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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기독교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사도 바울(=바울로, 바오로, 파울로스. 이후의 모든 표기법은 개신교의 것을 따른다.), 그에 대한 후세인들의 평가는 극단으로 엇갈린다. 어떤 사람들은 바울을 '기독교 초기 교회를 일궈낸 위대한 사도'로 보고, 어떤 사람들은 바울을 '예수의 순수한 사상을 지 멋대로 변용하여 기독교를 망친 장본인'으로 본다. 어느 쪽이 옳은 건가? 역사학 교수이자 기독교인인 저자가 신약성경을 문헌학적으로 연구해서 찾아낸 '바울의 삶과 가르침'을 설명하는 이 책에서는, 이 두 가지 주장을 모두 반박한다. 바울은 우리처럼 살다 간 하나의 사람이었지만, 그의 예수 그리스도 독법은 상당히 정확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일반적으로 바울 서신이라 알려진 열세 편의 편지를 분석한다. 이 중 후세의 연구에 따라 '분명히' 바울이 집필한 편지로 밝혀진 것은 일곱 권 뿐이다. (로마서, 고린도전서, 고린도후서, 갈라디아서, 빌립보서, 데살로니가전서, 빌레몬서. [1]을 참고하라.) 저자는 이들만 가지고 바울의 삶과 사상을 분석해낸다. 보통 교회에서 바울의 삶에 접근할 때 사용하는 텍스트는 (누가가 쓴 것으로 알려진) 사도행전인데, 저자는 사도행전의 기록연대보다 바울 서신들의 기록연대가 앞서므로 바울 서신들에 우선권을 부여한다. 흥미로운 것은 사도행전의 기록과 바울 서신의 기록이 상충하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인데, 저자는 이에 대해 누가(혹은 누가를 빙자한 익명의 저자)가 사실(史實)을 그대로 기록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 주장에 따르면, 우리가 보통 교회에서 접하는 바울의 삶과 역사학적인 방법으로 추출해낸 바울의 삶은 사뭇 다를 수도 있다. 이 책에 나타난 바울의 삶이 그러하다. (이 책에 나타난 바울의 삶을 설명하기 전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어서 잠시 글을 할애한다. 누가가 사도행전을 기록할 때 사실을 그대로 기록하지 않았다는 것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와 같이 성경의 여러 책들이 역사적인 사실을 그대로 담고 있지 않다는 것을 근거로 성경이 그저 소설 덩어리라고 공격한다. 즉 실증주의적 역사관에 반하는 역사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소리. 그런데 잠깐, 실증주의가 태동하기 전의 역사서는 다 그 모양인데 어쩌란 말인가 -_-;; 우리는 헤로도토스의 <역사>나 사마천의 <사기>가 100% 실증적인 역사를 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책들이 '소설 덩어리'라고 보지는 않는다. 성경의 많은 책들도 이들처럼 역사적 기록을 남기려는 의도에서 기록되었다. 그렇다면 '100% 실증적이지는 않지만 사료로 사용할 수는 있는' 역사서 정도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재구성된 바울의 삶을 살펴보자. 근거까지 일일이 쓰기에는 귀찮으니 내용만 간단히 ㅋㅋ (근거는 이 책에서 찾아보시길.) 우선 사도행전의 기록과는 달리, 바울은 예루살렘 태생도 아니고 가말리엘의 제자도 아니었던 것 같다. 아마 스데반의 순교 현장에도 없었을 것이고 산헤드린 혹은 대제사장으로부터 기독교인들을 잡아 족치라는 명을 받아 떠난 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그는 디아스포라 유대인 중 하나로, 율법에 정통했고 학식이 풍부했던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는 이런 지식을 이용해 기독교인들을 공격했고, 꽤나 승리를 거둔 모양이다. 그러던 그가 다메섹(다마스커스) 근방에서 예수를 만나는 신비한 체험을 겪은 것은 사실일 테지만, 그것이 '회심'이나 '회개'라고 보기는 힘들다. 바울은 그저 '사명'을 받았을 뿐이다. '이방인의 사도'였던 바울은 예루살렘 교회와 그리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던 것 같다. 당시 예루살렘 교회의 중심 인물은 예수의 동생 야고보였는데, 야고보를 위시한 '유대인의 사도'들은 바울을 탐탁치 않게 생각한 듯 하다. 심지어 바울과 유대인의 사도들 간에 큰 싸움이 벌어진 적도 있었던 것 같다. 사도행전에서는 예루살렘 공의회에서 이방인 선교를 만장일치로 결정한 것처럼 표현하지만, 바울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예루살렘 교회가 이방인 선교에 미온적이었던 것 같다. 이 책에서 줄곧 강조하는 것이 유대인 그리스도인들과 이방인 그리스도인들 사이의 갈등인데, 이런 맥락에서 사건들을 재배열하면 많은 부분이 합리적으로 설명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도행전에 기록된 세 차례의 전도 여행과 예루살렘의 체포 사건에 대해서도 자세한 기술이 있지만 여긴 스킵하도록 하겠다. 궁금하면 책을 찾아보시길 -ㅂ- 로마로 간 바울은 그 이후에 어떻게 되었을까? 사도행전에는 그 이후의 기록이 없기 때문에 사람마다 얘기하는 바가 조금씩 다른데, 이 책의 결론은 이렇다. 바울은 아마 스페인에 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쪽에서는 그다지 큰 소득을 거두지 못했고, 그랬기 때문에 사도행전 기사에서는 빠졌을 것이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선교하던 바울은 로마의 대화재 때 네로 황제에 의해 체포되었을 것이고, 아마 비참하게 살해당했을 것이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교부들의 서신'과 당시 역사서를 참조한다. 교부들의 서신은 위경이라 해서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_-) 바울의 사상은 어떠한가? 사실 바울의 사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건 좀 당연한 게, 바울의 주요 교리 서신인 로마서, 고린도전서, 고린도후서, 갈라디아서 네 편이 전부 진정한 바울 서신으로 인정받고 있지 아니한가? 원전이 같은데 크게 다른 해석이 나올 리가 없지. ('믿음'에 대한 저자의 해석은 조금 다르긴 하다. 저자는 루터 신학이 바울 서신의 해석법을 크게 바꿔놓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 책에서는 교회 내 생활에 대한 바울의 입장을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것과 상당히 다르게 보는데, 사실 이것 역시 당연하다. 보통 교회 내 생활을 규정한 서신으로 디모데전후서와 디도서의 '목회 서신'을 드는데, 저자는 이들을 바울의 저작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진정한' 바울 서신에서 바울의 사상을 추출해내고 이것을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바울의 사상과 비교한다. 일례를 들면 '여자 사도'에 대한 바울의 입장을 보자. 우리는 흔히 디도서를 근거로 바울이 여자 사도를 부정했다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 바울 사도는 여자 사도를 대하는 데에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뭐 이런 이야기들이 주구장창 나온다. 그리 두껍지도 않고 글자 크기도 큼직큼직해서 내용이 많은 것 같지는 않은데, 막상 독후감은 꽤 길어졌네. 다루지 못한 이야기도 많은데... 그만큼 내용이 알차다는 뜻 아닐까 ㅎㅎ 진짜 괜찮은 책이다. 성경에 대한 이런 '문헌학적' 접근법은 처음 보기 때문에 정말 흥미롭게 읽었다. 같은 저자가 쓴 <예수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도 한 번 읽어봐야지. 기대된다 :) @ 알라딘에서 주워온 훌륭한 리뷰. http://blog.aladdin.co.kr/718970125/1491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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