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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를 다 읽고 흡족한 마음으로 앉아있는데, 알라딘에서 요런 광고를 보게되었다. '시오노 나나미가 제국 후반으로 가면서 너무 편향된 시각을 보여준 것 같아서 아쉬웠는데, 이 책으로 약간 다른 관점을 볼 수 있지 않으려나?'라는 생각이 들어 그리 적지 않은 가격을 냉큼 결재해버렸다. 이윽고 집에 도착한 책을 보니- 이건 완전 막장 -_- 엄청난 두께의 양장본 책 세 권이 묵직하게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놔... 물론 비잔티움 제국의 역사가 천 년이 넘으니 짧을거란 생각은 안 했지만... 이건 흠좀무 ㅠ 결국 책꽂이에 짱박아놓고 있다가 지난 10월부터 마음잡고 읽기 시작했다. 지하철에서 들고 읽느라 팔 힘이 좀 세진 것 같다 -_- 재미있다. 재미있어! 저자의 필력도 대단하고, 역자의 번역 실력도 뛰어나다. 우리가 배우는 역사는 주로 서유럽의 역사에 집중되어 있기에, 비잔티움 제국은 위대한 로마 제국의 하나였고 '동방 정교회'라는 기독교의 큰 지류를 형성한 나라였음에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비잔티움 제국의 천 년 역사가 화려하게 눈 앞에서 살아나는 느낌을 받았고, 내가 배워온 서유럽사와 비잔티움 제국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면서 신기해했다. 비잔티움 제국은 로마 제국과는 또다른 새로운 제국이었다. 그리스의 육과 동방의 혼과 로마의 영을 가지고 있다고나 할까 ㅎㅎ 영토는 그리스, 문화는 동방, 뿌리는 로마- 책에서도 이 점을 강조한다. 이 세 가지 문화를 모두 가지고 있었기에 독특한 고유의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내가 비잔티움 제국을 처음 만나게 된 것은 코에이 사에서 발매한 <징기스칸 4>라는 게임에서였는데, 나는 그 게임을 하면서도 비잔티움 제국이 '그' 동로마 제국이라는 사실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원래 뿌리에서 완전히 벗어나 창의적인 문화를 만들어냈다는 의미려나? 흥미롭게도, 비잔티움 제국에서는 종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 예컨대, 그리스도교의 '교리'에 대한 문제가 제국 초기부터 말기까지 항상 제국의 중심에 있었고, 성직자나 귀족 뿐 아니라 평민들도 이런 논쟁에 참가하곤 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 점은 유럽 서쪽과 비교해 볼 때 상당히 독특한 점이다. 종교가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여지는 지금의 눈으로 보면 매우 소모적이고 의미 없는 논쟁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도리어 이런 논쟁이 비잔티움 제국에서 성(聖)과 속(俗)이 따로 분리되지 않았음을 이해할 수 있는 단초가 되지 않을까? 비잔티움 제국에서는 황제조차 신학 논쟁에 뛰어들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고 심지어 이에 따라 국가의 정책이 달라지기도 했다. 상당히 흥미로운 문화라 할 수 있겠다. 비잔티움 제국은 1000년을 넘게 지속되었기 때문에, 많은 수의 군주가 떴다 사라지곤 했다. 마치 신라 왕국을 보는 듯한 느낌. 게다가 이놈들은 이름에 뭐시기 1세, 2세, 3세, ... 뭐 이런 식으로 계속 붙이기 때문에 신라보다 훨씬 어렵다. 덕분에 보면서 계속 혼란을 겪었다. 발칸 쪽인지라 가뜩이나 익숙지 않은 이름들인데 그것도 한 두 명이 아니니... 뭐랄까, <백년 동안의 고독>을 보는 느낌이었달까? 그리고 계속해서 비슷한 사건들이 반복된다. 중상모략, 살해, 신체훼손, 음모- 이 나라만큼 황궁이 무서웠던 나라가 있을까 하는 느낌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비잔티움 제국은 천 년을 존속했다. 왜 그랬을까? 그 무시무시한 권력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위대한 군주들이 많이 등장했기 때문 아닐까. 설령 비열한 방법을 통해 황제의 자리에 올랐을지라도, 그의 통치가 훌륭했다면 사실 나라에는 이쪽이 더 이득이다. 여기 등장하는 비열한 황제들을 보면서 나는 당 태종, 그리고 조선 세조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어쩌면- 경쟁 속에서 강한 자가 살아남는 자연선택의 원리가 이 진작 멸망했어야 할 나라를 버틸 수 있게 해준 것 아닐까 싶다. 유명한 역사학자 에드워드 기번(Edward Gibbon)은 비잔티움 제국을 "고대 그리스와 로마가 간직했던 모든 미덕에 대한 배신"이라 폄하했지만, 이 책에서 내가 만난 비잔티움 제국은 동과 서의 교차로에 있어 필연적으로 침략당할 수 밖에 없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쓴 위대한 나라였다. 이렇게 또 한 번, 소중한 만남을 얻고 간다- @ 남경태 씨는 제발 책 쓰지 말고 번역만 하시면 안 될까요? 번역 참 잘 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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