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스텐과 울프람이라 불리는 W.
2011년 <네이처 화학> 3권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려 있길래 대충 번역해보았다. 늘 그렇듯 인명은 굳이 번역하지 않았음.

텅스텐과 울프람이라 불리는 W

74번 원소는 주기율표 안에서 몇 가지 기록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 원소는 모든 금속 중에서 가장 높은 녹는점을 가지고 있고, 생체 내에서 사용되는 원소 중에서 가장 무거운 원소로 알려져 있다. 이 원소의 카바이드 화합물은 다이아몬드와 비슷한 수준의 경도를 보인다. 또한 이 원소는 문학 작품 속에서도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어느 작품에 나오는] 유명한 아저씨[1]가 그 이름을 갖고 있었고, 12세기 경에 활동한 기사이자 서사시인인 Wolfram von Eschenbach 이후로 독일어권의 이름으로 널리 사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1] Sacks, O. Uncle Tungsten. Memories of a Chemical Boyhood (Alfred A. Knopp, 2001).

74번 원소의 역사 속에서 특히 흥미로운 것은 그 이름, 혹은 '이름들'의 기원이다. 이는 이 원소가 울프람(wolfram)으로도 텅스텐(tungsten)으로도 불리었기 때문이다. Juan José Delhuyar과 Fausto Delhuyar 형제는 세계 최초로 1783년 스페인에서 이 원소를 울프라마이트(wolframite)라 불린 광물 (Fe, Mn)WO4에서 순수한 원소로 분리해내는데 성공하여 그 이름을 울프람이라 지었다. 원래는 '히스파늄(hispanium)'이라 지으려 했지만, 그랬다가 원광석 이름과의 일관성을 잃고 혼동을 주는 것을 우려하여 울프람으로 결정한 것 같다. 하지만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는 프랑슘, 폴로늄, 유로퓸 등의 이름이 붙은 원소들도 생겨났다.

하지만 이미 2년 전에 Scheele와 Bergman(이전에 Juan이 함께 일했던)이 또다른 광물 CaWO4로부터 삼산화물 WO3를 분리해내었기 때문에 혼란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광물은 실라이트(scheelite) 혹은 텅스텐이라 불리었는데, 이는 스웨덴어로 '무겁다'는 뜻의 tung과 '돌'이라는 뜻의 sten을 합성하여 만든 말이었다. 비록 Delhuyar 형제가 울프람산을 무산소 상태에서 석탄으로 태워 순수한 금속을 얻음으로써 좀 더 나은 결과를 얻기는 했지만, 이 원소는 같은 시기에 텅스텐이자 울프람으로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이 이름들은 지금까지도 여러 언어 속에서 둘 다 사용되고 있지만,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원소기호는 W이다.

어쨌든, (영어로) 텅스텐은 지각에 들어있는 희귀한 금속이다. 보통 산화물의 형태나 다른 광물들 속의 염의 형태로 발견될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는 칙칙한 회색 분말의 형태로 광석 속에서 얻어진다. 고온에서 수소와 함께 압축하여 소결시키면 회백색의 반짝이는 금속 원소를 얻을 수 있다. 이 원소는 매우 단단하며 밀도가 높지만 한편으로 연성도 좋다. 크로뮴과 몰리브데넘의 성질과 유사한 성질을 많이 가지고 있으며, 산소, 산, 염기 등에 강하다. 다양한 일상용품에서 이용되는데, 예를 들어 카바이드 화합물의 형태로 볼펜에 이용되기도 하며, 금속 그 자체로는 전자부품(램프 필라멘트, 전기 저항, X선 튜브)이나 절단 용구(고속강), 초합금 등에 이용된다.

산업에서는 화합물의 형태로 촉매 반응에 종종 이용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중 하나는, 독일 지질학자 Rudolf Erich Raspe가 18세기에 텅스텐 삼산화물의 연노란색이 화가들에 의해 이용될 수 있다고 제안한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자면, "미적으로 볼 때, 이는 Turner's yellow보다도 뛰어나다." Turner's yellow는 현재 염료로 사용되고 있다. 텅스텐은 또한 2차 세계 대전 중에 전략적인 원소가 되었는데, 높은 내열성과 그 합금의 뛰어난 강도로 인해 발사체의 부품으로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텅스텐 산화물들은 최초로 밝혀진 전기변색 물질[2]이기도 하다. Satyen Deb이 1969년 WO3이 외부 장이 걸린 상태에서 가역적으로 색을 바꾼다는 것을 밝혀낸 이후로, WO3은 지금까지 전기변색 응용기술을 위해 가장 깊이 연구된 물질이다. WO3는 비결정형 상으로, 꼭지점을 공유하는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구조와 같은 방법으로 연결되어 있는 WO6 팔면체 덩어리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안에서 금속 중심들은 전부 W(VI)로 존재한다. 이를 박막으로 만들었을 때는 투명하나, 여기에 전기화학적 환원 반응이 일어나면 W(V) 자리들이 생겨나면서 파란빛을 띠게 된다. 이것이 전기변색 효과의 원리이다.

[2] Electrochromic material. 전압의 변화나 산화/환원 정도에 따라 가역적으로 색을 바꾸는 물질.

여전히 논란 중에 있지만, 이와 같은 발색 과정의 상세한 메커니즘은 물질에 주입되었다가 추출되는 전자와 양성자 혹은 알칼리 금속 이온들(Li+, Na+, K+)을 포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쨌든, 좋은 전기변색 효과를 보이기 위해서는 비결정형 구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다결정형 박막도 역시 눈에 띄는 광학적 변조 현상을 보이나 이는 주로 근적외선 영역에서 나타난다.

전기변색 물질의 개발로 촉발되는 상업적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 디스플레이 장치나, 통과하는 빛과 열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창문 등에의 응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부 스마트 창문들은 이미 시장에 나왔으며, 조만간 최신형 차와 건물들에 이용될 것이다. 전자 부품으로부터 공사 현장에 이르기까지, 텅스텐이건 울프람이건, 74번 원소는 다용도의 유용한 원소임이 계속해서 증명되고 있다.

Nature Chemistry 3 (2011), 336.
by 로보스 | 2012/03/01 10:53 | |과학| | 트랙백(1)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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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THIS STORY v.. at 2012/03/02 18:03

제목 : (연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바닥 이야기
텅스텐과 울프람이라 불리는 W. lovos님의 텅스텐 이야기...를 보니 문득 쓰고 싶어진 이야기가 생겼습니다. 다이아몬드와 같은 경도, 특수 탄화 텅스텐을 최적의 각도로 설계! 칼갈이계의 혁명 에브리샵! ... 케이블 TV에서 자주 보셨죠? 마침 이 블로그에 글이 15개 생기도록 공부 카테고리 글이 하나도 없으니 곁다리 이야기로 시작을 해볼까 싶네요. 저도 잘 모르는 주제이니까- 아마 전문적인 이야기로 보는 이의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진 않을 ......more

Commented by 하늘나무 at 2012/03/01 12:02
텅스텐의 기호가 W 인것을 처음 알았을 때 '이름도 T로 시작하는 자슥이 원소기호가 왜 W야'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네요.
Commented by 로보스 at 2012/03/04 11:46
하늘나무님// 저도 이 글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
Commented by YoUZen at 2012/03/01 15:40
울프람이라고 하니 그저 방정식을 적분해주는 웹사이트만 생각나는군요(...)
Commented by 로보스 at 2012/03/04 11:46
YoUZen님// 가끔 근사식도 찾아주는 유용한 웹사이트 말씀이신가요? :)
Commented by 매치어 at 2012/03/01 22:04
연구소에서 모바일로 보고 '모바일로 보면 각주가 이렇게 보이는구나'했는데 PC로 보니까 같은 위치에 같은 모습으로 나와서 당황하고 있다네...
W 원소하면 생각나는 건... ... 트랙백으로 대신하지.
Commented by 로보스 at 2012/03/04 11:46
매치어 형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각주 얘긴... 문단 아래에 붙여써서 당황하셨다는 말씀인가요? ^^
Commented by Bloodstone at 2012/03/02 14:33
꼬꼬마였을 때 화학 공부하면서 왜 텅스텐인데 W지? 하고 한참 갸웃거린 적이 있었는데 이런 이유였군요. 화학맹이어서 네이쳐 화학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재미있는 기사인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로보스 at 2012/03/04 11:47
Bloodstone님// 네, 유용하고 재미있는 기사라고 생각해서 번역해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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