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친절한 복희씨>, 문학과지성사.

얼마 전에는 생일이었다. 선물을 줄 거면 책으로 달라고 주위에 하도 떠들고 다녔더니 꽤 많은(?) 책이 생겼다. 특히 내가 스스로 잘 찾아서 보지 않는 문학책을 많이 받아서 기쁘다. 이 책도 그 중 한 권인데, 친한 교회 친구가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이라고 골라준 책이다. 내가 다 읽고 나니 자기가 홀랑 빌려가더라 -_-;

박완서 선생에 대해 무슨 말을 덧붙이겠는가. 하지만 부끄럽게도, 이 책이 내가 첫번째로 잡은 선생의 책이다. 집에서 소설을 즐겨 읽는 사람은 아버지 뿐인데, 아버지께서 주로 읽으시는 책이 역사소설 쪽이라는 게 한 가지 핑계라고나 할까. (저 '역사소설'은 김훈, 최인호에서 김진명, 이인화에까지 상당히 넓은 범위에 걸쳐져 있다;) 그러고보니 다른 한국 작가들도 별로 읽은 적이 없다 =_= 에이, 구차한 변명은 그만 늘어놓고 이 책에 대한 이야기나 늘어 놓자.

이 책은 '소설집'이다. 당연히 소설마다 주인공이 다르고 배경이 다르고 플롯이 다르다. 그런데도 읽으면서 묘한 통일성을 느낄 수 있었다. 우선 당연히 '문체'의 통일성이 있을 것이다. 부드럽고 담담한 느낌의 글들이 찬찬히 지나가는 것이 편안한 느낌을 준다. 요건 뭐 워낙 유명한 이야기긴 하지만 내가 작가의 책을 읽은 게 처음이니까...

형식적인 측면에서 말하자면, 첫번째, 책의 주인공이 '젊은이'가 아니다. 내가 읽어본 소설들에서는 주로 20대, 혹은 30대가 주인공으로 나왔는데, 이 책에서는 대부분의 주인공이 50대 이상의 중노년이다. 이들은 자신들만의 '삶'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소싯적'의 영광에 묻혀 살거나, 자식들의 배경으로 사는 그런 노년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과 감정을 가지고 움직이는 또 하나의 '삶'이라는 것이다. 방향은 다르지만 영화 <죽어도 좋아>의 컨셉이 연상된다.

두번째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 책에서 '깨달음'이 꽤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 몇 편을 읽을 때는 아예 일정한 붕어빵 틀에 반죽과 소만 달리 해서 찍어낸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문학은 잘 모르지만 고등학교 때 배운 용어들을 억지로 갖다 붙여보자면, 이 소설들의 '클라이막스', '갈등의 해소'는 하나의 깨달음, 생각의 전환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떤 소설들은 다른 등장 인물이나 배경의 전환, 심지어 데우스 엑스 마키나 등을 통해 갈등을 해소해버리는데, 이와 비교해 볼 때 주인공의 '깨달음'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상당히 독특해보였다. (주인공의 단순한 심리 변화가 아니라 '깨달음'이다!) 이를 통해 이 책은 "세상 만사 마음 먹기 나름 아니겠는가"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기도 하고, 혹은 주인공의 깨달음을 통해 독자에게 교훈을 전달하려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에이, 비평은 다 집어치우고, 그냥 편안하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다지 '공감'할 만한 구석이 없었다는 게 나한테는 조금 아쉬웠달까. 나야 나이도 어리고 여성도 아니니 말이다.
by 로보스 | 2009/06/01 17:43 | |감상| | 트랙백 | 핑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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