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주인공은 한국 종교계의 대표적인 인물 중 하나인 한경직 목사님(1902-2000)이다. 한 목사님 소천 이후에 그 분을 기념하기 위해 한 목사님과 관련된 단편글들을 여럿 모아 엮어낸 책. 목사님은 내가 태어났을 때에 이미 연세가 많으셨기 때문에 직접 접할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종교계의 노벨상, 템플턴 상을 한국 최초로 수상(1992)하셨을 정도로 세계 기독교사의 큰 인물이셨고, 한 목사님을 아는 자들은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존경의 눈빛을 보낼 정도로 올바르게 살다가신 분이었으니 관심이 생길 수 밖에. 게다가 우리 할머니, 외할머니 두 분 모두 한경직 목사님 밑에서 신앙생활을 하셨고 우리 부모님 결혼 주례도 한 목사님이 봐주셨으니 내 개인적으로도 늘 궁금한 분이었다. 늘 온유하고 겸손하고 청빈한 분이라는 것만 알았는데, 목사님은 '지식인'으로도 남들에게 뒤지지 않는 분이었다. 한 목사님은 일제강점기에 이미 '조선'에서 '전문학교(대학 레벨?)'을 졸업하셨고, 그것도 거기서 자그마치 자연과학-_-을 전공하셨다고 한다. 이후 미국 엠포리아 대학으로 유학가셔서 인문학을 전공하셨고, 프린스턴 신학교에서 신학으로 공부의 종지부를 찍으셨다. (한경직 목사님도 괴수? T_T) 이런 분이 사명감 하나로 조선 땅에 다시 돌아와 목회를 시작하신 거다. 사람들이 투박한 문체로 써나간 한 목사님의 일화들을 읽으면서, 학문으로도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분이 자신을 낮춰 묵묵히 성도들을 섬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런 모습이 진정한 목사의 모습 아닐까. 끝으로 책에도 실린 일화 한 편을 소개하며 마친다. 한경직 목사님이 은퇴하시고 교계의 원로로서 계실 때의 이야기다. 한국의 유명 목회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자리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 한경직 목사님도 참석하셨다. 목사님은 모임 내 조용히 앉아계셨지만, 워낙 존경받는 분이었기에 사회자가 한경직 목사님께 마이크를 넘겨드렸다. "목사님, 이렇게 많이들 모였는데 후배 목회자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경직 목사님은 잠시 뜸을 들이시더니, 곧 간곡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목사님들, 예수 잘 믿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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