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비환, <맘몬의 지배>, 성균관대학교출판부.

이쪽 책들을 평소에 잘 읽지 않는 편이라, 이것도 선배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이다. 맘몬(Mammon)이란 히브리어에서 온 말로, "재물의 신"을 의미한다. 이 책에서는 이 맘몬이 어떻게 재물을 분배하는가- 에 초점을 맞춰 여러가지 이론들을 제시하고 있다. 뭔가 책에서 한 가지 입장을 명확하게 주장한다기보다는 그냥 여러가지 사례들에 대해 다양한 이론들을 설명하는 게 목적인 것 같다.

이 책의 부제가 '사회적 가치분배의 철학'이고, 이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알라딘 분류도 '도서 > 인문학 > 철학의 이해 > 철학 이야기'로 되어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철학적인 내용은 별로 없다. 정치학, 사회학, 경제학의 여러 이야기들이 짬뽕되어 있을 뿐이다. (그래서 불만이다 -_-) 사실 내가 기대했던 건 '분배'에 대한 흥미로운 철학적 논평인데, 이 책은 논평이라기보다는 그냥 "이러이러한 이야기가 있더라-"는 잡다한 이야기책에 불과하다. 필자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글쎄, 이 책에 나오는 얘기 중 '자신의 의견'이 몇 퍼센트나 되려나. 그래서 별로 재미가 없었다. (심지어 필자가 곳곳에 달아놓은 주석에서 나타나는 경제학 이야기는 거의 경제학 관련 도서를 베끼다시피 한 내용들이다. 남들을 이해시키는 게 목적이라면 좀 풀어서라도 설명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다고 필자가 자신이 인용한 내용들에 대해 설명을 잘 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뭐 필자가 내용을 다 이해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내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고, 그냥 설명이 너무 부실하다고 느꼈다. 인용한 내용이 틀림없는 내용인데도 주석이 안 달려있는 건 교양서라서 그렇다고 쳐도, (원전을 안 봐서 잘 모르겠지만) 거의 영어식 표현을 그대로 번역한 것으로 보이는 문장들이 곳곳에 출몰하는 건 좀 심했다. 뭐 필자가 나름대로 정리해서 쓴 거겠지만, 글쎄... 난 누구처럼 책을 수업 듣듯이 한 글자 한 글자 진지하게 읽는 사람이 아니라서 이렇게 정신 사나운 책을 보면 짜증이 난다.

또 논지 전개에 있어 '자신의 직관'에 의존하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불쾌했다. "~라는 것은 당연하다." "~라고 생각된다."는 식의 표현이 아무런 근거 없이 사용된다. 여러가지 주장들을 인용하는 건 좋은데, 그 사람들이 그런 주장을 한 배경에는 근거가 있을 거 아냐! 왜 그걸 구렁이 담 넘어가듯 다 뛰어넘는건지... 이 책의 설명만 들으면, 유명한 학자들의 주장들도 그냥 뇌입원 댓글란에서 깝치는 네티즌들이랑 다를 게 별로 없어진다. 근거 없이 "A하니까 B하다!"라고 외치는 거잖아?

결국 이 책을 다 보고 나서 내린 결론은, 필자가 국어를 못한다 -_- 는 거였다. 필자는 기초적인 단어의 철자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better의 의미로 '낳은'이라는 표현을 쓰더라. 개념없는 네티즌도 아니고 이건 뭐... 하긴, 이 부분에선 편집팀의 잘못도 크군.) 어쨌든 이론에 대한 설명이라면 깔끔하고 재미있는 글을 추구하고,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는 거라면 타당하고 합리적인 글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 양쪽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어중간한 이 책에 대해 그리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없다. 이 책을 처음 권해준 선배는 이 책이 나한테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 걸까? :(
by 로보스 | 2007/11/10 12:28 | |감상| | 트랙백 | 핑백(1)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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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책. [감상문] 사회학 대니얼 J. 부어스틴, 이미지와 환상, 사계절출판사. 앤드루 세이어, 사회 과학 방법론, 한울. 김비환, 맘몬의 지배, 성균관대학교출판부. [감상문] 비평 김진호 외, 무례한 자들의 크리스마스, 평사리. 임지현, 민족주의는 반역이다, 소나무. 이상성, 추락하는 한국교회, 인물과사상사. * 최종 업데이트 : ... more

Commented by 로보스 at 2007/11/10 12:34
전에 남경태의 <철학> 리뷰를 쓸 때도 느꼈지만, 책에다 철학 타이틀 붙이는 걸 너무들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자신만의 철학도 없는 사람들이 무슨 얼어죽을 철학 책을 써? (뭐 이건 과학 타이틀도 마찬가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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