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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책. 설명이 더 필요한g? 이라고 하고 넘겨 버리고 싶지만 ㅋㅋ 역자님이 블로그 이웃이기도 해서 적당히 감상을 써서 올리련다. 써놓고 보니 감상보다는 분노 표출에 가까운 것 같다만 -_-; 내가 이 책에 대해 갖고 있던 '인상'과 이 책의 '실재'는 한 1만 광년 정도 떨어져 있는 듯 하다. 이 책이 워낙 유명하다보니 이전부터 하도 이곳저곳에서 이 책에 대해 많이 떠들어대서, 책을 펴보기도 전에 이 책에 대한 인상이 결정지어졌다. '성공하는 방법에 대한 책'이라고. 처세술 서적을 혐오하는 나로서는 '성공하는 방법에 대한 책'도 그리 달갑지 않았다. 그래서 책장 구석에 쳐박아 놓고 있다가 얼마 전에 심드렁하게 펼쳐보았다. 그런데 이 책을 펼치는 순간 깜짝 놀랐다. 이 책은 성공하는 법을 가르치는 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재가 '성공한 사람들'인 것은 맞지만, 이 책은 그 성공의 전제 조건으로 '환경'과 '관습'을 제시한다. 내가 알기로 처세술이나 성공학은 "개인의 능력에 따라 그 개인의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는 대전제를 깔고 시작한다. 그런 전제가 있어야 이렇게이렇게 해야 성공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가 있겠지. 헌데 '환경'과 '관습'이라니? 다양한 학문에서 이뤄진 연구가 꼼꼼하게 인용되어 있는 이 책은, 차라리 사회학이나 경제학 책이라고 보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아참, 필자가 개인의 노력이나 재능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들도 성공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이 책의 핵심은, 적당한 환경과 관습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어떠한 노력이나 재능도 빛을 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의 감상에 꼭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게 "10,000시간의 법칙"이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한 10,000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이야긴데, 사람들은 보통 이 말에 큰 감명을 받고 "나도 만 시간을 투자해서 전문가가 되겠어!"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런데 막상 "성공하고 싶으면 만 시간을 투자하렴."이라는 얘기는 이 책에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도리어 이 책은 만 시간을 제공해 줄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특정 활동에 10,000시간을 쏟을 수 있는 환경에 있지 않다면 그 분야의 권위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걸 읽고 "나도 만 시간..."이라고 할 수 있지 -_-; 또 빠지지 않고 기억되는 "대한항공 승무원의 위계 질서" 이야기. 이걸 보면서 "역시 한국 문화는 열등해."와 같은 소리를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여러분, 이 책에서 내리는 결론은 전혀 그런 게 아니거든요? -_- 이 책의 얘기는 특정 상황에서 두 문화권의 사람이 있을 때 각자의 '관습'에 따라 다르게 행동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생각보다' 그 관습의 영향이 크다는 거고.) '특정' 상황에서는 한 관습이 다른 관습보다 '효율적'일 수 있겠지만, 그것이 언제나 그 관습이 더 우월하다는 것을 담보해주는 것은 아니다. 바로 다음 장만 봐도 아시아인들이 수학에 강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한국을 치켜세우고 있는데 무슨 한국 문화가 열등...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이 책은 처세술이나 성공학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이렇게 하면 당신은 성공한다!"가 아니라 "A씨는 왜 성공했을까?"를 다루고 있는 책이고, 성공에 있어 '환경'과 '관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런데 웃기는 건 출판사에서까지 이 책을 처세술 책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부제는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이고, 표지에 가장 크게 써있는 말은 "성공의 화두, 당신은 아웃라이어인가?"인데, 이 문구들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처세술 책 광고로밖에 안 보인다. 알라딘에서는 아예 분류도 "CEO/비즈니스맨을 위한 능력계발 > 성공학/경력관리"로 되어 있더라. 이 책 보고 무슨 결론을 내리든 그건 독자의 자유지만, 그래도 필자의 집필 의도를 완전 무시하는 건 너무한 것 아닌가? 사실 이 책을 펼쳐보기 전까지는 노정태님이 이 책의 번역을 맡았다기에 의아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진보신당 당원인 노정태님이 자본주의의 굴레 아래에서 '성공하는' 법을 가르치는 책을 번역했다고? 역시 이상과 현실 사이엔 거리가 있을 수 밖에 없는걸까... 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난 지금은 왜 노정태님이 이 책을 번역했는지 알 것 같다. 노정태님은 '환경'과 '관습'이 개인의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모든 것을 '개인의 책임'으로 몰고가는 세태에 경고를 던지고 싶으셨던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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