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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이 책의 이름은 익히 듣고 있었다. 큐티집에 좋은 책으로 소개되기도 했었고, 주위의 기독교인들이 추천하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묵상집'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로선 굳이 이 책을 사서 읽을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최근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들을 여럿 듣게 되었다. 우선 에른스트 블로흐의 책 <서양 중세·르네상스 철학 강의>에 토마스 아 켐피스가 등장한다 ㄷㄷㄷ; 중요한 사상가로 다뤄지는 건 아니지만, 수도원 운동에서 나름의 역할을 수행한 사람으로 나온다. 특히 이 책 <그리스도를 본받아>가 교회에 제법 영향을 미쳤다기에 호기심이 동했다. 그러던 차에, 전혀 상관 없을 것 같은 키르케고르를 읽는 중에 키르케고르가 이 책을 그렇게 좋아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이 책의 사상이 키르케고르에게 깊은 감화를 줬다나? 도대체 어떤 책이기에? 이런 전차로 책을 사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우리 교회 대학부의 ㅇㅎㅈ님께서 나에게 이 책을 선물해주셨다! 이게 웬 횡재인가 어기둥둥- 사연인즉슨 이렇다. 평소에 내가 어려운 책 매니아라는 이미지(네 이미지일 뿐이지 절대 사실은 아닙니다)를 갖고 계신 ㅇㅎㅈ님. 뭔가 책 선물을 해주기 위해 기독교 서점에 왔는데 영 '어려운' 책이 안 보인다. 고민을 하다가 이 책을 잡았는데, 아니 저자 이름이 "토마스 아 켐피스"? 이건 중세 사상가의 포스!!! 그렇게 간택된 책이 나에게 넘어온 것이다 ;ㅁ; 아흑 감동... 책 이야기는 안 하고 엉뚱한 이야기로 바이트를 낭비했다. 다시 돌아와서... 이 책은 금욕적인 생활을 강조하고 있는 묵상집이다. 신앙생활에 대해 필자가 깨달은 바를 앞부분에선 평이한 글로, 뒷부분에선 예수 그리스도와 수도자 간의 대화체로 기록하고 있다. (아 그러고보니 곳곳마다 성경의 근거 구절들이 표시되어 있는데, 이거 원작에도 있는 건가?) 물론, 중세 시대의 글이다보니 우리에게 익숙한 글 구조를 갖고 있지 않아 읽는 게 그리 쉽지는 않다. 이 책의 느낌은, 뭐랄까, 성경의 <전도서>와 비슷하다. 1장은 정말 <전도서> 속편이라고 해도 되겠다 싶었다. 세상의 여러 활동들이 얼마나 무익한 것인지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1장 초반이었다. 필자는 여기서 지식욕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를 강하게 설파한다. 딱 <전도서>다. "나는 지혜가 무엇이며, 미친 짓과 어리석음이 무엇인지를 알고자 생각해 보았으나 이것 역시 바람을 잡는 일과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혜가 많으면 괴로움도 많고, 지식을 쌓으면 그만큼 고통도 늘어난다. (전도서 1:17-18, 쉬운성경)" 늘상 더 많은 지식을 추구하는 나에게 경종을 울리는 이야기였다. 어거스틴 수도회의 수도사였던 필자. 당연히 로마 가톨릭 교회에 속해 있던 사람이고, 그걸 반영하듯 이 책 곳곳에는 가톨릭 교리가 묻어난다. (외경의 인용, 화체설 등)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개신교회 교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 세부적인 교리를 읽으려고 보는 책이 아니라 신앙생활의 '자세'를 배우기 위해 보는 책이기 때문일 것이다. 금욕적인 생활이 도움을 준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것이 신앙 생활의 핵심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나로선 이 책의 내용에 100% 동의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이 책의 가치를 인정한다. 확실히, 추천받을 만한 책이다. ㅇㅎㅈ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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