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생각의 나무.


개역시 알랭 드 보통의 철학 에세이.
요새 맨날 과학철학 이딴 거나 봐서 철학 책 보면 머리가 지끈지끈한데
오랜만에 유쾌하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알라딘에서 충동구매한 책이다. (사실 난 아직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조차 읽지 않았다!) 철학 에세이라니, 어떤 내용일까. 철학 개론이나 철학사 책은 많이 읽어보았지만 철학 에세이는 처음이다. 에세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그 '가벼움'에 오히려 매력을 느꼈달까.

사실 알랭 드 보통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저자 소개를 읽고 이름과는 다르게 매우 특별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얘기나 지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굉장히 대단한 사람인 것 같다. 뭐, 스물 셋에 쓴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니 말 다 했지. 이 대단한 저자를 책 속에서 드디어 만났다.

이 책의 원제는 The Consolations of Philosophy인데,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이라는 제목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책 표지에 붙어있는 종이 날개에 "어떻게 젊은 베르테르는 삶의 기쁨을 되찾았는가"라는 문장이 쓰여있는데, 이 문장이야말로 책을 함축적으로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소크라테스, 에피쿠로스, 세네카, 몽테뉴, 쇼펜하우어, 니체, 여섯 명의 철학자를 등장시켜 그들로 삶의 기쁨을 되찾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게 한다. 사실 철학 정사를 보면 세네카나 몽테뉴, 쇼펜하우어는 주요 인물로 나오지 않는다. 쇼펜하우어 시대 최고의 철학자는 헤겔이었고, 니체 시대 최고의 철학자는 마르크스였다. 그래서 그랬을까, 나는 이들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특히 세네카나 몽테뉴의 철학은 거의 들어본 적이 없었다.

보통의 입을 통해 나오는 이들의 철학은, '지식'과 '철학'에 대한 나의 생각을 완전히 깨부수었다. 특히 몽테뉴의 철학은 환상이었다. 아, 이런 철학도 있구나! 라고 부르짖게 한 철학. 철학이라는 것이 꼭 칸트나 헤겔의 어려운 철학만이 아님을 일깨워주었다.

그렇지. 사실 어려운 말로 씨부렁거리는 것이 철학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삶의 한 구석에서 발견한 인간의 원리. 그게 설령 시장 바닥의 언어로 표현된다 해서 철학이 아닌가? 앞의 독후감, <모순>에서 인용해 놓은 두 구절, 나는 그것들 역시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삶을 정확하게 짚은 말들 아닌가.

책을 읽고 나니 철학에 대해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아무래도 좀 더 깊게 생각해봐야겠다.
by 로보스 | 2006/07/15 00:22 | |감상| | 트랙백(1) | 핑백(1)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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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월풍도원(月風道院) -.. at 2011/08/17 10:13

제목 : [책]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 알랭 드 보통 지음..
알랭 드 보통의 유쾌한 철학의 위안.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속엔 인기 없는 사람, 돈이 없는 사람, 좌절한 사람, 부적절한 존재, 상심한 사람, 곤경에 처한 사람 그리고 모든 사람들을 위한 위안과 행복의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이 책은 소크라테스, 에피쿠로스, 세네카, 몽테뉴, 쇼펜하우어,그리고 니체의 철학에 대해 이야기합니다.그들의 이름은 어릴 적 도덕책,......more

Linked at 世界はネオハピ! : '06-'.. at 2007/07/06 14:10

...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문학동네. [감상문] 츠츠이 야스타카, 시간을 달리는 소녀, 북스토리. [감상문] 철학 알랭 드 보통,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생각의 나무. [감상문] 최진덕, 인문학, 철학, 그리고 유학, 청계. [감상문] 장 보드리야르, 시뮬라시옹, 민음사. [감상문] 수학 버트란트 러셀, 수리철학의 기초, 경문사. [감상문] 임레 라 ... more

Commented by tune at 2006/07/15 16:37
분명히 보통은 스물 셋에 실연을 당하고 책을 썼을 거라는... :) 최근에 '불안'이라는 책도 봤는데 데뷔작에 비하면 조금 독창적인 생각이 아쉬웠던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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