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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통계를 이용한 사기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그렇다고 <알을 낳는 개>처럼 학술적인 관점에서 쓰여진 책은 아니고, 그리 어렵지 않은 구체적 사례들을 모아서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그러다 보니 통계학이나 경제학 쪽 지식이 많지 않은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기자라서 그런지 대부분의 소스가 신문 기사였는데, 실제로 일반인들이 제일 쉽게 낚이는 경로가 신문 기사임을 생각해보면 확실히 도움이 될 것 같다. 신문 기사에서 통계가 주로 사용되는 분야를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겠지만, 이 책의 소재는 주로 금융/경제 관련된 통계였다. 경제성장률이라든지 이율이라든지 주가라든지... 나중에는 통계 얘기는 뭔 소린지 알겠는데 금융 용어가 무슨 뜻인지 잘 안 와닿아서 헷갈리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기사를 '비판적으로' 읽는 법을 배운 독자가 있다고 해보자.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모든 기사를 비판적으로 읽는 것? 사실 글을 비판적으로 읽는다는 것은 꽤 중노동이다. 일일이 통계 자료를 살펴보고 그 원 소스를 확인해서 통계의 본의가 잘 반영되었는지 알아야 하고, 샘플링은 잘 이루어졌는지, 그래프는 왜곡되지 않게 그려졌는지 등등을 다 살펴봐야 한다. 이런 식으로 모든 기사를 살펴본다면 신문 하나를 보는데 얼마나 걸릴까? 게다가 본인의 사상과 일치하는 글이 있다면 그 글은 비판적으로 읽기 더 힘들어진다. (아닌가 나만 그런가a) 예로 이런 상황을 생각해볼 수 있다. 나는 자살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느 기사에서 우리나라의 자살율을 OECD 평균과 비교해서 자살이 문제라는 식의 결론을 내렸다. 이 때 내가 굳이 저 통계를 뒤져서 그게 참말인지 분석해볼까? 나라면 안 한다 --; 더욱 큰 문제는, '비판적으로 읽는 법'이 기사의 신뢰도와 100% 연결되어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기사에서 인용한 통계가 비판적 독법에 의해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해도, 그 기사 자체의 논지가 기각되는 것인지 아닌지는 별개의 문제다. 그리고 내 생각엔 이쪽을 판단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고 훨씬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비판적 독법이 생각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는 못하리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지구 온난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지구의 표면 온도를 매 1년마다 평균 낸 통계 자료를 인용한 기사가 있다고 하자. 그리고 그 자료가 통계적으로 사기였다고 하자. 그렇다면 지구 온난화는 개뻥인가? 당연히 아니다! 근거 하나가 기각되었다고 결론이 무효가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가끔 '비판적 독법'을 적용해 글의 특정 근거가 잘못되었음을 보이고는 바로 결론을 기각해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비판적 독법을 잘 쓰려면 글 전체의 흐름과 논지를 파악하는 법부터 배워야 하지 않을까? 어쨌든 이렇게 해서 특정 기사에 포함된 통계가 잘못 인용되었음을 밝혔다고 하자. 그럼 기자보다 본인이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면 끝일까? <알을 낳는 개>의 저자들이 이야기하듯, 난 이걸 기자에게 피드백해주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피드백했을 때 어떠한 변화가 있을 수 있을까? 기자에 대한 불신이 가득해서 그런지, 나는 기자가 그 기사를 다시 고쳐쓰는 수고를 할 것 같지 않다. 이후의 기사에서 딱히 더 조심할 것 같지도 않고. 사실 이런 통계학 지식은 기자들에게 교육해서 처음부터 기사가 이런 식으로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과연 이 지식이 없어서 기자들이 사기를 치는 건지는 모르겠다. 사실 나는 문제가 조금 더 복잡하다고 생각하는데, 단순히 '진리'를 감춘 채 통계를 갖고 얼렁뚱땅 사기치는 거라면 그나마 쉽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문제다. 이 책에서도 종종 그런 얘기가 나오지만, 동일한 대상에 대해 통계 처리를 했어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상반된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이 책에선 이 문제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해서 제일 타당한 결론을 취해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다각도'의 범위 또한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 않을까? 즉, 통계를 해석하는 데에도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합리적인' 답과 '비합리적인' 답은 구분해야 한다. 내 말은 '합리적인' 답이 여러 개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또 이렇게 글을 써놓으면 "그럼 비판적 독법이 필요없다는 얘기냐?"고 따지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다. 분명 비판적 독법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독법의 한계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비판적 독법은 개개의 '근거'를 반박할 때만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비판적 독법으로 나오는 '대안 해석'이 하나만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한계를 알고 제대로 활용할 때에 의미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지 않을까. @ 휴. 좋은 지식 전해주는 책에다 대고 너무 쓸데 없는 소리를 한 건가. 맨날 열심히 세상을 정화하느라 수고하시는 분들한테 딴지만 걸어대서 죄송하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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