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라임 키숀,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 마음산책.

아 이 책 최고최고! 진짜 속이 시원하게 해주는 책이다 -_-)b 강추!

고등학교 후배 중에 내가 존경하는 한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가 일전에 자기 게시판에서 좋은 책이라고 추천한 책이다. 사놓고는 훈련소 다녀와서 읽기 시작했는데, 어찌나 재미있는지 하루만에 꼴랑 다 읽어버렸다. (1시간 반 정도 걸렸나?) 진짜 내가 평소에 갖고 있던 생각과도 일치한데다가 답답한 부분을 박박 긁어주니 얼마나 시원한지.

이 책은 현대미술비평에 대한 속시원한 풍자와 유머스러운 비판으로 가득차 있다. 더이상 대중이 이해할 수 없는 작품을 만드는 화가들, 그리고 그 화가들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칭송을 하고 '비평'을 하는 비평가들, 그 작품들을 엄청난 가격으로 사들이는 사람들... 도대체 앤디 워홀의 '켈로그 박스'(1964)의 어디에 예술성이 있는가? 책 속에는 '고전적인' 미술 작품과 '현대적인' 미술 작품이 계속해서 평행하게 등장한다. 아마 저자는 독자들에게 묻고 싶었던 것일게다. "둘 중 어느 쪽이 '예술적'인가?"

사실 이 책이 비판하는 건 '현대미술'이 아니다. 그래, 어떤 작품을 '예술'로 느끼든 말든 그건 화가들 마음이다. 문제는 그걸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송해서 '대중'을 모두 무식쟁이 ㅋㅂㅅ으로 만들어버리는 '비평가'들이다. 이 책에는 그런 이야기도 나온다. 침팬지가 그린 그림을 비평가한테 보여줬더니 "이 그림에서 느껴지는 어쩌고저쩌고... 누구누구의 영향을 받았으며..." 하면서 잘도 주워섬기더란다. 현대미술은 더이상 예술작품이 아니다. 비평가들에 의해 평가되는 '상품'이다. 저자는 이 비평가들을 통렬하게 비난하면서 더 이상 대중을 호도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이건 미술의 문제만이 아니다. 현대음악을 생각해보자. 존 케이지의 <4분 33초>가 '대중을 위한 예술'인가? 글쎄, 물론 나는 예술에 대해 감상자가 '예술'로 느끼기만 하면 그건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다수가 예술로 느끼지 않는 것을 예술이라 주장해서 비싸게 팔아먹는 건 '벌거벗은 임금님'의 옷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임금님은 만족하고 계시겠지만, 백성들은 그 누구도 옷을 볼 수 없다. 지금은 임금님의 권위가 무서워서 아무도 옷을 못 보겠다고 외치지 못하는 거 아닌가. 도리어 옷이 훌륭하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고 아첨을 떠는게 지금 백성들의 모습일게다.

이 책은, 벌거벗은 임금님을 보며 환호하는 백성들 가운데 임금님은 벌거벗었다고 용감히 소리친 한 소년이 아닐까. 끌려가서 죽도록 두들겨 맞을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소리친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 사실, 어쩌면 예술뿐 아니라 현대 학문들 대부분이 벌거벗은 임금님 놀이를 하고 있지는 않나 싶다. 철학자들이 주워섬기는 어려운 말들에 과연 '의미'가 있는가? 아 물론 의미가 있겠지. 하지만 나는 벌거벗은 임금님의 옷은 관측자에 따라 실존할 수도, 실존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즉 나에게는 유의미한 어떤 대상이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무의미할수도 있다는 것. 보드리야르의 철학이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뒤집어놓은 위대한 작업일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저 한심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둘 중 하나가 반드시 옳아야 하는가? 다 자기 생각하기 나름 아닐까. 그렇다, 나는 상대주의자다 -_- (과학지식은 어떨지 조금 더 고민을 해봐야겠다)
by 로보스 | 2007/08/11 09:57 | |감상| | 트랙백 | 핑백(2)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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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잔티움 연대기, 바다출판사. 예술 존 스탠리, 천년의 음악여행, 예경. E. H. 곰브리치, 서양미술사, 예경. 에프라임 키숀,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 마음산책. [감상문] * 최종 업데이트 : 2007. 8. 11.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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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아싸 차장님 오늘 저녁 약속 있다는군 일찍 끝나겠다 ㄲㄲㄲ 게다가 내일은 휴일♬ 실컷 쳐자야지 +_+ #1. &lt;피카소의 달콤한 복수&gt; 독후감을 쓰긴 했지만, 솔직히 나는 미술 평론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다 orz 음... 아는 바가 전혀 없는데 저런 글을 쓰면 잘못된 건가? ... more

Commented by 시엔 at 2007/08/11 10:14
앤디 워홀의 '켈로그 박스'의 어디에 예술이 있는가에 한표 던져요
=-=;;; 저건 그냥 타이포그래피 쪽으로봐도 아닌 걸요
마지막 평이 맘에 드네요 벌거벗은 임금님이라 비유가 멋진 걸요
나중에 한국가면 한 번 꼭 봐야겠어요 ㅎㅎ
Commented by 큐리아 at 2007/08/15 12:11
정말 공감해요 ㅠ 예전에 한 화랑에 가본 적이 있는데, 그냥 '어떤 걸 그렸다' 정도로밖에 알 수 없어서 설명을 듣고 싶었는데 '이 작품의 화가는 원로여서 집의 품격을 높여 줄 거다' '유망한 화가의 작품이니 소장한다면 더 비싸게 팔 수도 있을거다'는 식의 말 밖에 듣지 못했어요-_-;;
뭐 그림을 파는 곳이니 그러려니 했지만, '나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 가장 비싸게 팔렸고(300만원정도였나-_-;) 물어봐서 설명을 들었는데 작품보다 더 난해했어요-ㅅ-;
그런 점들을 지적했더니 '작품이 자신의 마음에 들면 그만'이라고 답변을 들었는데, 어차피 대중은 예술을 이해하지 못하니 마음대로 감상하라는 식이어서 씁쓸했던...
Commented by 로보스 at 2007/08/15 22:31
시엔님// 한국 오면 저도 한 번 꼭 봐주세요 +_+
큐리아// 오랜만이야 :) 잘 지내고 있니? 현대예술은 정말 갖다붙이면 다 설명되는 것 같아 ㅠ 대중과 괴리된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을지... 정말 '당신들의 천국'이 아닌가 싶다. 수능 끝나고 한 번 보자꾸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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