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상, <기도로 움직이는 배 둘로스>, 홍성사.

둘로스 호. 타이타닉 호와 동시대에 건조되어 아직까지 국제선교선으로 활약하고 있는 배다. 이 둘로스 호가 이번 여름에 한국으로 들어왔다. 7월 초, 둘로스 호에 타고 있는 선교사님들이 우리 영락교회 대학부를 방문하셨고, 그곳에서 난 처음으로 둘로스 호의 이름을 들었다. 한 선교사님의 인상적인 (영어) 설교를 듣고 '둘로스 호'라는 이름을 머릿속에 각인시킨 후 훈련을 떠났는데 어머나 -ㅁ- 훈련 3주차 일요일 예배 때 훈련소 교회에 둘로스 호 선교사님들이 나타나신거다! 이번에는 다른 선교사님들이었지만, 어찌나 반갑던지 +_+ 이후 훈련을 마치고 무사히 서울로 귀환했는데, 어머나 -ㅁ- 또 한 번 선교사님들을 만나게 되었다. 한국을 뜨기 전에 영락교회를 한 번 더 방문하셨다더라. 그 때 설교하셨던 분이 바로 둘로스 호의 리더이자 이 책 <기도로 움직이는 배 둘로스>의 저자이신 최종상 목사님이셨다.

최종상 목사님께서는 설교 도중에 둘로스 호에서 있었던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들려주셨는데, 하나하나 참으로 귀한 경험이요 놀라운 은혜였다. 목사님께서는 시간이 짧아서 모든 이야기를 다 들려주실 수 없다고 웃으시며 말씀하셨고,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으면 이 책을 사서 읽어보라고 권하셨다. 거기 앉아있던 사람들 중에 몇 명이나 이 책을 샀는지는 모르겠지만 ^^; 나는 책 제목을 메모해뒀다가 지난번 '대량 책 충동 구매' 때 같이 구입하였다.

책의 구성은 간단하다. 최 목사님이 단장이 되신 이후 둘로스가 다녔던 세계 곳곳의 도시들을 순서대로 소개하며 그곳에서 있었던 사건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전부다. 게다가 선교선이니 뭐 얼마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겠는가? 다 뻔하지. --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은 내가 기대하던 것 이상의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우리는 흔히 '선교'라 하면 한국 교회의 무식한 선교방법, 즉 전도가 금지된 국가에도 마구잡이로 들어가서 사원 안에서 찬양집회를 열고 원치 않는 사람들에게 강제로 전도지를 뿌리는 그런 것을 연상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기성 교회에선 그게 '옳은' 것으로 가르치고 있고, '예수님을 부끄러워 하면 천국에서 예수님이 그 사람을 부끄러워 한다'는 말씀을 적용하여 '뻔뻔하라'고 요구한다. 총 맞아 죽으면 순교 아니냐고, 하늘나라에서 큰 상을 받을 거라고 꼬신다. 이번 아프간 사태 때도 그랬기 때문에 사람들의 지탄을 받는 것 아닌가?

그런데- 분명 '선교선'인 둘로스 호의 선교는 조금 달랐다. 둘로스 호는 방문 국가의 입장을 최대한 존중한다. 전도나 선교가 금지되어 있다면, 안 한다. 여기서 '안 한다'는 말은 문자 그대로 안 한다는 것이다. 몰래몰래 전도지를 뿌린다거나 붙잡고 기도를 해준다거나- 그런 일 없다. 심지어 선내에서 벌어지는 행사에서도 종교적 색채를 완전히 제한다. 이들이 얼마나 조심스럽고 배려심이 깊은지, 한국 교회의 '전투적 선교'에 젖어있던 나에게는 큰 충격이 되었다. 이들은 방문하는 국가에 따라 사용하는 프리젠테이션 자료니 준비하는 행사니 모든 것을 그 국가에 '맞춰서' 준비한다. 중동 국가라면 세계 지도를 보여줄 때 '이스라엘'이라고 표기하지 않고 '팔레스타인'이라고 표기하는 등 정말 세심한 부분까지 하나하나 고려해서 준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선교가 금지된 국가에서 선교를 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이 '선교선'은 언제 선교를 하는가? 이런 의문이 생길 수 있지만, 둘로스 호 사람들의 선교는 그들의 생활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선교의 자유가 있는 국가라면 나가서 전하는 일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들의 공동체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 든든히 서있음을 통해 사람들에게 무언의 전도를 하는 것이다. 다른 이들에게 존경받고 칭찬듣는 공동체, 이런 공동체가 기독교적 가치관 위에 서있다면,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기독교에 대해 호감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불행히도 우리나라 교회들은 존경받고 칭찬듣는 일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주여.)

읽으면서 둘로스 호에 역사하신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도 많이 느꼈지만, 그것보다는 '배려의 선교'를 몸소 실천하는 둘로스 호의 모습을 통해 전도의 한 방법을 깨닫게 된 것이 더욱 감사하다. 전도는 싸워 이겨서 끌고 오는 게 아니다. '빛과 소금'된 우리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감화되어 찾아오도록 하는 것이 전도다. 어째서 우리나라는 아직도 전투적 선교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걸까. 그렇게 선교해서 한 사람 교회로 끌고 올 때 백 사람이 등돌린다는 사실을 왜 모르고 있는 걸까. 답답하고 안타깝다.
by 로보스 | 2007/10/29 18:55 | |감상| | 트랙백 | 핑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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