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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킹왕짱 좋아하는 홍성욱 선생님의 책! 제목 그대로 '에세이집'이다. 이곳저곳에 썼던 글들을 모아서 정리한 책. 사실 나는 이런 스타일의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홍 선생님 책이라도 조금 걱정되었는데, 홍 선생님의 뛰어난 필력은 이런 나의 걱정을 일시에 불식시켜 주었다. 아무래도 에세이집이다보니 다른 책들에 비해 주제가 훨씬 자유롭다. 블로그를 읽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나름대로의 정리 작업은 필요할 터, 이 책에서는 크게 네 개 장(章)으로 글을 분류한다. 이 분류에 정확히 동의하지는 않지만, 내가 분류 체계를 세우기는 귀찮으니 이 분류를 따라가면서 감상을 남겨보겠다. 우선 1장에서는 과학 그 자체에 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예컨대 괴테-뉴턴의 색채학 이야기와 같은 과학사 에피소드라든지 '세계 10대 철학자의 과학 사랑'이라는 새로운 시각의 이야기라든지. 사실 이 '세계 10대 철학자의 과학 사랑'은 1장의 첫번째 글인데, 좀 어거지로 맞춘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과거에는 과학이 전부 철학에 포함되어 있었고, 근대 이후에는 과학을 모르면 지식인을 할 수 없었으니 어느 철학자나 과학 비스무레한 건 한 번 씩 논하기 마련인데, 이를 가져다가 '과학 사랑'이라고 비약하는 것은 조금 무리 아닐까. '세계 10대 철학자의 예술 사랑'이나 '세계 10대 철학자의 문학 사랑' 등도 똑같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글부터 시작해서 하여간 1부는 정말 '블로그' 같은 느낌이었다. 크게 감동을 주는 내용도 없었고, 홍 선생님의 위대한 글빨(?)이 별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어 2장이 시작된다. 한국 사람들이 조낸 좋아하는 단어, '창의성'을 과학과 엮어서 설명하는 부분이다. 끊임없이 지식의 잡종(hybrid)을 강조하는 분답게, 여기서도 여러가지 학문을 폭넓게 공부할 때 비로소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신다. 이 이야기는 나도 예전부터 생각하던 것이었고, 다만 그 내용을 좀 더 합리적으로 근거를 제시하며 이야기한다는 것 뿐 큰 감흥을 받지는 못했다. (최인성 교수님이 물리유기 가르치시면서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화학 공부하려는 사람이라면 수학에서 생물학까지 전부 알아야 됩니다. 뭐, 미방/선대 정도에서 세포생물학 정도까지는 들어두는 게 좋겠죠." 애들은 다들 식겁한 표정을 지었지만, 교수님은 아마 여기에 철학이나 역사학도 덧붙이고 싶으셨을 것이다. 완전 동의.) 뭐,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분이라면 넘어가시고. 1장과 2장을 읽으면서 전에 다른 책들에서 느꼈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없었기에 스멀스멀 걱정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글은 제법 재미있게 쓰셨지만 강력한 카타르시스는 느끼지 못할 것 같네. 아 실망...' 그런 생각을 하면서 3장을 딱 펼쳤는데! 아아 역시 홍 선생님은 날 배신하지 않으셨어 ㅠ_ㅠ 제목부터 쿠궁! "제3장 누구를 위한 과학기술인가?" 전에 바위에서 어떤 후배가 "과학은 선하거나 악한 것이 아니기에 그저 발전시키면 되는 것이죠."라는 명언을 쌔린 적이 있는데, 바로 이 '과학의 윤리 문제'를 다루는 장인 것이다. 여기서는 사회의 여러가지 '과학적' 문제들을 다루는데, 황라면 사태, 대운하, 광우병 등 우리 사회의 '바로 그' 문제들을 다루기에 더욱 가깝게 느껴졌다. 다른 글도 다 훌륭했지만 특히 '광우병'에 대한 시각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건 따로 문단을 나눠야지.) 지난번 광우병 논란 때 가장 꼴보기 싫었던 인간들이, '과학적 관점'을 표방하면서 촛불시위 나가는 사람들을 다 개병신 취급하는 인간들이었다. 자기는 죽었다 깨어나도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시각으로 이야기하는 거고 촛불시위 나가는 사람들은 다 공포심에 휘둘리는 무지몽매한 자들이라는 그런 사람들. 이런 쿨게이께서 뜨시면 추종자들이 줄줄이 달라붙어서 "무지몽매한 대중들이여 ㅉㅉ" 하고 있는 꼬라지가 심히 보기 싫었다. 홍 선생님은 이 책에서 그런 자들에게 통렬한 반박을 선사하신다. 그것도 과학적인 방법으로. 이 책에 따르면 인간이 어떤 사고에 대해 느끼는 공포심은 그 사고가 일어날 확률에 정확히 비례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단다. '사고가 내가 대항할 수 있냐 없냐'와 같은 요소, 한 번 사고가 터질 때 피해를 입는 사람의 수, 사고의 끔찍성 등을 종합하여 공포심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행기 사고로 죽는 사람 수보다 자동차 사고로 죽는 사람 수가 많지만, 인간은 비행기 사고에 대해 더 큰 공포심을 느낀다는 것을 위의 요소들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는 이것 뿐 아니라 왜 공포심을 이렇게 느끼는지에 대한 진화론적 설명까지 제시되어 있다. 단순히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라는 숫자만 가지고 사람들을 까대는 재미에 살았던 인간들은 좀 반성해야 할 듯 싶다. 마지막 장은 우리 사회의 여러 문화 -- 영화라든지 연극이라든지 -- 에 대해 가볍게 리뷰하는 느낌의 장이었는데, 여기서 다시 '블로그'스러워지는 것 같다. 여기도 크게 감명 받은 글은 없었기에 이 정도로 스킵. '맺는 말'로는 STS(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 과학기술학)에 대한 소개가 나온다. 인문학자와 과학자가 서로에게 다가가기 어렵다면, 두 학문 사이에 있는 STS로부터 출발해보는 건 어떨까- 라는 말로 글을 맺는데, 나도 동의하는 바이다. 뭐 내가 STS를 심도있게 공부한 건 아니지만, 겉핥기 식으로라도 보았기에 내 인생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또다시 홍 선생님 밑에서 STS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물씬물씬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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