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애하는 의사 선생님(연기자 겸업)께서 추천해주신 책. 사실 제목에 살짝 낚였다. 구체적인 사법 사례들을 다루는 책인 줄 알았는데 법의 정신에 대해 설명하는 책이다. '법'을 다루는 '교양서'인 건 맞는데,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법 철학'에 관한 교양서라고 생각한다. (음 사실 이쪽에 대해 잘 몰라서 이 용어가 맞는지도 모르겠다 -_-) 이 책의 주제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법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진리가 아니다!"라고 할 수 있겠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다지 당연하게 안 받아들여지는 말이기도 하다. 법은 수많은 사회 성원들의 알력 다툼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조문 속에는 그 다툼의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저자는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 이 주제를 차근차근 설명하는데, 솔직히 별로 기억은 안 난다 -_-; 기억이 별로 안 나는 것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바에 대부분 동의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충격스러운 주장이 있어야 기억이 나지 ㅎㅎ) 기독교 신학에서 죄, 법, 벌 등의 개념을 어떻게 다루는지 수박 겉에 묻은 먼지 하나 핥기 수준으로 배운 적이 있는데, 그 개념과 이 책을 비교해보니 흥미로웠다. 책에서도 저자가 이야기하지만, 기독교 신학에서는 '법'을 신에 의해 주어진 것으로 본다. 반면 이 책에서는 법이 '자연적으로' 발생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창세기 4장에 나오는 '인류 최초의 살인 사건'을 그 예로 제시하는데, 일단 행위가 있었고 그 행위에 대한 처벌을 만드는 과정에서 법이 생겼다는 것이다. 하긴 창세기 4장을 읽어보면 신이 살인을 금하기 전에 살인이 일어났고, 신이(!) 그 살인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살인에 관한 법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묘사되어 있기는 하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것은, 저자가 이것을 성경에 최초로 등장한 '법'이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나는 성경 최초로 등장한 법은 창세기 2장에 나오는 '선악과 금령'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여호와 하나님께서 그 사람에게 명령하셨습니다. “너는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의 열매를 마음대로 먹어라. 그러나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만은 먹지 마라. 만약 그 나무의 열매를 먹으면, 너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 (창세기 2:16-17, 쉬운성경) 법을 구성하는 요소가 뭔지는 공부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법적 강제력을 행사하는 주체, 강제력이 발효되는 조건, 강제력이 작용해서 나오는 처벌이 대충 그 요소라고 한다면 이 금령은 법의 요소를 다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주체로 신이 등장하고 있고, 조건으로 "만약 그 나무의 열매를 먹으면", 처벌로 "너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가 있지 않은가? 이 기사가 창세기 4장보다 시간적으로 선행된다고 한다면, 기독교 신학에서 "'법'은 신이 제정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인류 문화를 하나의 유전체로 보는 밈(meme) 이론을 가지고 법을 설명하는 것도 제법 흥미롭다. 즉 원래는 여러 종류의 법이 존재했는데, 개중 해당 환경에서 가장 적합하게 살아남는 법이 후세에 전달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일례를 들어 춘추전국시대에 우세했던 법 철학은 법가였지만 한대 이후에는 유가가 득세하지 않는가? 이는 해당 환경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법 철학이 살아남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에서도 각 환경의 차이점과 왜 그 법 철학이 득세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아, '가장 적합하게 살아남는',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과 같은 표현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이 표현들의 의미는 특정 사회에 그 법 철학을 적용했을 때 그 사회가 가장 강력해질수 있다는 의미이다. ('강력해지다'도 좀 모호하네 -_- 대충, 전쟁 중이라면 전쟁에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쪽을 얘기하는 것이고, 평화 중이라면 후대 역사에 영향을 많이 주는 쪽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하자.) 주위에 법 공부하는 사람들이 좀 있어서 이쪽 이야기를 가끔 듣는데, 어렸을 때는 정말 머리 아프다고 생각했던 법이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생각을 한다. 나중에 기회가 허락하면 법학개론 같은 수업을 듣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
Calendar
메모장
카테고리
|소개||일기| |감상| |과학| |잡념| * 홈페이지 ('02-'03) * 네이버 블로그 ('05-'06) 최근 등록된 덧글
낙동강 방어선 결사항전..by _tmp at 00:31 안녕하세요 요즘 한가해.. by 김은수 at 00:22 난 이런 것만 보면 전국 .. by 긁적 at 01/06 허허허허허허허. by 긁적 at 01/06 부산의_위엄.jpg by 소시민 at 01/06 허허허 좋군? ㅋㅋㅋ by Yuki37 at 01/06 허허허... 완전히 눈밭.. by 매치어 at 01/06 barb님// 메일로 보내드.. by 로보스 at 01/06 앗 정말 감사합니다 이글.. by barb at 01/05 비밀글님// 아 도와드리고.. by 로보스 at 01/05 wolga님// 감사드립니다.. by 로보스 at 01/05 올해도 좋은 글 많이 쓰시.. by wolga at 01/04 귀염둥이님// 걱정해주시.. by 로보스 at 12/30 끝나지않은2000년의 전쟁-.. by 귀염둥이 at 12/29 moomo님// 안녕하세요.. by 로보스 at 12/28 독서리스트 책들은 어떻.. by moomo at 12/28 비밀글님// 네, 저도 번.. by 로보스 at 12/25 귀염둥이님// 말씀은 감.. by 로보스 at 12/25 이책은 이슬람과 유대인.. by 귀염둥이 at 12/25 ExtraD님// 어이구 Extr.. by 로보스 at 12/22 최근 등록된 트랙백
네이트온 사칭 - 메신저..by ★ Stella et Fossilis 2007 - Gerhard Ertl by 한글 Scheme으로 루저 인증.. by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루져 테스트 [asp.net] by 緣 루저코드 - 파스칼 버전 by Divine Power 이글루 파인더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