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오래된미래.

유명한 시인 류시화 씨가 여러 편의 시를 수집해서 만든 '잠언 시집'. 나는 평소에 시를 그다지 즐겨 읽지 않는다. 이건 뭐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그런데 언젠가 어느 서점에 들어갔다가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류시화'라는 이름에 끌려서 책을 펼쳐 몇 구절 읽어보기 시작했는데, 아, 이건 정말, 나 같은 사람도 감동하게 만드는 그런 시들이구나- 싶었다. 당장 책을 사서 책꽂이에 꽂아두었는데, 정말 읽을수록 시의 힘이 느껴진다.

나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시 한 편을 소개하고 글을 마친다.

예수가 인터넷을 사용했는가

산상수훈을 설파하기 위해
예수가 인터넷을 사용했는가.
자신의 복음을 널리 전파하기 위해
예수가 스팸 메일을 사용했는가.

사도 바울은 성능 좋은 메모리와 업 버전을 사용했는가.
그의 편지들은 바울@로마.컴이라는 이메일 명으로
성경 게시판에 올려졌는가.
마케도니아에서 떠날 때 그는 문자 메시지로
'가도 되는가'를 묻고 출발했는가.

모세는 바다를 가르기 위해
전자 게임기의 조종간을 작동했는가.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기 위해
위성 추적 장치의 도움을 받았는가.
그는 십계명을 손으로 썼는가,
아니면 영구히 보관되도록 CD에 기록했는가.

예수는 어느 날 나무 위에서
정말로 우리를 위해 죽었는가.
아니면 그것은 단지 홀로그램인가,
또는 컴퓨터 합성인가.
그것은 무선 인터넷을 통해
동영상으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가.

만일 당신의 삶에서 신의 목소리를 듣기 어렵다면,
다른 목소리들이 너무 많이 들려
신의 목소리가 당신 귀에 가닿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당신의 노트북 컴퓨터와 인터넷과
다른 모든 멋진 도구들을 내려놓으라.
그리고 순수함으로 돌아가라.
그러면 신이 당신 곁에 있으리라.
by 로보스 | 2008/08/02 00:05 | |감상| | 트랙백 | 핑백(1) | 덧글(6)
트랙백 주소 : http://lovos.egloos.com/tb/2002687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Linked at 世界はネオハピ! : 독서 리스트. at 2008/08/02 00:06

... . (07/19-07/20) [감상문] 정용섭, 정용섭의 설교비평 시리즈, 대한기독교서회. 문학 류시화,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오래된미래. (07/17-07/18) [감상문] N.H. 클라인바움, 죽은 시인의 사회, 서교출판사. (07/18-07/22) 조지 오웰, 1984년, 문예출판사. 수필 한비야,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푸른숲. 철학 카를 ... more

Commented by 시엔 at 2008/08/02 10:42
꽤나 오래전에 읽었던 시집이네요
전 개인적으로는 류시화님은 시집보다는, 인도여행기가 더 좋았던거 같아요
ㅎㅎ
시는 아주 머리 싸매고 읽어야하는 언어유희 같은 걸 좋아하죠
아님 아예 반대로 감성적인 거라든지요
Commented by 로보스 at 2008/08/03 02:07
시엔님// 시엔님은 오래전에 읽으셨을 줄 알았습니다 ^^ 시 얘기 하셨는데, 좋은 책 있으면 추천해주세요- 이상의 시 같은 걸 좋아하시나요?
Commented by 시엔 at 2008/08/04 11:47
이상님의 시는 너무 어렵다고 할까요 ^^
언어유희는 좋지만 그 정도는... 심히...(먼산)
가장 사랑하고 가장 존경하는 시인은
기형도님이구요 입 속의 검은 잎, 시집은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아요
그리고 추천할만한 시집들은 아래
김경미 - 쉿, 나의 세컨드는
김혜순 - 불쌍한 사랑 기계,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
지금 생각나는 건 이것 뿐이네요
제가 가진 시집중 좋은 것들도 꽤 많은데...
일본에 와 있으면서 계속 시집을 못봐서 다 잊어버린 것 같아요
언제 시간되실때 한 번 보세요 정말 좋은 책들이거든요 ㅎㅎ
Commented by 로보스 at 2008/08/04 15:55
시엔님// 아... 기형도 시인! 전에 <입 속의 검은 잎>을 친구로부터 선물받은 적이 있는데 시를 한창 싫어하던 때라 들여다보지도 않았거든요 -_-; 집에 가서 다시 한 번 들춰봐야겠습니다. 추천해주신 다른 책들도 기회 되면 ^^
Commented by Asuka_불의넋 at 2008/08/04 20:00
저는 '의견'을 말하는 시보다는 그저 낭만적인 시들이 좋더군요. 19세기 유럽 낭만주의 시집이라든가 하는 것들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의견'을 '주입'하려 해서는 그 무슨 감동이 있을 수 있는가...해서 민족, 민중문학이라는 것들도 싫어하고 잠언류의 글들도 싫어하는 편입니다만, 역시 취향이란 게 사람마다 다양하긴 하더군요. 잘 팔리는 시라든가 소설 같은 것들은 몽땅 그런 류의 글들이니 말입니다...
Commented by 로보스 at 2008/08/05 08:56
Asuka님// '의견'을 말하는 시라면... 제가 올린 시 같은 것 말씀이신가요 ^^ 전 종종 '의견'을 말하는 시라도 제 감정에 딱 맞는 경우가 있어서- 그걸 굳이 '주입'이라고 보기보다는 시인이 깨달은 바를 시로 표현해놨다고 보면 안 될까요 :)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



즐겁게 살아야죠. :)
by 로보스
Calendar
메모장
카테고리
|소개|
|일기|
|감상|
|과학|
|잡념|
* 홈페이지 ('02-'03)
* 네이버 블로그 ('05-'06)
최근 등록된 덧글
이런 형의 모습도 있었..
by 라에호디 at 12/18
비밀글님// 하하하;;; 그래..
by 로보스 at 12/15
비밀글// 앗... 그걸 알..
by 로보스 at 12/14
련!// 후후후...
by 로보스 at 12/14
에레이!! =_= 내가 왜 ..
by 련! at 12/14
코카스// ㅋㅋㅋㅋㅋ 난 ..
by 로보스 at 12/14
기어이 네 녀석이 날 리플..
by 코카스 at 12/14
매치어님// 제가 호랑이 ..
by 로보스 at 12/14
... 강적인데요?
by 매치어 at 12/14
엔도르님// 아 그랬나요?..
by 로보스 at 12/14
versilov님// 그러셨군요..
by 로보스 at 12/14
네이트온 DB 가 털렸다는..
by 엔도르 at 12/13
저도 걸렸어요 -_-;; 웃..
by versilov at 12/13
SPACE// 응- 그거 게시..
by 로보스 at 12/09
주땡 형// 그럴 시간이 없..
by 로보스 at 12/09
nopi님// 올레~ ㅋㅋ
by 로보스 at 12/09
뭐.. 내 경험함을 말하자..
by SPACE at 12/08
온 김에 나한테 밥이나 ..
by jooddang at 12/08
퇴사를 안 하면 해결... ..
by nopi at 12/08
비밀글님// 네엡 :) 좋은..
by 로보스 at 12/08
최근 등록된 트랙백
네이트온 사칭 - 메신저..
by ★ Stella et Fossilis
2007 - Gerhard Ertl
by 한글
Scheme으로 루저 인증..
by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루져 테스트 [asp.net]
by 緣
루저코드 - 파스칼 버전
by Divine Power
이글루 파인더
rss

skin by zodiac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