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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수학' 책을 읽었다 :) 사실 제목에 낚여서 -_- '우와 과학에서 사용되는 수에 대해 설명하는 책인가보다 +_+' 하는 마음으로 샀는데, 읽고 보니 부제처럼 '원시 셈법에서 최신 정수론까지, 수의 황홀한 역사'를 기술한 책이다. 일단 알라딘에서 제공하는 책 소개를 퍼온다. 최신 정수론에 이르기까지의 수학의 역사를 역사적 시각에서 서술한 책. 수학의 대상이 이데아의 세계에서 내려온 오류 없이 완전한 것이라는 이해에서 벗어나, 그 이면에 자리한 인간의 불안한 숨결을 되살려 풀어내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학문이 완전무결하고 온전한 것이라는 착각을 종종 하며 살아간다. (특히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는 더욱 그런 것 같다.) 하지만 학문이라는 것도 그 뿌리를 가지고 있는 것. 이 책에서는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아름다운 수학'이 어떤 여정을 거쳐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수학사>와 같이 주절주절 연대기 순으로 역사를 늘어놓는 책은 아니다. 이 책에서는 수학을 이해하는 필요한 여러가지 기초적 개념들을 하나씩 글꼭지에 배분해 각 개념들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살펴본다. 예를 들면 두번째 장에서 '자릿수'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 역사를 쫓아서 주판과 산가지에까지 이른 후 그 역사를 역으로 훑어내려와 이들이 어느 시대까지 사용되었는지 살펴본다. 단순히 어느 시대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설명보다 이렇게 '스토리'가 있는 설명이 좋다. :$ 게다가 이 책은 개념이 충만하다! 지금까지 초중등교육 12년, 대학에 와서 최소 3년은 수학 관련 과목을 들었는데 그 동안 전혀 알지 못했던 '기초적인 개념' 설명이 무척 잘되어있다. 예컨대 '무한' 개념을 설명하면서 무한을 '상태'로 보는 관점과 '개체'로 보는 관점을 소개하고, 그간 '상태'로 보는 관점이 우세했지만 칸토어에 의해 '개체'로 보는 관점이 도입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분명 극한 개념을 배우면서 무한은 '상태'에 불과하다고 배웠고, 그러는 한편 대학에서 칸토어의 집합론을 살짝 맛보기도 한 나지만 이런 개념은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개념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여러 수학 지식들이 머릿속에서 정리되는 느낌, 너무도 좋았다. 한 가지 더, 캐간지 명언들이 많이 나온다. 명언이라는 것은 모름지기 만들어내는 사람이 개념도 충만해야 하고 문학적 표현력도 뛰어나야 하는데, 이 책의 저자는 그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일례를 들어 다음 문장은 어떠한가? 허구란 적절히 해석되기를 기다리는 하나의 형상이다. (254쪽) 문장만 보면 무슨 프랑스 철학자의 멋진 싯구 같다. 이 문장은 '허수' 개념을 설명한 장 마지막 줄에 나오는 문장인데,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다음과 같다. '음수'나 '무리수', '허수' 등이 수의 역사에 도입될 때는 전부 '허구'로 취급받았다. 즉, 실제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계산의 편의를 위해, '기호'로서만 존재하는 수라고 믿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허수는 3차방정식의 카르다노 공식을 쓸 때 '실근'에도 x = (a + bi) + (a - bi)의 형태로 빈번하게 등장한다고 한다.) 하지만 21세기인 현재 돌아보면 이들 모두는 '실재'하는 형상(form)이 되었다. 음수나 무리수의 실재성은 중학교 수학에서조차 당연시하고 있고, 허수 역시 전자기파의 거동을 묘사할 때나 파동함수를 기술할 때 물리학적인 '실재'로 다뤄진다. 위 문장은 이 모든 역사를 한 줄에 압축해서 잘 표현한 문장으로, 이로부터 어떤 존재든 일단 '이름'을 붙여놓으면 훗날 적절히 해석할 방법이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김춘수의 <꽃>이 떠오르지 않는가 ㅋㅋ 이 책은 정말 좋았다. 내용 자체는 온갖 분야를 총망라해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면서 현란하게 진행되지만, 기본적인 흐름은 누구나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이공계에 몸담고 있든 인문계에 몸담고 있든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책에 기호나 숫자가 '전혀' 안 나오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조금 고생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고생을 감내하고 읽어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알라딘 서평 중에는 수식의 오탈자 때문에 책을 못 읽겠다면서 불평하는 서평도 있었는데, 물론 그런 것 때문에 불편할 수는 있어도 그것 때문에 이 책의 가치 자체가 떨어진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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