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곤 외, <청년, 그 희망의 이름>, 순출판사.

이 책은 한국 C.C.C.(Campus Crusade for Christ, 대학생선교회)의 정기간행물에 실린 글들을 모아서 만든 책으로, 사회 명사들이 기독교인 청년들에게 해주고픈 말들을 수집한 책이다. 여기 보면 대통령 후보로 나오신 정근모 박사님을 비롯하여 오정현 목사님, 김상복 목사님, 김진홍 목사님 등 유명한 분들이 여럿 기고하셨다.

책에는 지식전달용 책과 '이렇게 살아야 한다' 류의 책이 있는데, 사실 난 후자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 하는 거고, '이리이리 살아라'라고 한다 해서 그걸 듣고 인생을 바꿀 내가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뭐 <죽기 전에 해봐야 할 n가지 일들>이라느니 <아침형 인간>이라느니 하는 책들은 전혀 읽어보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한 가지 예외가 있는데, 그 와중에도 기독교 신앙서적은 읽는다는 점이다. 신앙인으로서 살아가다보면 여러가지 상황에 부딪히게 되는데, 그럴 때 신앙서적들은 꽤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쓰는 서평들을 죽 보면 알겠지만, 나는 보통 책에 대해 장점보다는 단점을 많이 지적하는 편이다. 일단 졸속으로 찍어내는 우리나라 책들에 대한 불만도 많지만, 보통 지식전달용 책을 주로 읽는 나에게 지식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책은 그 소임을 다 하지 못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신앙서적들이다. 얘들은 지식을 전달한다기보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쪽의 이야기를 하는 책들이고, 이건 반박하고 자시고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그리스도인이라면 전도를 해야 한다, 기도를 해야 한다, 말씀을 봐야 한다는 말을 어떻게 반박한단 말인가? 설령 설명을 위해 든 예가 잘못되었다고 해도, 그걸 지적하는 것은 마치 기독교인이라면 응당 해야 하는 의무를 하지 않겠다고 천명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섣불리 공격할 수 없다.

이 책, <청년, 그 희망의 이름>을 구입한 것은 사실 여러 유명한 분들의 좋은 말씀을 듣고 그걸 내 자양분으로 삼기 위해서였는데, ...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은 정말정말 실망이다. 이 책에 나오는 얘기들이 틀렸다는 게 아니다. 맞지만, 살아있지 않은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는 거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하나님의 나라는 말에 있지 아니하고 오직 능력에 있음이라 (고전 4:20, 개역개정)"라는 말씀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좋은 말 하는 건 쉽다. 누구나 뭐가 옳은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는 다 안다. 아니 최소한 말로 지어낼 수는 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이 그렇게 사는 건 쉽지 않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기고한 여러 인물들이 과연 자신들의 말처럼 살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대부분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 '도덕 교과서'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필자 중에는 이랜드 박성수 회장도 들어있다. '기독교 경영'을 표방한 그가 과연 하나님의 뜻에 맞게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지 심히 의문이다.)

그렇다고 책의 내용이 뭔가 참신한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글들이 다 비슷비슷한 결론을 내린다. "청년의 때를 낭비하지 말고 열심히 살아라!" 아 누가 모르냐고요. 그 중 결론이 약간 다른 글들도 있었다. 산림청장님이 쓰신 글에는 산을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 -_- 는 결론이 나왔고, 한명숙 당시 국회의원님이 쓰신 글에는 여성도 남성과 동일한 대우를 해야 한다 -_- 는 결론이 나왔다. 난 얘들을 보면서 '진짜 갖다붙이기는 짱이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전자는 에덴 '동산'이라는 말로부터 산은 인류의 고향이니 어쩌니 하는 이야기를 꺼내고, (아니 에덴 동산이 정말로 '동산'이라고 생각하시는 건지...) 한 총리님 글에는 아예 성경이니 하나님이니 하는 말은 나오지도 않더라. 이게 무슨 기독교 글이야, 사회운동 글이지.

게다가 제일 마지막에 실린 김준곤 목사님의 글은 더욱 쇼킹했다. (사실 난 김준곤 목사님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저 C.C.C.를 설립했고, '그리스도의 계절'이라는 유명한 찬양을 작시한 분으로만 알고 있을 뿐이다.) 김 목사님은 서양 철학의 역사를 처음부터 쭉 훑어오면서 "모든 철학은 다 틀렸고, 기독교만이 무조건 옳다!"는 결론으로 유도한다. 이렇게 극도로 편향된 시각이라니. 철학과 신학이 언제부터 전쟁하는 사이였던가? 청년들에게 이런 시각을 심어줘서 뭘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 철학에 대한 무조건적인 적개심? 바울 사도는 철학에도 해박했고, 실제로 아테네에 갔을 때는 에피쿠로스 학파, 스토아 학파 철학자들과 대등하게 토론하기도 했다고 성경에 쓰여있지 않은가.

내가 너무 비판적인가? 기독교인들이 쓴 글이니 무조건 싸고 돌아야 맞는 건가? 다시 말하지만, 난 저 글들의 결론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다만 그런 소리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걸 지적하고 싶은거다. 심지어 무신론자, 범신론자라 해도 '올바르게 살아라'는 얘기는 할 수 있다. 만약 진짜로 기독청년들에게 새로운 힘을 주고 싶었다면 자신의 체험, 살아있는 간증이 포함된 글을 썼어야 맞지 않을까. 아, 어쩌면 여기 기고한 분들에게 글로 쓸만한 체험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글 밖에 못 쓰시는 건가? ^^ (물론 이 책에 있는 모든 글이 다 무력하지는 않다. 오정현 목사님 글 같은 경우 읽으면서 상당히 감명을 받았으니까. - 이게 바로 영성의 차이 아닐까?)
by 로보스 | 2007/11/22 15:24 | |감상| | 트랙백 | 핑백(1)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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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Yuki37 at 2007/11/22 17:13
비기독교인이 까는것보다야 기독교인이 자체 검열해주는게 차라리 낫지. 나도 기독교서적들 중에는 '마시멜로 이야기'같이 작은 깨우침을 주려는 책들이 자주 나와서 좀 안타까운게 많아. (지금 조엘 오스틴의 잘되는 나였나 그 책 QT삼아 보고 있는데 이것도 좀 그런 류인듯도 하고. 게으름도 약간 그렇지 않았나?) 근데 성경말씀을 적절히 전달하면서 어렵지 않게 책을 쓰려면 결국 가벼워 질 수 밖에 없는듯. =_= 맥쿼리보다 두배 두꺼운 책을 100페이지 안에 내용을 담는다고 생각해봐. 그래서 기독교 서적은 QT용으로 가볍게 가볍게 읽고있습니다. ㅋㅋㅋ
Commented by 긁적 at 2007/11/22 17:22
뭐. 결론이야 어쨌든. 로보스띠의 괴물같은 독서량에는 일단 GG...
(그러니까 공부좀하라고!)
Commented by 로보스 at 2007/11/22 17:49
유키눈// 응 그러게 말이지. 요새 기독교 서적 중에는 예수가 빠지고 성경이 빠진 서적들도 많더라고. 아마 시류에 편승하기 위해서겠지만, 그럼 그게 무슨 기독교인가 싶어. 에휴.
긁적님// 그럴리가요 ;ㅁ; 얇은 책들이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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