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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한국문화인류학회에서 출간한 <처음 만나는 문화인류학>을 읽다가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처음 만나는 문화인류학>이 문화인류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소개라면,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는 그 학문의 성과물들 중 흥미로운 사례들을 뽑아서 소개하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에서는 인류학의 대표적인 연구 방법인 민속지학적 연구의 결과를 정리해서 소개하고 있다. (위키백과에 보니 '민속지'라는 용어는 부적절하다고 하는데, 이 책에서는 이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그냥 책을 따르도록 한다. 사실 문화기술연구도 studies on cultural technology와 혼동될 수 있지 않나? -.-) 민속지란 현장 조사를 통해 특정 사회의 여러 풍습들을 연구한 기록물을 가리키는데, 보통 외부인의 시각보다 내부인의 시각을 반영하려고 많이 노력하는 듯 하다. 연구자는 일부러 해당 사회에 들어가 그 사회의 여러 풍습을 몸소 익히고 그 사회에서 통용되는 생각을 흡수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그런 노력을 기울인 이후에야 민속지를 쓰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100% 내부인의 시각을 기술할 수 있을까? 어쨌든 민속지를 쓰는 사람은 연구자다. 연구자가 교육받은 내용, 고향 사회에서 습득한 내용 등이 전혀 영향을 안 미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늘 출근길에 읽은 -_- 역사학 책(not 역사책)에서도 민속지학의 방법론은 연구자 자신의 시각이 포함된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또 100% 절대적인 관점을 사용하자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화인류학의 상대주의 관점이 도움이 될 때가 많이 있으니까. 나는 이 책에서 상당히 참신한 이야기를 하나 발견했는데, 병원에서 집도되는 의학적 '수술'의 의례적 측면을 민속지로 정리한 글이었다. 물론 현대 과학의 세례를 받은 우리는 수술의 매 과정이 어떠한 의미를 띠고 있는지 잘 알고 있지만, 그 모든 과정을 의례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의례로 해석하게 되면, 의례에 대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인류학 학설을 대입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수술실에서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제약과 그 한계를 설명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우리가 수술에 대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시각만 고집한다면 이런 식의 연구는 불가능할 것이다. (수술이 무슨 의례냐! 하고 버럭하실 분들을 위해: 이 글에서는 수술의 모든 과정이 합리적/정합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근거를 몇 가지 제시한다. 이런 근거를 보면 어느 정도 의례적 성격이 포함되어 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완전히 합리적/정합적이라 해도 의례로 보는 관점이 주는 장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와 같이, 이 책에서는 민속지를 단순한 이야깃거리로 소개하기보다 민속지를 통해 문화인류학의 주요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는 기회로 삼는다. 수술의 의례적 해석 외에도 많은 예를 소개하면서, 각 예에서 '일반적으로 끌어낼 수 있는' 인간 문화의 특징들을 살펴보고 있으니 관심 있는 사람들은 읽어볼만한 책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이러한 문화인류학의 연구방법론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긍정적인 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여기 나오는 예가 참 인상적이었다. 그 이야기에 소개된 사람은 대학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한 사람인데, 회사에서 팀장으로 일하면서 까다로운 팀원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사람들을 다루기 위해 문화인류학의 방법론을 차용하여 해당 팀을 하나의 인류 사회로 보고 그 사회를 '익히기' 시작했고, 그 결과 전임 팀장들은 볼 수 없었던 많은 '문화'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그는 사람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 지 깨닫게 되었고, 마침내 팀 전체의 효율과 팀원들의 신뢰 모두를 얻어낼 수 있었다. 문화인류학이 상아탑에 갇힌 하나의 학문이 아니라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통용될 수 있는, '사람을 보는' 학문임을 강력히 주장하는 예일 것이다. 상당히 잘 만들어진 책이니 이 글을 읽고 마음이 동하시는 분들은 꼭 읽어보실 것을 권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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