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욱, <아내가 결혼했다>, 문이당.

'바로 그' 소설. 오프라인 서점을 돌아다녀도, 온라인 서점을 돌아다녀도 항상 맨 앞에 전시되어 있던 베스트셀러. (심지어 K공대 학교서점에도 앞쪽에 전시되어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훌륭한 소설이길래 그렇게들 전시해대는 걸까? 궁금한 마음에 책을 주문해서 읽기 시작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황당함- 바로 그 황당함이 계속 독자를 쫓아다닌다. 소설 속 화자는 자유분방한 여성과 결혼한 남자로, 문제는 이 '아내'가 다른 남자가 또 좋아졌다면서 그 남자와 결혼하려 하면서 벌어진다. 아니, 진정한 문제는 '아내'가 현재 결혼생활을 깨지 않고 동시에 다른 결혼생활을 영유하려 하면서 발생한다고 해야 하나.

...황당하다.

나는 소설을 읽을 때 작중 화자에게 감정이입을 상당히 시키면서 보는 편인데, 그러기에 이런 '발칙한' 소설은 읽기에 불편하다. 나의 가치관이 우수수 무너지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화자의 감정을 따라가다보면 화자의 상태를 이해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화자의 행동도 이해가 되는데- 문제는 화자의 행동이 내 가치관에 저언혀어 안 맞는 행동이라는 점이다. 결국 재미있게 읽었지만, 일종의 인지적 불균형(cognitive disorder) 상태가 되어버렸다.

어떤 류의 소설이든, 그 안에는 인간의 감정이 들어있고 인간의 이성이 들어있다. 인간의 모습이 묻어나온다. 이 책에서 내가 발견할 수 있었던 '인간'의 모습은 사회통념과 윤리, 질서를 지키려는 작용으로써의 초자아(superego)와, 이에 대한 강력한 반작용으로써의 이드(id) 사이에서 갈등하는 자아(ego)였다. 이는 결국 탈권위, 탈질서를 외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 아닐까. 그러기에 호소력을 지닐 수 있는 거고,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이렇게 혼자 개똥철학을 적용해보며 미소짓는다.
by 로보스 | 2008/03/07 17:21 | |감상| | 트랙백(1) | 핑백(1) | 덧글(4)
트랙백 주소 : http://lovos.egloos.com/tb/1785546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오선지위의 딱정벌레 at 2008/03/08 02:00

제목 : 아내가 결혼했다 - 발칙한 상상
아내가 결혼했다. 문학상 당선작이고 제목이 발칙하여 호감이 간 책이다. 토요일에 사서 일요일에 다 읽었으니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린 것은 아니다. "아내가 결혼했다"는 제목의 낚시질과 세간에 떠도는 말 때문에 샀는데 다른 사람들의 인식은 별반 좋지 않다. [사진 출처 : 재능세공사의 아지트 - 열정재능연구소 ] 아내가 결혼했다 남자가 두 여자를 사랑하는 것을 許할 수 있을까? 여자가 두 남자를 사랑하는 것을 許할 수 있을까? 내가 그 남자라면 그......more

Linked at 世界はネオハピ! : 독서 리스트. at 2008/03/07 17:24

... 문학 김언수, 캐비닛, 문학동네. [감상문] 이청준, 당신들의 천국, 문학과지성사. [감상문] 에쿠니 가오리, 도쿄 타워, 소담출판사. [감상문] 박현욱, 아내가 결혼했다, 문이당. [감상문] 펄 벅, 대지, 시사영어사. [감상문] 도리스 레싱, 황금 노트북, 뿔. [감상문] 류시화,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오래된미래. 김영하, 퀴즈쇼, 문학동네. ... more

Commented by Asuka_불의넋 at 2008/03/07 21:24
가치관에 맞지 않는 책을 읽기는 꽤 힘들더군요.
에엑, 그런데 마지막 부분에 생소한 용어들이;; 공부 좀 더 해야겠습니다.
Commented by 로보스 at 2008/03/07 22:34
Asuka님// 힛힛. 혼자 정신분열을 일으키고 앉아있었죠 ~_~ 마지막에 뜬 용어들은 제가 심리학 개론 시간에 좀 주워들은 말들 갖고 잘난 척 해 본 것에 불과합니다;;; 신경쓰지 마세요 ^^;
Commented by Lune at 2008/03/09 15:02
당신이 너무 착해서 읽기 불편하다는 뜻이었나 결국은?ㅋㅋㅋ
가볍게 읽기에는 좋았는데 확실히 감정이입 시작하면 좀 읽는 게 죄악인 느낌;
Commented by 로보스 at 2008/03/10 08:22
Lune// 빙고 ㅋㅋㅋ 뭐 꼭 이 책이 아니어도 현대 소설 중에는 기존의 윤리관/도덕관을 깨부수는 것들이 많아서리... orz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



즐겁게 살아야죠. :)
by 로보스
Calendar
메모장
카테고리
|소개|
|일기|
|감상|
|과학|
|잡념|
* 홈페이지 ('02-'03)
* 네이버 블로그 ('05-'06)
최근 등록된 덧글
낙동강 방어선 결사항전..
by _tmp at 00:31
안녕하세요 요즘 한가해..
by 김은수 at 00:22
난 이런 것만 보면 전국 ..
by 긁적 at 01/06
허허허허허허허.
by 긁적 at 01/06
부산의_위엄.jpg
by 소시민 at 01/06
허허허 좋군? ㅋㅋㅋ
by Yuki37 at 01/06
허허허... 완전히 눈밭..
by 매치어 at 01/06
barb님// 메일로 보내드..
by 로보스 at 01/06
앗 정말 감사합니다 이글..
by barb at 01/05
비밀글님// 아 도와드리고..
by 로보스 at 01/05
wolga님// 감사드립니다..
by 로보스 at 01/05
올해도 좋은 글 많이 쓰시..
by wolga at 01/04
귀염둥이님// 걱정해주시..
by 로보스 at 12/30
끝나지않은2000년의 전쟁-..
by 귀염둥이 at 12/29
moomo님// 안녕하세요..
by 로보스 at 12/28
독서리스트 책들은 어떻..
by moomo at 12/28
비밀글님// 네, 저도 번..
by 로보스 at 12/25
귀염둥이님// 말씀은 감..
by 로보스 at 12/25
이책은 이슬람과 유대인..
by 귀염둥이 at 12/25
ExtraD님// 어이구 Extr..
by 로보스 at 12/22
최근 등록된 트랙백
네이트온 사칭 - 메신저..
by ★ Stella et Fossilis
2007 - Gerhard Ertl
by 한글
Scheme으로 루저 인증..
by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루져 테스트 [asp.net]
by 緣
루저코드 - 파스칼 버전
by Divine Power
이글루 파인더
rss

skin by zodiac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