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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폴리스>를 읽고 알라딘에 가보니 관련 도서로 이 <쥐>가 올라와 있었다. 책 소개를 읽어보니 마음에 들어서 냉큼 구입했다. 표지 디자인에서도 알 수 있듯, 2차 대전 중 유태인 학살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책이다. 책의 추천사를 신영복 교수와 이원복 교수가 썼다면 대충 이 책의 성격이 짐작되지 않는가? 이 책은 작가 자신이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나온 아버지의 이야기를 받아 쓰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아버지는 폴란드에 거주하고 있던 유태인으로, 2차 세계 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까지 잡혀 들어갔음에도 살아나올 수 있었던 운좋은 사람이었다. 아니, 단순히 운이 좋다는 수준을 지나 능력 있는 사람이었다고 표현해야겠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 온갖 수단을 전부 동원했고, 그 덕분에 마침내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읽다보면 그 '아버지'의 능력에 새삼 경탄하게 된다. 유태인 학살을 다루고 있다고 해서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그것이 아니니까. 이 책에서 전달하려고 했던 바는, 1권 제일 첫 부분에 나오는 에피소드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에피소드는 아티, 그러니까 이 만화를 그리고 있는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루는 아티가 엉엉 울면서 집에 들어왔다. 아버지는 아티에게 "무슨 일로 울고 있니?"라고 물어 보았고, 아티는 "롤러 스케이트를 타고 있는데 친구들이 날 버리고 도망갔어요."라며 징징댄다. 그 때 아버지는 이런 말을 한다. "친구? 네가 친구라고 부르는 아이들을 모두 모아 한 방에 몰아넣고, 1주일만 굶긴다면 친구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게 될거다." 나치의 인종 청소가 자행되던 시기는 '나 혼자 살아남기'도 버거운 시기였다. 모든 사람들이 더 없이 이기적이었고 더 없이 계산적이었던 시대였다. 당시 사람들은 절친한 친구, 가까운 친척이라 해도 나에게 해를 끼칠 것 같으면 바로 등을 돌렸다. 이 책은 이러한 인간의 본성을 완전히 발가벗겨서 내보인다. 그러면서 말한다. "이들을 탓할 생각은 없다. 당시는 그래야만 살 수 있는 시대였으니까." 책은 독자들에게 가치 판단을 강요하지 않는다. (결국 아버지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인간의 이기심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그는 수많은 위기 속에서 자신을 구해낼 수 있는 사람을 찾았고, 그 사람에게 '이득'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재빨리 생각해 그대로 실천했기 때문에 살수 있었다.) 읽고 나니 씁쓸해졌다. 결국 사랑이고 정의고 극한 상황에서는 다 쓸모없어지는 것인가? 나도 극한 상황에 처한다면 지금의 모든 가치관과 윤리 의식을 집어던지고 아귀처럼 살아가게 될까? 나는 이 책에 등장하는 한 명의 성직자(목사였는지 신부였는지 까먹었다 -_-;)를 통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으련다. 이 성직자는 아버지가 수용소에서 만난 사람인데, 자기 역시 수용소에 수감된 형편이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돌보다 결국 처형된다. 흔한 이야기일까? 헛된 낭만일까? 나는 진정으로 내가 극한 상황에서라도 그렇게 살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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