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모노 노리오, <행동 경제학>, 지형.

예전엔 경제학에 관심이 없었다. 고등학교 때 경제를 가르쳤던 선생님이 맨날 실업과 인플레이션만 했던 것도 그 원인 중 하나일 것 같은데, 어쨌든 재미없고 딱딱한 학문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naki가 나에게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권해주었고, '역사'의 흐름에서 경제학을 다루는 책을 읽어보니 내가 생각했던 경제학과는 전혀 다른 신천지가 펼쳐졌다 +_+ 이후 이론 그 자체에도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급기야 2007년 초에는 혼자서 <맨큐의 경제학>을 독파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_-;

한편, 대학에 와서 교양으로 수강한 과목 중에 나에게 깊은 감명을 준 과목이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임종태 교수님의 <과학기술과 역사>이고 또 하나는 김정훈 교수님의 <심리학 개론>이다. 전에도 썼지만[1], 이 과목에서 나는 '심리학'을 하나의 과학으로 배웠고, '과학적인' 심리학 실험들을 보면서 매력을 느꼈다. 헌데 그 중에 "인간은 비합리적이다."라는 걸 밝힌 실험이 있었다. 로마자 알파벳과 숫자가 쓰인 카드를 가지고 하는 실험[2]인데, 일반적으로 인간은 형식논리의 과정을 거쳐서 추론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였다. 경제학의 주요소 중 하나가 '인간의 합리성 가정'인데, 심리학은 인간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이 모순을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에서 행동 경제학이 시작되었다.

행동 경제학은 기존의 경제학을 부정하는가? 언뜻 보면 중심 가정을 부정하기 때문에 기존의 경제학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체계를 가지고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행동 경제학은 기존 경제학의 도구들에서 '합리성'을 약간씩 손봐서 다시 사용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효용'이라는 개념을 생각해보자. 기존 경제학에서는 특정 물품의 효용이 한 개인에 대해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우리는 살아가면서 효용이 변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행동 경제학은 심리학의 도움을 받아 효용이 어떻게 변하는지 모델링하고, 그 결과를 경제학 이론에 도입한다.

이 책의 목차를 보면 눈이 핑핑 돈다. 휴리스틱과 바이어스, 프로스펙트 이론, 프레이밍 효과, ... 하여간 쉽지 않은 단어들이 계속 튀어나온다. 솔직히 처음 책을 펼쳤을 때는 좀 쫄았다. '과연 내가 이걸 이해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책을 조금씩 읽어나가면서 예전에 공부했던 심리학과 경제학이 서로 부드럽게 융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이와 같은 이론들을 만들어낸 사람들에게 존경심이 생기더라. 괜찮은 책 :$
by 로보스 | 2009/09/02 16:22 | |감상| | 트랙백 | 핑백(1)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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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음사. 폴 스트레턴, 멘델레예프의 꿈, 몸과마음. 미셸 모랑쥬, 실험과 사유의 역사 - 분자생물학, 몸과마음. 경제학 도모노 노리오, 행동 경제학, 지형. (8/25-8/28) [감상문] 역사 에릭 홉스봄, 혁명의 시대, 한길사. 에릭 홉스봄, 자본의 시대, 한길사. 에릭 홉스봄, 제국의 시대, 한길사. 제프 일리, The Left 1848-2000, 뿌리와이 ... more

Commented by wolga at 2009/09/02 17:55
어려운 연구 분야로군요.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로보스 at 2009/09/03 11:26
wolga님// 네, 어려우면서도 재미있는 분야인 듯 싶습니다 :)
Commented by versilov at 2009/09/21 13:20
혁명적인 연구결과였죠. 몇개월 전에 경영학을 공부하시는 분께서 추천해주셔서 읽었었는데 인간을 일개의 개체로 보고 그 행동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해서 경제를 보는 눈이 참 신선했었습니다. 그 이후로 무의식적으로 어떤 행동을 한 후에 이건 휴리스틱이네! 이러고 다녔던ㅋㅋ 이 이론으로 저자는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던걸로 기억합니다? ㅋ
Commented by 로보스 at 2009/09/22 14:16
versilov님// 저 역시 신선하게 읽었습니다 :D 그건 그렇고 저자가 노벨상을 받은 게 아니고 이 이론을 만들어 낸 사람들이 노벨상을 받은 것 같은데요 ^^;
Commented by versilov at 2009/09/22 14:19
제가 잘못알고 있었군요. 저자가 그 일원인줄 알았습니다 -_-;;
Commented by 로보스 at 2009/09/22 16:21
versilov님// 헤헤 뭐 중요한 건 저 이론이 노벨상을 받을만한 업적이라는 거겠죠 ㅎ
Commented by versilov at 2009/09/22 17:10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도 참 재밌는 책이죠. 복학축하드립니다.
(전 1년 남았다는...)
Commented by 로보스 at 2009/09/22 18:01
versilov님// 아직 4개월 남았습니다 ;;; <죽은 경제학자의 ...>도 좋은 책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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