순물들이 왔다리 갔다리 하고 있으면 액체 분자가 뛰쳐나갈 수 있는 "문"이 좁아지는 셈이겠죠? 엄청 친절한 그림이 있어 아래에 첨부합니다 :)

참 쉽죠잉? (그림 출처)

따라서 원래의 끓는점에서 "끓지" 못하고, 좀 더 에너지를 받아야 끓을 수 있게 됩니다. 끓는점이 높아지는 효과를 얻는 것이죠. 또한 끓는 동안 점점 고체의 농도가 높아지므로, 고체의 방해도 점점 커지겠죠? 순물질의 경우에는 끓는 동안 온도가 변하지 않았지만, 이 혼합물의 경우에는 끓는 동안에도 온도가 점점 올라가게 됩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곡선을 얻지요.

소금물의 경우를 주목합시다 (그림 출처)

그럼 액체-액체 혼합물의 경우에는 어떨까요? 이 경우에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왜냐면 액체 두 종류가 모두 기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자, 액체-액체 혼합물을 그냥 밀폐된 용기에 넣었을 경우부터 살펴봅시다. 이 경우 각 액체는 서로 뛰쳐나가려는 경향이 조금 다르기 때문에 기체가 되는 양도 달라집니다. 다음 그림을 보시죠.

액체-액체 혼합물의 평형 상태 (그림 출처)

여기서 처음에 검은 액체와 빨간 액체는 같은 양을 넣었습니다. 하지만 빨간 초딩들이 더 뛰쳐나가려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기체 부분을 보시면 빨간 애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녀석을 점점 가열하면 어떻게 될까요? 빨간 놈이나 검은 놈이나 기체로존재하는 양이 점점 늘어나겠죠? 그러다가 빨간 놈의 "끓는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해보죠. 빨간 애가 다 끓어나올까요? 아니죠. 검은애들이 앞서 살펴본 고체처럼 방해를 할테니 그렇지 못하죠. 그래서 이 경우에도 끓는점이 올라가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하지만 상황이 완전히 똑같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마침내 빨간 녀석의 끓는점에 도달했을 때의 거동이 좀 다르거든요. 이제 빨간 녀석이 끓어서 나올 만한 에너지가 있습니다. 자, 그러면 고체-액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점점 검은 녀석의 농도가 진해지면서 계속해서 끓는점이 올라갈까요? 아니죠. 왜요? 검은 녀석도 끓어나올 수 있거든요. 에너지를 가해주면 그 에너지는 빨간 녀석을 기체로 만드는 동시에 검은 녀석도 기체로 만드는데 사용됩니다. 그러면서 밸런스를 맞춰서 온도를 같게 유지하죠. 마침내 빨간 녀석이 다 기체가 되고 나면, 이젠 검은 녀석 하나만 남은 상태입니다. 다시 서서히 온도가 올라가고, 그 이후에는 순물질의 가열 곡선과 똑같게 움직이겠죠? 정리하면 다음 그림과 같이 됩니다. (그림에는 명확하지 않은데 A 지점은 원래 메탄올의 끓는점보다 높은 온도입니다.)

액체-액체 혼합물의 가열 곡선 (그림 출처)


자 그럼 저는 밥 먹으러 가겠습니다. 예상보다 10분 늦었군요 ;ㅅ;
by 로보스 | 2013/03/12 07:09 | |과학|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lovos.egloos.com/tb/3009244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



즐겁게 살아야죠. :)
by 로보스
Calendar
메모장
카테고리
|소개|
|일기|
|감상|
|과학|
|과학사|
|잡념|
|작업|
* 홈페이지 ('02-'03)
* 네이버 블로그 ('05-'06)
최근 등록된 덧글
과자너무비싸님// 반갑..
by 로보스 at 10/17
제 전공과 관련된 것을,..
by 과자너무비싸 at 10/06
종합선물세트님// 방문 ..
by 로보스 at 09/22
빵식님// 분자성 결정은 ..
by 로보스 at 09/22
빵식님// 이 답글을 보실..
by 로보스 at 09/22
네이버를 뒤져봐도, 지..
by 종합선물세트 at 09/14
고3학생입니다. 분자성 ..
by 빵식 at 09/12
저 자소서에 관련내용쓰..
by 빵식 at 09/12
하늘바라기님// 제 글을 ..
by 로보스 at 08/30
좋은 설명 도움이 많이 ..
by 하늘바라기 at 08/29
ㅍㅍ님// 반갑습니다. 과..
by 로보스 at 08/16
fluorF님// 양자역학의 ..
by 로보스 at 08/16
漁夫님// ㅎㅎㅎ 저는 이..
by 로보스 at 08/16
제가 여태까지읽은글중에..
by ㅍㅍ at 08/15
재미있는 이야기네요.. ..
by fluorF at 08/14
오 저도 이름을 아는 양반..
by 漁夫 at 08/11
비밀글님// '그 분'이신가..
by 로보스 at 07/24
비밀글님// 이메일로 연락..
by 로보스 at 07/24
비밀글님// 반갑습니다...
by 로보스 at 07/24
배지트님// 방문 감사합..
by 로보스 at 07/24
최근 등록된 트랙백
공정혼합물의 융해/빙결
by Adagio ma non tanto
동양학 최고수 남회근! ..
by 도서출판 부키
(연재할 수 있을지 모..
by THIS STORY ver 3.0 ..
그립다는 느낌은 축복이다..
by 도서출판 예문당 - 함께..
[책] 젊은 베르테르의..
by 월풍도원(月風道院) -..
이글루 파인더

rss

skin by zodiac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