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돈, <한국고대사의 이론과 쟁점>, 집문당.

아 이 책은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분명 어디선가 추천글을 읽고 구입했을텐데... 초록불님 블로그? 잘 모르겠다. 어쨌든, 산 지는 꽤 된 책이다. 문득 집 책꽂이를 보니 이 책이 다소곳이 꽂혀 있길래 꺼내서 읽어보았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논문집'이다. 저자가 쓴 여러 편의 논문들을 엮어 한 권의 책으로 냈다는 말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모든 논문들이 한국 '고대사'에 관한 논문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실질적으론 초기 왕국 시대부터 통일 신라-발해 시대까지 다양한 시대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딱히 공통점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하다.

솔직히 고백한다. 이 책을 딱 펴서 읽기 시작하니 갑자기 졸음이 몰려왔다 =_= 첫번째 장이 너무 지루했던 탓이다. 첫번째 장은 한국사에서 '고대'와 '중세'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대해 논하는 장인데, 리뷰 논문처럼 지금까지 나온 주장들을 전부 정리하고 시작한다. 저자는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으로 각 진영의 주장과 그에 대한 반박을 소개하는데, 어쨌든 아악 죽을 것 같아 ㄷㄷㄷ 완전 뜬구름 잡는 얘기다 ㅠㅠ "마르크스주의의 시각에서 볼 때 봉건 제도가 시작된 시점을 중세로 봐야 하는데, 한국사에서 봉건 제도는 이러이러한 제도의 도입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등등. 일단 첫번째 문장에 동의 안 하는 인간들도 많을테고, 두번째 문장도 그냥 각자 생각하기 나름이잖아! 뭐 이쪽 전공자들에게는 중요한 얘기일 수도 있겠다만, 나한테는 너무 힘들었다규 흑흑 T_T

어렵게 어렵게 첫번째 장을 넘어가니 그 다음부터는 상대적으로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고대 국가에서 '부(部)'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소국의 왕들은 어떤 위치를 점하고 있었는지, 삼국의 관등제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었는지 등등, 어렸을 때 관심 있게 읽었던 이야기들이 학술적인 표현을 덧입고 다시 등장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기본적으로 논문집이기 때문에 각 글꼭지의 통일성은 좀 떨어지지만, 그래도 같은 장(章) 내에 있는 글꼭지들끼리는 밀접한 관련이 있는 듯 했다. 예컨대 2장에서는 먼저 저자의 기본적인 시각을 보여주는 글을 소개하고, 이어 그 시각을 '적용'하여 다른 사료들을 해석하는 글들을 실어 놓았다.

역사학계의 동향에는 무지한 관계로 이 책에 실린 내용들이 학계에서 얼마나 인정받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읽으면서 '이것이 역사학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2장 3절에서 비문을 해석하는 부분에서는 내 머릿속에서 그려지던 '진짜' 역사학을 보고 있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금석학 말고는 가짜 역사학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ㅠ 그냥 내가 갖고 있던 이미지가...) 그러고보면, 이 책은 논문집이잖아? 역사학 학술지에는 이런 재미있는 글들이 실리는 것인가! +ㅁ+ 우왕ㅋ굳ㅋ
by 로보스 | 2009/08/17 21:47 | |감상| | 트랙백 | 핑백(1)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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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2000, 뿌리와이파리. (3/8-) 김희영, 이야기 중국사, 청아출판사. 자와할랄 네루, 세계사 편력, 일빛. 노태돈, 한국고대사의 이론과 쟁점, 집문당. (7/25-7/29) [감상문] 마크 스틸, 혁명만세, 바람구두. 박홍규, 아나키즘 이야기, 이학사. 이성덕, 종교개혁 이야기, 살림. (7/12) [감상문] 전국역사교사모임, 역사,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까 ... more

Commented by 초록불 at 2009/08/17 22:24
저 교수님 글이 좀 지루합니다. 그런데도 재미있게 읽으셨네요.
Commented by 로보스 at 2009/08/18 10:42
초록불님// 앗 초록불님! 몇몇 글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Commented by Wizard King at 2009/08/17 23:36
저도 나중에 읽어봐야겠군요. (...다른 모든 책이 그렇듯이 이 역시 언젠가...)
Commented by 로보스 at 2009/08/18 10:42
위자드킹// ㅋㅋ 과연 읽을 수 있을 것인가! 두둥!
Commented by Bloodstone at 2009/08/18 14:03
역시 너무 어렵군요. 가끔씩 이과생임을 감사하게 됩니다ㅠㅠ
Commented by 로보스 at 2009/08/18 14:35
Bloodstone님// 과학 글을 읽으면서 문과생임을 감사해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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