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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사회학계의 고전, 과학학 교양도서의 대표작, 과학전쟁을 촉발시킨 문제작. 하여간 좀 짱인 책이다. 이리저리 소문은 많이 들어서 언젠가 이 책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던 차에 아가씨가 학교 교양수업 과제로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덩달아 읽어버렸다 -_-v 조금 어려운 책이 아닐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쉽고 재미있어서 술술 읽었다. (아가씨도 재미있게 읽었다고 한다 :$) 이 책에서 얘기하는 바는 간단하다. "과학자도 인간이다!" 과학자도 인간이기에 자신의 감정, 고정관념, 세계관 등에 종속되어있고, 이는 과학활동에 있어서도 어떻게든 반영된다는 이야기다. 이 이상을 읽어내려고 애쓰는 사람들 때문에 이 책의 평가가 극적으로 엇갈리는게 아닌가 싶다. 어떤 과학자들은 이 책에서 '과학적 지식은 옳은 것이 아니다'라는 내용을 읽어내고 격분하던데, 글쎄 내가 보기에는 상당히 온건하게 잘 쓴 책인 것 같다. 이 책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과학적 지식이 두어 개, 이미 확고하게 굳어진 과학적 지식이 대여섯 개 등장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파스퇴르가 자연발생설을 무찔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벌어진 '사회적 합의'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잘 모른다. 파스퇴르가 사용한 실험장치는 사실상 '모든' 세균을 멸할 수 있는 장치가 아니었음에도, 파스퇴르는 '운 좋게' 모든 세균을 '멸한 것처럼 보이는' 결과를 얻게 되었다. (과학자들이 말하듯이 감정을 배제하고 냉혹하게) 따지고 들었다면 파스퇴르의 논리도 파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 실험결과를 판단한 과학자 사회는 파스퇴르에게 우호적인 사회였고, 그러다보니 파스퇴르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현대 생물학의 눈으로 보면 파스퇴르의 실험은 매우 허술한 실험이요, 사실 파스퇴르의 주장을 강력하게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는 되지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파스퇴르의 실험이 받아들여졌다는 것은 '과학자 사회'의 성격이 과학적 지식을 결정하는데 기여한다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책에 나온 얘기는 아니지만 말이 나온 김에 하나 더 얘기하자면, 케플러가 자신의 세 가지 법칙을 발표했던 시기는 유럽에서 신플라톤주의 철학이 유행하던 시기였다. 신플라톤주의에서는 일자(The One)라는 최고선이 우주 중심에 있고, 그로부터 선이 '유출'되어 만물에 뿌려지는데 일자에 가까이 있는 존재일수록 선하다고 주장한다. 케플러는 신플라톤주의자였고 (케플러가 주장했던, 정다면체에 내접하는 태양계 궤도 모형으로부터 알 수 있다) 일자 모형에 대한 강한 신념이 태양계 역시 그런 형태일 거라고 유추하게 했다. 그는 이 신념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지동설을 고수했으며, 마침내 세 가지 법칙을 발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도 과학적 근거보다는 '사회적' 맥락이 중요하게 작용했음을 살펴볼 수 있다. 오해하지 마시라. 이렇다고 해서 자연발생설이 옳다든가 지동설이 틀렸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과학적으로 옳은' 지식마저도 처음 그 방향을 잡는 단계에서는 순수하게 과학적인 근거들보다는 사회적 요인들이 많이 작용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마치 산봉우리를 향해 올라가는 사람들이 초반에는 '자신의 감을 믿고' 나아갈 방향을 잡기도 하고, '누군가의 얘기를 듣고' 다른 길로 들어서기도 하고, '같이 가는 사람들끼리 합의해서' 길을 결정하기도 하듯이, 과학 역시 그런 모습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뭐가 '옳은지' 모르는 상태니까. (여기서 '과학적 지식'의 위치는 논외로 한다. 어떤 사람은 과학적 지식이란 진리가 아니고 단순히 설명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할테고, 또다른 사람들은 그것이 자연을 기술하는 진리 그 자체 내지는 근사값이라고 얘기할테고, 또 어떤 사람들은 아예 과학적 지식이나 종교적 지식이나 '대등'한 지식이라고 말할테니까.) 사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얻은 것이 있다기보다는 내가 이전까지 배워왔던 과학사회학 이야기들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했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 별 같은 거 안 붙이지만 과학학 교양도서로는 별 다섯 개를 줘도 아깝지 않은 책. -_-)b 웃기는 건 돌아다녀보니까 이 책을 '황우석 사태'의 추천도서로 권하고들 있다는 것이었다. 황우석 사태는 조금 다른 얘긴 것 같은데 말이지. 과학과 사회의 상호작용이라고 하니까 괜히 갖다붙인게 아닌가 싶다. 그런 쓸데없는 걸 읽어내려고 하지 말고 그냥 과학활동이란 어떤 것인지, 과학자란 어떤 사람인지 알아내는 걸 목표로 삼으면 될 것 같다. 많이들 읽어주세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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