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종, <역사왜곡과 우리의 역사교육>, 책세상.

키즈나님께 백만년 전에 약속[1]해놓고 이제서야 쓰는 독후감. 이 책도 초록불님께서 소개[2]해주신 책이다 :) 초록불님 말씀대로 얇고 어렵지 않은 책으로, '역사교육'에 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얇은 책이니 그냥 목차를 떠다 놓고 이야기하는 게 편할 것 같다.

제1장 우리 역사교육의 현실
1. 학교 역사교육과 대중역사교육
2. 역사교육은 과연 필요한가
3. 디지털 시대의 역사학과 역사 교육

제2장 교육제도에 나타난 역사교육
1. 교육과정의 개정과 역사교과
2. 역사교사 양성체제

제3장 역사교육은 이데올로기의 도구인가
1. 일본의 역사왜곡과 한국의 국사교육
2. 민중사학론과 역사교과서 비판
3. 신동엽의 동학. 박정희의 동학
4. 민족주의 역사교육을 보는 두사람

제4장 역사교육의 새로운 모색
1. 교사가 만드는 역사교육
2. 인간의 삶을 느끼는 역사수업
3. 일상생활의 역사
4. 멀티미디어 시대의 역사교재

맺는 말 : 역사교육이 나아갈 길
1. 교과로서 역사의 정당성
2. 이념과 내용, 방법을 하나로


목차만 갖고도 독후감을 한 편 쓸 수 있을 것 같지 않은가? -_-;; 실제 책 내용도 각 장절의 제목에 충실하게 이루어져 있어 이 목차를 읽은 사람은 이미 이 책을 읽은 거나 다름 없다고 할 수 있다. (진지하게 믿으면 골룸)

장절의 제목들로부터 유추할 수 있듯, 이 책에서는 현재 역사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면서 과연 어떤 역사교육이 '올바른' 것인지를 고민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각 장의 독립성이 상당히 강하다는 점이다. '역사교육'이라는 키워드 하나로 연결될 뿐, 한 장에서 다음 장으로 넘어갈 때 주제가 확 바뀌어버리니 상당히 당황스럽다. 뭐, 얇은 책에 다양한 측면을 담으려다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내용 자체는 상당히 견실하다. 저자는 자신의 의견을 명시적으로 피력하기보다는 다양한 현실을 보여주면서 독자가 스스로 판단하게 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수치와 자료를 근거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설득력이 있다.

자,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져보자. 그럼 우리는 왜 역사를 배워야 하는가? 그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역사교육의 방향성도 결정될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불행히도 이 책에서는 이에 대해 확실한 답을 내리지 않는다. 저자는 이것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소개한 후, 각각을 반박하면서 상당히 넓은 제약조건만을 제시한다.

지금까지 역사를 왜 배워야 하느냐의 문제에 대해서 논의했다. 이 문제를 다룬 다른 많은 책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 또한 그에 대한 명쾌한 결론을 내리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그 대답을 얻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학교 교육에서 역사 교과의 가치를 확립하기 위해 역사를 배워야 한다는 정당성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 (중략) 이미 논의했듯이 역사는 자연 현상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관련된 인문학적 과목이라는 것, 역사 연구는 가치중립적이 아니라 역사가의 가치관이 개엽된 것이라는 것 등과 같은 역사학의 성격은 역사교육의 본질적인 가치를 정립하는 데 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54-156쪽)

조금 아쉬웠다. 확실한 답을 내려주길 바랐는데. 그럼 내가 고민해 봐야지. 우리는 왜 역사를 배워야 할까? 이전에 <굿바이 E. H. 카>에서 읽은 바에 따르면, 카는 역사학의 목적이 '진보'에 있다고 보았고, 현대 역사학자들 중 많은 수는 역사학의 사명이 그저 역사 속에서 '이야기'를 찾아내는데 있다고 한단다. 카의 입장을 따르자면 역사교육의 의미가 분명해지겠지만, 최근 유행하는 입장을 따른다면 역사를 가르쳐야 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학문적인 효용 외에는 찾기가 힘들어 보인다. 이 문제는 앞으로도 두고두고 좀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인 것 같다.
by 로보스 | 2009/05/16 16:38 | |감상| | 트랙백 | 핑백(1)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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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05/16 20:1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로보스 at 2009/05/18 08:57
비밀글님// 아아 그렇군요 +_+ 좀 더 정성들여서 쓸 걸 그랬나 봅니다. 하지만 이 책이 괜찮은 책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답니다 ^^

역사 공부의 목적에 대해서는, 말씀하신 것 같은 부분도 있겠군요. 그러고보니 인문학 전반을 공부하는 이유도 어느 정도 거기에 맞닿아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저는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인데,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역시 핏줄(?)은 못 속이는군요 :D
Commented by Wizard King at 2009/05/16 20:59
질문에서 냅다 회피하는 대답이긴 하지만;; 전 그런 물음을 들을 때마다 프로이트가 한 말이 생각나더라고요. "우리는 어떤 직접적인 효용 때문이 아니더라도 연구를 계속할 수 있는 권리와 함께 의무까지도 지니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어디서, 언제 지식의 모든 부분들이 유용한 것으로 바뀔지, 즉 치료의 능력을 보일지 모릅니다." 종국에는 그의 학문이 치료라는 목적 앞에서 실패하긴 했어도, 이 표현은 일반론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믿거든요.

전 역사 교육의 목적이 과거에 이미 벌어진 일을 나중에 '인용'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사전적인 의미에서의 인용뿐 아니라 이미 일어난 일을 속으로 기억하거나 언어로 발화하는 행위를 다 포함해서 말이죠. 그런데 형의 포스트의 질문을 이 단어를 써서 바꿔보자면 예의 문제는 '역사를 인용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목적은 무엇인가?'가 될 텐데 (...) 그건 그야말로 그때그때 달라서 언제 어떤 쓸모로 인용되기 '위해'서만 가르쳐지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Commented by 로보스 at 2009/05/18 09:04
위자드킹// 음. 프로이트의 지적은 어느 학문(?)에나 적용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어. 그의 말대로라면 점성술이나 혈액형 결정론을 연구하는 것과 심리학이나 역사학을 연구하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데, 그럼 우리는 언제 효용이 생길지 모르니 점성술 연구에도 돈을 투자해야 할까?

어쨌든 '인용'이라는 위자드킹의 이야기는 의미가 있네. 근현대사의 많은 사건들을 보면 더욱 그렇고. 그런데 인용이라는 것은, 결국 과거의 사건을 '정확히' 우리가 재현할 수 있다는 걸 내포하고 있지 않은가? 사실 역사교육에 있어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카의 유명한 선언에서도 드러나듯, 역사적 사실의 '재구성' 및 '해석'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애초에 우리가 100% 정확히 알 수 있는 역사적 사실이 몇 가지나 될까?)
Commented by Wizard King at 2009/05/16 21:01
가만 생각해 보니 카가 '진보'를 위해서라고 말했다면 그건 학문 자체가 지닐 수 있는 광범한 효용성보다도 약간은 정치적인 함의가 있는 목적에 무게를 둔 것 같아요.
Commented by 로보스 at 2009/05/18 09:05
위자드킹// 어라. 난 그냥 정치적인 진보로 이해했는데 ^^;
Commented by Bloodstone at 2009/05/17 09:26
좀 곰팡내나는 의견입니다만, 저는 이후에 '어떤 목적도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지식을 축적하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봐요. 인간의 사회 구조를 개선한다거나 어떤 '진보'를 얻어 낸다는 것이 인간을 위한 일이라면, 인간이 가진 지식욕과 탐구심을 사실에 대한 지식을 얻음으로써 해소하는 것 역시 그만큼 인간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니 말이지요. 역사 속에서 찾아낸 하나의 일관된 이야기가 과거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을 해소해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목적이 아닐까요?
Commented by 로보스 at 2009/05/18 09:08
Bloodstone님// '곰팡내 나는 의견'이라고 소개해주셨지만, 저도 상당 부분 공감합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역사 교과가 사회 교과와 분리되어 존재해야 하고, 특별히 강조되어 교육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정치인들에게 설득시키기 어렵겠죠. 학문 연구라면 남이 뭐라 하든 내가 느끼는 가치에 만족하며 살면 되지만, 사회적으로 영향을 끼치려면 타당한 '설득 과정'이 필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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