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림, <미술관에 간 화학자>, 랜덤하우스코리아.

알라딘에 가보니 요런 책 소개가 있다.

미술의 태생적 연원이 되는 화학을 통해서 명화를 조명한 책. 화학자인 지은이는 캔버스의 물감이 마르고 발색하고 퇴색하는 과정은 결국 ‘화학 작용’이며, 이 화학 작용으로 인해 미술의 역사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살피고 있다.

명화를 그렸던 화가들조차 자신들의 그림이 화학 작용의 갖가지 우여곡절 속에서 진화해온 화학의 소산임을 알지 못했으며, 그리하여 중세 고딕미술에서부터 유화를 창시했던 근대미술과 햇빛에서 색을 분석해냈던 인상파 미술에 이르기까지 많은 작품들이 그 미술사적 가치가 '원래의 의도'와는 다른 방식으로 평가되었다고 지은이는 말하고, 그 구체적인 예들을 들어 하나하나 풀어낸다.

물감에 아마인유라고 하는 식물성 불포화지방산을 섞어 물감에 윤기가 나도록 광택 성분을 일으킬 수 있었던 얀 반 아이크, 대낮을 그렸으나 물감의 화학 작용 덕분에 밤 풍경을 그린 것이 되어 버린 렘브란트의 <야경> 등 화학을 통해 세계 명화의 비밀과 속내를 흥미롭게 보여주는 교양 서적이다.

와우 이거 쫌 재밌겠는걸? 항상 물리학과 생물학 교양 서적은 지천에 널려있는데, 내 전공 교양 서적은 잘 없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던 나였다.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같은 책을 교양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던 와중 저렇게 흥미로운 책을 발견하게 되어 당장 질렀다.

...낚였다 -_- 퍼덕퍼덕.

저 책 소개만 보면 책에서 각 그림에 숨어있는 여러가지 화학 이야기를 해줄 것만 같은데, 사실 화학자가 쓴 '미술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화가의 인생 이야기를 늘어놓고, 그 그림이 만들어지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 그림 안에 숨어있는 여러 상징들을 설명한다. 그런데 그게 도대체 화학이랑 무슨 상관? 그나마 물감의 재료 등을 설명하면서 변색된 역사를 소개하는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그 설명이 '화학자'의 설명으로 보기에는 너무도 부족했다. 그저 미술사에서 잠깐 '기술적' 측면을 다룬 수준에 불과하달까? 그냥 '무슨무슨 물감은 무슨무슨 물감과 섞어쓰면 변색이 되더라' 수준. '화학자'가 설명하는 거라면 물감이 변색되는 원리를 분자 구조 가지고 설명할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책 자체의 수준은 뭐 아마추어가 쓴 미술 교양서로서 그럭저럭 괜찮은 수준이었다고 생각한다. 글솜씨도 제법이고 도판도 훌륭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많이 나온다. 그런데 책에서 다루는 내용이 '책 소개'랑 너무 다르잖아! 뭐 이런 사기가 다 있냐. 알라딘 서평을 읽어보니 나처럼 이런 부분에 실망한 사람들이 많더군. 그냥 '아마추어가 미술 작품 소개해놓은 책' 정도의 기대감만 갖고 접하면 딱 좋을 책이다. 난 너무 기대를 많이 한 듯. -_-

[저자의 말]
이 책에서 필자는 과학자의 눈으로 본 미술, 미술과 함께하는 과학에 대해 말하고자 하였습니다. 구도, 화가, 시대 배경, 미술 재료 등 그림을 바라보는 시각이 아마 기존에 나온 미술 해설서와는 많이 다를 것입니다. 과학자의 눈은 아무래도 미술 전문가나 인문학자의 눈과 같을 수는 없을테니까요. - 전창림

뻥치시네. -_-
by 로보스 | 2008/05/26 19:13 | |감상| | 트랙백 | 핑백(1)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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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탠리, 천년의 음악여행, 예경. E. H. 곰브리치, 서양미술사, 예경. 에프라임 키숀,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 마음산책. [감상문] 전창림, 미술관에 간 화학자, 랜덤하우스코리아. [감상문] 사회 대니얼 J. 부어스틴, 이미지와 환상, 사계절출판사. [감상문] 앤드루 세이어, 사회 과학 방법론, 한울. 김비환, 맘몬의 지배, 성균관대학교출판부. [감상문] 장하준, ... more

Commented by 와이에이치 at 2008/05/26 20:43
마지막의 '뻥치시네. -_-'가 인상깊은 서평이네요. ^^;
마침 학교 도서관에도 있는 것 같은데 언제 한번 보고 얼마나 끔찍한 책인가 봐야겠습니다. 책소개만 놓고 보면 엄청 화학적인 책 같네요...
Commented by Asuka_불의넋 at 2008/05/27 07:33
......분자 구조 가지고 변색을 설명하는 책의 상상도가 머리에 떠올라서 난감해졌습니다;
Commented by 로보스 at 2008/05/27 09:10
조교님// 뭐... 끔찍할 것까지는 없는데요 ^^; 그냥 낚여서 기분이 좀 별로였습니다.

Asuka님//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뭐 ㅋㅋ
Commented by euphemia at 2008/05/27 09:32
안녕하세요,
초면에 대뜸 : 으앗, 감사합니다. 제목을 보고 흠 하고 있었는데...낚일 뻔 했어요.
Commented by 로보스 at 2008/05/27 09:45
euphemia님// 앗 ^^;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이네요. 혹 원하시는 내용일지도 모르니(?)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한 번 훑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Commented by 전창림 at 2008/07/08 18:18
저자의 댓글입니다-로보스님의 말씀에 많이 동감합니다. 하지만 제 책이 낚시같이 쓴 책이라는 말씀에 슬퍼졌다가 댓글에 다른 분이 "고마워요 낚일뻔 했어요"라는 글을 보곤 정말 가슴이 뜨끔했어요. 로보스님이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혹평을 했다해서 알라딘에 가보니 그렇지 않네요. 다른 분들은 알라딘에 직접 가셔서 리뷰를 직접 보셨으면 해요. 로보스님의 글이 가장 날카로워서 정말 대단한 혜안을 가진 분이라 여겨져 한번 만나뵙고 가르침을 받고 싶군요. 좋은 책이란 어떤 책인지 좀 가르쳐 주시지 않을래요?
Commented by 로보스 at 2008/07/14 19:39
전 교수님// 헛. 책을 쓰신 교수님께서 이리 직접 찾아주실 줄은 몰랐네요. 다시 읽어보니 좀 까칠하게 쓴 글이라 혹여 상처받으신 건 아닐지 죄송합니다;

사실 제 글은 교수님의 글 자체가 낚시라기보다는 출판사와 서점의 광고문구가 낚시라는 의미였습니다. 교수님의 글 자체에는 별 불만이 없어요. 글투도 재미있었고 내용도 흥미로웠습니다. 다만 광고를 보고 독자가 기대하는 바와 너무 달라서 '낚시'라고까지 표현하게 된 것입니다.

책을 한 번 쓰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모르는 평범한 독자로서, 저자의 노고를 너무 깎아내린 것은 아닌지 다시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Commented by 전창림 at 2008/11/02 17:00
독자의 전화는 받기도했지만 독자와 이렇게 댓글을 주고 받는 경우는 정말 처음이네요. 화학적으로 깊이 있게 화학식 써가며 쓰면 그 책을 사람들이 얼마나 읽을까요? 논문같은 책을 기대하셨나봐요. 화학이 다른 학문에 비해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물리나 생물, 수학에 비해 교양책이 드믈지요. 우리나라 전체 책 판매량이 1년에 1억3천만권인데 그중 수험서와 소설, 처세술 책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과학분야 전체가 총 3%네요. 그중 컴퓨터, 생물, 물리, 수학이 전체 과학책의 90%이상이고 화학책은 거의 없습니다. 화학은 비참할 지경이죠. 그래도 올해 과학교육부에서 번역책 아닌 국내도서로서 우수과학도서를 단 7권 선정했는데 그중에 <미술관에 간..>도 끼여들었습니다. 일반인에게 화학을 친근하게 하는데 일조했다면 저는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어쨓든 큰 관심을 가져주셔서 매우 고맙습니다.
Commented by 로보스 at 2008/11/03 09:39
전 교수님// 아무래도 전공자다보니 그런 부분에 있어서 실망이 컸던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이 책은 일반인에게 화학을 친근하게 소개하는 책에 적합한 것 같고요, 저 같은 까칠쟁이를 위해서라도 화학 분야에서 다양한 수준의 교양서가 출판되었으면 좋겠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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