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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좌파 논객'이라는 사람들 중에 내가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으로 김규항 씨가 있다. 뭐 이유를 세밀히 밝힐 건 없을 것 같고. 어쨌든 이 아저씨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이웃 블로그 중에서 이 아저씨 블로그에서 글을 종종 긁어오는 블로그가 있는데 거기 예수 그리스도 얘기가 자주 나온다. 급기야는 이 아저씨가 <예수전>이라는 책을 냈다. 뭐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 책을 굳이 사서 볼 필요가 있나 싶어서 별로 신경 안 쓰고 살았는데, 오늘 우연히 어느 블로그에 갔다가 이 책의 인용을 발견했다.
p.187 사람은 대개 오른손잡이다. 오른손은 '바른손'이며 고대사회에선 더욱 그랬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뺨을 때린다는 건 오른손으로 상대의 왼뺨을 때리는 것이다. 그런데 예수는 "오른뺨을 때리면"이라고 했다. 손바닥이 아니라 손등으로 때렸다는 말이다. 손등으로 뺨을 때리는 행위는 당시 유다 사회에서 하찮은 상대를 모욕할 때 사용돼곤 했다. 그렇게 모욕당한 사람에게 예수는 '왼뺨도 갖다 대라'고 말한다. '나는 너와 다름없는 존엄한 인간이다. 자, 다시 제대로 때려라' 하고 조용히 외치라는 것이다. 무조건적으로 용서하고 순응하라는 말이 아니라 오히려 단호하게 저항하라, 불복종을 선언하라는 것이다. 뭐, 가다머 해석학의 입장에서는 이 아저씨처럼 해석을 하든 어떻게 해석을 하든 그건 본인의 자유이다만, 나는 아무래도 '객관적' 해석이 있다는 쪽에 가까워서 말이지. 이렇게 제멋대로 해석하는 꼴은 못 봐주겠다. 저게 저 이야기를 한 예수의 진짜 의도였을까? 아니면 저 내용을 기록한 성경 기자의 의도였을까? 저 이야기는 <마태복음> 5장에 나오는 말이다. <마태복음> 5장은 소위 '산상수훈'이라 불리는 긴 가르침의 일부로, 어떤 이들은 이 산상수훈이 예수가 가르친 것의 핵심이라고까지 보기도 한다. 여하간 일단 본문을 찾아보자. 39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며 40또 너를 고발하여 속옷을 가지고자 하는 자에게 겉옷까지도 가지게 하며 41또 누구든지 너로 억지로 오 리를 가게 하거든 그 사람과 십 리를 동행하고 (개역개정, 마태복음 5:39-41) 보다시피 39절에 '오른뺨' 얘기가 나온다. 자, 그런데 성경을 해석하는 중요한 원리 중 하나가 '맥락'을 살피는 것이다. (아니 이건 성경 아니라 무슨 책을 읽어도 마찬가지지 -_-) 이 이야기를 쭉 읽어봤을 때, 여기서 주제는 무엇일까? 김규항 씨 말처럼 '불복종'일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40절과 41절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속옷 내놓으라는 사람에게 "나는 존엄한 인간이다. 겉옷도 가져가라!"라고 말해야 한다는 것일까? 어디 좀 따라오라는 사람에게 "나는 존엄한 인간이다. 기꺼이 더 가주마!"라고 말해야 한다는 것일까? 이 정도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다만 혹시 그래도 김규항 씨의 해석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이후 이야기를 계속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산상수훈'은 전체가 통으로 된 하나의 이야기거든. 42네게 구하는 자에게 주며 네게 꾸고자 하는 자에게 거절하지 말라 43또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를 미워하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44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45이같이 한즉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아들이 되리니 이는 하나님이 그 해를 악인과 선인에게 비추시며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내려주심이라 46너희가 너희를 사랑하는 자를 사랑하면 무슨 상이 있으리요 세리도 이같이 아니하느냐 47또 너희가 너희 형제에게만 문안하면 남보다 더하는 것이 무엇이냐 이방인들도 이같이 아니하느냐 48그러므로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온전하심과 같이 너희도 온전하라 (개역개정, 마태복음 5:42-48) 예수는 여기서 좀 더 분명하게 자신의 메시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 유명한 "원수를 사랑하라"가 나오는 부분이다. 예수는 '자명하게' 신의 무조건적 사랑에 빗대어(45절) 너희도 그렇게 하라고 가르치고 있다(48절). 자, 그럼 이것을 불복종과 연결시켜 보실까? 39-41절의 이야기는, 내가 볼 때 차라리 뒷부분에서 이야기할 '사랑'을 강조하기 위해 떡밥-_-으로 던진 '과장된' 이야기다. 싸대기를 맞고 안 맞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랑'으로 상대방의 요구보다 더 많은 것을 베풀라는 교훈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겠지. 그렇게 해석하는 게 뒷부분과 아귀도 안 맞는 불복종 이론보다 낫지 아니한가? 4대 성인 중 하나로 추앙받는 인물이자 거대 종교를 지탱하는 핵심 인물인 예수 그리스도를 들어 사회 혁명가로 만들고자 하는 마음은 십분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예수의 의도도 아니었고 마태의 의도도 아니었던 의도를 지어내 예수의 말을 해석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김규항 씨도 아마 싫어할 거라 생각하는) 한국 개신교의 기복 신앙이 바로 그 짓을 통해서 성장한 거였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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