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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불님 블로그에서 소개를 보고 구입한 책. 읽어보니 초록불님 독후감을 보고 이 책에 대해 떠올린 이미지에 정확히 일치하는 책이었다. 소위 말하는 유사과학(pseudoscience)에 대한 비판서이다. 원제는 Quantum Leaps in the Wrong Direction(잘못된 방향으로의 양자 도약)인데, 대중에게 다가가기에는 더 어려운 이름이지만 난 왠지 이쪽이 끌린다 -_-* 이 책은 일반적인 과학자들이 유사과학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입장을 잘 정리해서 보여주고 있다. 책 전체에 흐르는 과학철학은 포퍼의 반증주의로, 이 책에선 포퍼가 이미 마르크스주의와 아들러 심리학을 비판하면서 했던 논증[1]을 여타 유사과학에 적용하여 비판한다. "과학은 반증가능해야 한다. A는 반증가능한가? 아니다. 따라서 A는 과학이 아니다." 이 책에선 A에 대입되는 이론(!)들로 UFO와 외계 생명체, 임사체험과 빙의, 점과 점성술, 창조과학, 초능력 등 다섯 가지를 선정하였는데, 아마 과학자들이 일반적으로 가장 반대하는 녀석들이 아닐까 싶다. 우와 이 책 정말 짱이에염 >ㅁ< 이론 나뿐 님들이랑 싸우느라 과학자님들께서 을매나 고생이 마누실지 흑흑 ㅠㅠ 이라고 하면 로보스가 아니지. 오해의 소지를 무릅쓰고 이 책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해보겠다. 그래도 오해를 막기 위해 신앙고백부터. "나는 위에서 언급된 다섯 가지가 과학이 될 수 없음을 믿고 있으며, 이들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 이 책을 비판하는 포인트들은 절대로 저 다섯 가지의 옹호 근거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먼저 저 책의 근저에 깔려 있는 철학이 타당한지 생각해보자. 포퍼의 반증주의가 '실제 과학'을 충분히 반영하는 철학인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만약 반증주의가 하나의 허상일 뿐이라면 반증가능성은 과학과 유사과학을 엄밀히 구분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정말 과학자들이 반증가능성을 그들의 연구 속의 중요한 기준으로 여기고 있는가? 뭐, 머릿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 연구 현장에선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2]. 또한 이들은 과학적 실재주의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데, 과연 그것이 옳은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과학이 기술하는 세상과 실제 세상은 동일한가?" 나는 과학에 대해 도구주의적인 입장에 서있기 때문에 이 주장에도 찬성할 수 없다. 좋다, 뭐 복잡한 철학 얘기는 다 집어치우고, 그냥 상식 수준에서 이야기를 해보자. 내 생각에는 이 책에 조금 이상한 부분이 있는데, 종종 유사과학 현상을 소개하면서 그들에 대한 합리적인 반박 대신 "봐라 얘네 이렇게 이상한 소리를 한다. 미친 거 같지?"라는 식의 유도만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들이 정말 과학자의 입장에서 유사과학을 비판하고자 했다면 모든 항목에 대해 '합리적'이고 '정합적'인 비판을 제시했어야 하는 게 아닐까? 물론 "우리는 A가 존재한다고 믿는다."라고 떠드는 사람들과 "A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논쟁한다면 존재한다고 믿는 측에서 증거를 보여야 하는 것은 맞지만, 지금은 대등하게 논쟁하려는 게 아니다. "잘못된" 신념을 가진 자들을 설득하려면, 최소한 A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야 하는 타당한 근거를 제시해야 사람들이 설득되지 않을까? (여기서 오컴의 면도날을 가지고 나오면 실격이다. 오컴의 면도날은 '과학이 기술하는 세상'의 존재성을 다루는 도구이지 '실제 세상'의 존재성을 다루는 도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긴, 과학적 실재주의자들이라면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고 살면 되겠네. 하지만 세상엔 당신들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걸 염두에 두시길. 내가 원하는 '근거'는 거창한 게 아니고 존재한다고 믿는 측에서 제시한 증거들이 다 허술하고 비합리적이라는 걸 보여주는 수준이면 된다.) 책 전반에 흘러 넘치는 저자들의 '독단적'인 태도도 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이들이 UFO 믿는 사람들을 진리를 모르는 한심한 사람들로 여기는 태도는, 과학 제국주의의 철옹 같은 오만을 느끼게 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진리'라고 믿고 그걸 전파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는데, 과연 그게 '진리'일까? 어차피 무엇이 진리이고 무엇이 진리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은 인간의 신념 아니겠는가. (종종 어떤 과학자들은 과학은 신념이 아니라 사실 그 자체라고 떠들어대는데, 과학이 실재를 기술한다는 것 또한 신념이다. 왜 이걸 이해하지 못할까?) 이들이 이 책에서 열심히 써먹는 포퍼는 '열린 사회'를 옹호했다. 과학주의라는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독재하는 세상이 과연 열린 사회가 될 수 있을까? (아마 이것이 파이어아벤트의 생각이 아니었을까-) 내 입장에선 극단적인 과학주의를 신봉하는 것이나 유사과학을 신봉하는 것이나 똑같이 위험해보인다. 저자들은 책 첫머리에 UFO를 통해 부활을 얻으려고 집단으로 자살한 한 종교 단체의 이야기를 실어놓고 있다. 좋다. 이들은 유사과학에 심취해서 반사회적인 행동을 저지른 자들이다. 이건 옳지 않다. 그런데, 과학은 안 그랬는가? 단적으로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한 근거는 '과학'이었다. 아 그건 과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집단이 저지른 일이라고? 아마 집단 자살한 단체도 UFO 이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집단이었을 것 같은데. 나는 과학주의자들도 다른 사람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다른 사람들이 정말 한심해보이고 미련해 보일지라도,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체계와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진리라고? 당신들이 그렇게 욕해대는 중세 교회도 똑같은 신념을 가지고 '마녀'들을 태워죽였다. @ 알라딘 서평에 보니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이 계시다[3]. 과학주의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인 이 세상에서 이런 분을 만나니 괜시리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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