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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한국 보수교단의 주입식 교육을 받아온 나는, 이런 류의 '까칠한' 책들을 두려워했다. 이런 책들을 보면 신앙심이 떨어지고 교회를 떠나게 되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 정도에 무너져버릴 신앙이었다면 진작 무너지지 않았겠는가 싶다. 게다가 이런 책들은 내 우려(?)와는 달리 기독교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를 비판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옳지만, 그걸 잘못 적용하고 있는 목회자들이 틀렸다는 것이다. 지금도 목회자인 친구들을 만나면 듣는 말이 있다. "신학자들이 목회 현장과 연결된 신학 작업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나는 이 말이 "우리가 좀 더 사기를 잘 칠 수 있도록 신학적으로 현장을 합리화해줬으면 좋겠다"는 뜻 이상으로도 이하로도 안 들린다. 신학이 진리를 찾아가는 학문이고 교회는 이 신학을 가지고 목회에 적용하는 현장이라면, 교회가 신학에 귀를 기울여야지 어떻게 신학이 교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입맛에 맞는 내용을 말할 수 있는가? (6쪽) 신학과 교회의 관계, 내가 늘 생각하고 있던 바를 정확히 집어 이야기해주었다. 요새 신학에 무지한 목회자들이 헛소리 삑삑 내뱉는 꼴을 보고 있으면 정말 절망적이다. 그걸 또 하나님의 말씀인양 소중히 모시는 성도들을 보고 있으면 그 절망이 한층 더 깊어지고. 목회자들이 신학에 무지하다보니 다음과 같은 이야기도 나온다. 한국 교회의 신학을 두고 30%만 기독교적 신학일 뿐 나머지는 유교이념(30%), 샤머니즘(30%), 기타 잡설(10%)이라고 하는 주장이 결코 과장만은 아니다. (24쪽) 나는 성경 해석이 단순한 문자적인 해석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얘기하면 이단이 되어버리려나 ㅋㅋ) 항상 그 문구가 나오게 된 의미를 생각해야 하고, 그 의미를 해치지 않는 해석과 적용이 필요하다고 본다. 기계적으로 성경 말씀을 우리 생활에 적용하려고 하면 예수님과 사도들이 그리도 경계했던 율법주의에 빠지게 된다. 예컨대 '술 먹지 말라'는 이야기를 보자. 많은 기독교인들은 "술은 절대로 먹지 말지니라." 같은 말씀이 성경에 있을거라 착각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성경에는 술 먹지 말라는 계명이 명시적으로 드러나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신학에 무지한 목회자들이 만들어낸 논리가 잠언 말씀을 끌어다가 쓰는 것이다. "포도주는 붉고 잔에서 번쩍이며 순하게 내려가나니 너는 그것을 보지도 말지어다 (잠 23:31)" 보지도 말랬으니 먹지도 말아야지! 뭐, 여기까진 좋다. 인정해줄게.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데, 한 가지는 성경에 기록되지 않은 '계명'들은 어디서 나왔느냐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성경에 분명히 기록된 계명들을 안 지키는 건 무엇이냐는 것이다. 전자의 예로 '담배 피우지 마라'는 교회내 금언을 들 수 있겠고, 후자의 예로 '돼지고기 먹지 말라'는 신명기 말씀을 들 수 있겠다. 분명 담배 피우지 말라는 말은 성경에 없는데? 분명 돼지고기 먹지 말라는 말은 성경에 있는데? 왜 술에 대해서는 성경을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이들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는 걸까? 나는 바울 사도가 고린도전서와 갈라디아서에서 그리도 강조한 '자유'는 이런 세세한 계명으로부터의 자유라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는 율법을 일점일획까지 다 지킬 필요가 없어진 대신, 율법의 계명들이 공통적으로 명하고 있는 '기본 정신'을 이어받아 신앙생활에 적용하면 되는 것이다. "내가 율법이나 선지자를 폐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 폐하러 온 것이 아니요 완전하게 하려 함이라 (마 5:17)"라는 예수님의 말씀과 "법조문으로 된 계명의 율법을 폐하셨으니 이는 이 둘로 자기 안에서 한 새 사람을 지어 화평하게 하시고 (엡 2:15)"라는 바울 사도의 이야기는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진지한 고민을 하는 목회자들이 얼마나 될까? 다들 자신들이 지금까지 믿어온 바를 '합리화'시키기에만 바빠보인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2000년 동안 지속된 견고한 기독교 신학 체계가 세간에 비웃음거리가 되는 게 아닐까. 신학 체계도 어지간한 철학 체계 못지않게 짜임새있고 합리적인데 말이지. 합리화 얘기가 나왔으니, 교회내 금언에 대한 합리화는 그렇다 치자. 교회 밖 활동을 합리화시키는 걸 보고 있으면 진짜 기가 막히다. 사학법은 한국 교회를 핍박하려는 사탄의 계략이요, 쯔나미는 이방 신을 숭배하는 자들에게 내린 하나님의 징벌이라? 광우병 반대 집회의 배후에는 빨갱이가 있고, 하나님의 뜻으로 그들을 잡아족쳐야 한다? 도대체 이 사람들이 믿는 하나님은 어떤 하나님이신가? 이 책에서는 한국 교회가 역사적으로 계속 보수 일변도의 길을 걸어왔음을 설명한다. "There are few conservative churches in Korea. There are some very conservative churches in Korea. There are so many ultra conservative churches in Korea." (196쪽) 한국 보수교단 목회자들은 자신의 정치적 보수성을 옹호하기 위해 성경을 멋대로 재단해서 인용한다. 때론 성경도 무시하고 '목회자의 권위'를 내세워 보수적인 행동을 합리화하기도 한다. 웃기는 건, 90년대까지 '교회의 탈정치화'를 부르짖던 교회들이 민주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다음에는 길거리에 나와서 호국기도회 같은 걸 하고 앉았다는 것이다. 군사 정권 하의 성도들 보고 정치에 참여하지 말라며? 님들도 정치에서 발 빼셔야지. 후우. 아무리 여기서 이러고 있어봤자 바뀌는 건 없다는 점이 슬프다. 슬슬 서평을 마무리하련다. 이 책은 한국 교회에 대한 '정통 신학자'(저자는 장신대 출신이다)의 비판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류상태 씨처럼 교리 자체에 대한 과격한 비판을 하기보다 행동의 변혁을 주문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 같이 보수적인(!) 신앙인에게는 더욱 합리적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100 % 공감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많은 부분 공감하면서 읽은 책이다. 역시 '고민하는' 신앙인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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