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왜 샀더라... 보통 문학은 추천이 들어오지 않는 한 거의 읽지 않는 나이기에 분명 누군가의 추천이 있었을 터인데. -라고 생각하다가 퍼뜩 디모데 형의 추천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1년 선배인 디모데 형은, 누군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랑 매우 닮았다". 하지만 나는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나와는 달리, 디모데 형은 엄청난 독서량과 뛰어난 필력의 소유자로 이미 초등학교 때 문단에 등단한 경력이 있다. (쿨럭) 그런 디모데 형이 추천한 책이라니! 나는 설레는 가슴을 안고 '이 아이를 장바구니에'를 클릭했고, 그래서 이 아이가 손에 들어오게 된 것이었다. (사실 디모데 형의 서평에 비하면 이건 정말 젠장... -_- 갑자기 디모데 형과 비교하기 시작하니 우울해진다. 하지만 뭐 내 글에는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으리라 내 맘대로 착각하고 그냥 써갈겨야겠다.) 이 책은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인데, 역시 같은 상을 수상한 천명관의 <고래>와 여러 면에서 비교가 된다. (어라... 내가 <고래> 독후감을 안 썼구나.) 일단 둘 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판타지'라는 점, 그리고 그 구라를 능숙하게 풀어낸다는 점에서 비슷한 점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끝이다. 두 작품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완전 다르다. 이 책은 좀 더 뭐랄까... 풍자와 해학이랄까, 그런 느낌이 묻어난다. 좀 더 고상한 언어로 표현하면 블랙 유머랄까. 그러기에 즐겁게 보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어딘가 쿡쿡 쑤시는 느낌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비정상적인' 사람들의 모습이 결국은 나의 한 모습이 아닐까- 하는. 요새 '역지사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어째서 반개신교인들은 개신교인들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비난만 하는가? 어째서 문돌이들은 이공돌이들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부려먹으려고만 하는가? 그들을 '이해할 수 없는' 나는 그들의 편협된 사고를 비판하며 욕하곤 했다. 하지만 그러한 나에게 이 책에 등장하는 메모리모자이커의 한 마디가 커다란 사이렌 소리와 같이 다가왔다. "인간은 육체와 정신을 통째로 빌린다 해도 결코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가 없어요. 타인의 입장이라고 착각하는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그러니 함부로 타인을 이해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바로 거기서 끔찍한 폭력이 발생합니다." 마지막으로, 부록에 실린 작가의 말 중 마음에 든 한 마디를 인용하면서 글을 마친다. 나의 선생은 소설쟁이가 농부, 어부, 막노동꾼처럼 자신의 가족을 위해 신성한 밥벌이를 하는 성실한 사람들에 비해 두 수쯤 아래에 있는 존재라고 가르쳤다. 하지만 선생이 틀렸다. 소설을 쓰고자 하는 가장 근원적인 욕망은 허영이므로, 소설쟁이는 그들보다 최소한 세 수쯤은 아래에 있는 존재다. 그러므로 세상의 모든 독자들은 작가에게 관용이란 걸 베풀 필요가 없다. 당신이 이 저열한 자본주의에서 땀과 굴욕을 지불하면서 힘들고 어렵게 번 돈으로 한 권의 책을 샀는데 그 책이 당신의 마음을 호빵 하나만큼도, 붕어빵 하나만큼도 풍요롭고 맛있게 해주지 못한다면 작가의 귀싸대기를 걷어올려라. 그리고 멋지게 한마디 해주어라. "이 자식아, 책 한 권 값이면 삼 인 가족이 맛있는 자장면으로, 게다가 서비스 군만두도 곁들여서, 즐겁게 저녁을 먹는다. 이 썩을 자식아!" 황석영 선생의 말도 있었지만, 자신의 뚜렷한 철학이 있는 작가, 이런 작가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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