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철, <청년아 울더라도 뿌려야 한다>, 홍성사.

교회 훈련과정에서 제출한 독후감으로 갈음합니다.

처음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온 몸에 전율이 자르르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청년아, 울더라도 뿌려야 한다." 이재철 목사님의 간절한 목소리가 내 귓가에 들리는 듯 했다. 왜 이재철 목사님은 제목에서부터 이렇게 비통하게 외치고 계신가? 무엇이 그리도 절실하실까? 아마도, 이미 추수할 때가 이르렀는데 눈물을 흘리기 싫어서 밭을 버리고 도망하는 일꾼들이 가득하니 그것이 너무도 안타까우셔서가 아닐까. 눈물 몇 방울 아끼려고 다시스로 향하는 못난 종은 그렇게 제목에서부터 찔림을 받고 책 첫 페이지를 펼쳤다.

책 속에는 대한민국 청년들을 향한 이재철 목사님의 사랑이 가득 녹아있었다. 겉보기에 당위적인 이야기들을 지루하게 늘어놓는 책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책을 읽으면서 따스하게 권면하는 목사님을 느낄 수 있었다. 육의 생각과 영의 생각 가운데 혼란을 겪고 있는 이 시대의 청년들을 향한, 진리를 분별할 수 없어 괴로워하는 이 나라의 청년들을 향한, 그리고 심령 깊은 곳에서 탄식하며 괴로워하는 주님의 청년들을 향한 목사님의 따스한 말씀. 어떤 때는 '아닌 것은 아니다' 통렬한 비판을 가하시는가 하면, 또 어떤 때는 청년들을 이해하시며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모습을 보여주신다. 책을 읽는 내내 이런 모습이 참된 목회자의 모습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스무 가지 글꼭지 중 가장 중요한 것을 꼽자면 역시, 책의 전체 제목과도 상통하는 "울더라도 뿌려야" 글꼭지일 것이다. 얼마 전 헌신자학교에서 안정환 전도사님과 함께 시편 73편을 배웠다. 시편 73편은 악인의 흥왕을 보고 탄식하는 노래로 시작한다. 시인은 악인의 형통함을 보고 그들을 부러워하는 한편, 자신의 경건함이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한탄한다. 이 고백은 아삽의 고백이 아니라 내 고백이다. 하나님을 훼방하고 수많은 죄악을 저지르며 사는 악인들을 가리키며, 저들은 저렇게 성공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초라하게 아무도 안 보는 십자가를 지고 가야 하냐고 하나님께 악을 쓰며 덤비는 부끄러운 나. 이런 나에게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가톨릭 시인인 구상 선생님과 몇몇 사람들이 앉아서 식사를 할 때 한 사람이 이런 질문을 했다.
"선생님, 정말 세상이 온통 어둡습니다. 온통 흙탕물입니다. 이럴 때에 크리스천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구상 선생이 대답했다.
"크리스천으로 맑은 물을 계속 흘려 보내어야 합니다."
그러자 그 사람이 또 물었다.
"선생님, 온 세상이 흙탕물인데 크리스천이 맑은 물 몇 방울을 보낸다고 이 세상이 맑아지겠습니까?"
이 반론에 대한 구상 선생님의 대답은 이랬다.
"그래도 크리스천들은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45쪽)

구상 선생님의 대답을 읽는 순간 눈물이 왈칵 났다. '그래도' 크리스천들은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대답, 이 대답이 '울더라도' 뿌려야 한다는 말씀과 겹쳐지면서 내 가슴에 큰 파문을 일으킨 것이다.

그렇다. 그리스도인들은 아프고 괴롭고 슬픈 길일지라도 묵묵히 걸어가야 한다. 나를 사랑하신 주님이 2천 년 전에 걸어가신 그 길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찬양 중에 <사명>이라는 곡이 있다. 이 곡은 "주님이 홀로 가신 그 길 나도 따라가오"라는 가사로 시작하는데, 이 소절을 부를 때마다 어찌나 가슴이 저려 오는지 모른다. 내가 가는 길은 내가 새로 개척하는 길이 아니다. 나를 위해 목숨을 주신 그 분께서 이미 피와 눈물로 닦아놓으신 길이다. 우리는 그저 주님의 발자취만 따르면 되는데, 이 얼마나 간단한 일인가?

하지만 우리는 종종 그 길을 걷다 말고 울음을 터뜨린다. 고독과 고통이 어느 샌가 엄습해오고, 너무도 힘들어서 주저 앉아버리고 마는 것이다. 더 이상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을 것 같다. 이런 때에 우리는 어찌 해야 할까? 이 책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해답도 제시하고 있다.

십자가란 피하면 피할수록 무거워지지만, 고난을 두려워 않고 지기만 하면 날로 날로 새처럼 가벼워진다. 주님께서 그 십자가를 부활의 영광으로 승화시켜 주시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주님께서 그대에게 귀담아 들으라 말씀하신 것이다. 고난의 십자가를 거치지 않는 부활의 영광이란 모두 허구일 뿐이다. 허구는 어떤 경우에도 진실이 아니다. (133쪽)

소향이 부른 <주님 다시 오실 때까지>라는 찬양이 있다. 이 곡도 내가 참 좋아하는 곡인데, 역시 가사에서 감동을 많이 받는다. 그 중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사는 "나의 가는 이 길 끝에서 나는 주님을 보리라 영광의 내 주님 나를 맞아주시리"라는 가사다. 마지막 그 때에, 고대하고 고대하던 그 분께서 환하게 웃으시며 나를 맞아주시는 그 광경, 상상만 해도 즐겁고 기쁘다. 우리는 부활의 소망을 가지고 있기에 사망의 골짜기에서도 새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며칠 전 묵상한 말씀에도 비슷한 말씀이 있었다. 아침에 회사에서 조용히 요한계시록 21장 묵상하는데 3-4절 말씀이 내 눈을 확 잡아끄는 것이다. "하나님은 친히 그들과 함께 계셔서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니" 새 예루살렘, 그 아름다운 곳에서 하나님은 내 눈물을 손수 내 눈에서 닦아주시리라. 아멘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

부활의 소망을 품고 사랑하는 그 분을 위해 나아간다면, 우리가 가야할 길도 그 분께 맡기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나는 유은성의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이라는 곡이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자세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곡이 들어가면서 시인은 기도한다. 아버지의 마음이 있는 곳에 나의 마음이 있기를, 그리고 아버지의 눈물이 고인 곳에 내 눈물이 고이기를. 그렇다. 우리가 울면서 뿌릴 때, 그 눈물은 내 눈물이 아니라 그 분의 눈물이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우리가 괴로워하고 슬퍼할지라도 주님의 눈물과 합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나만의 감정과 나만의 생각으로 흘리는 눈물은 더 이상 그분의 것이 아닐진대.

그러기에 나는 기도한다. 주님의 눈물을 내 눈에 채우사 주님께서 아파하실 때에 내가 아파할 수 있고 주님께서 측은히 여기실 때에 내가 측은히 여길 수 있도록. 주님께서 바라보시는 영혼을 내가 바라볼 수 있고, 주님께서 가기 원하시는 땅에 내가 갈 수 있도록. 더 이상 내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내 눈물이 아니라 그 분의 눈물이 되기를 소원한다. 그렇게 주님의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릴 때에, 주님의 기쁨으로 단을 거두지 않겠는가. 다시 오실 그 날, 주님께서 나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길 기도한다.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을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 (마 25:21)"
by 로보스 | 2007/11/30 23:57 | |감상| | 트랙백 | 핑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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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부. 김준곤 외, 청년, 그 희망의 이름, 순출판사. [감상문] 필립 얀시, 하나님, 당신께 실망했습니다, 좋은씨앗. 이재철, 청년아 울더라도 뿌려야 한다, 홍성사. [감상문] 문학 김언수, 캐비닛, 문학동네. [감상문] 이청준, 당신들의 천국, 문학과지성사. [감상문] 에쿠니 가오리, 도쿄 타워, 소담출판사. 박현욱, 아내가 결혼했다,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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