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존슨, <스트레인지 뷰티>, 승산.

두껍다. 그리고 무겁다 -_-;; 이놈 들고 왔다갔다 하느라 정말 힘들었다. 게다가 두꺼운 주제에 글자도 빽빽하게 들어차있어서 읽는데 오래 걸렸다. 그럼에도 포기 -_- 하지 않은 것은 이 책이 그만큼 흥미로웠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은 20세기 후반의 위대한 물리학자 머리 겔만(사실 이름이 Murray라서 우리나라에선 '머레이'라고 쓰기도 하는 듯.)의 일대기다. 소립자물리를 가르치신 이강영 교수님께서 좋은 책이라고 추천하셔서 질렀고 -_- 이번에 다 읽어본 셈. 뭐, 학자의 일생을 다룬 책이 당연히 그렇듯이 물리학적인 내용이 꽤 많이 나온다. (덕분에 공부도 좀 되었다) 나름 소립자까지 들었던 나한테도 어떤 내용은 좀 어려웠고, 아마 화학을 전공한 번역자도 그건 마찬가지였는지 몇 군데 오역이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재밌다. 일단 저자가 글을 무척 잘 썼고, (과학책 번역으로 유명한 승산에서 번역을 했으니) 번역도 매끄럽다. 게다가 겔만의 인생 스토리도 상당히 흥미롭다.

겔만은 미친 천재다. 그는 어릴 때부터 두각을 드러내 열아홉살에 학사 학위 -_- 를 받고 스물두살에 박사를 마친 후(내 나이네?) 스물다섯부터 교수 생활을 했다. 그리고 이후 엄청난 업적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아 제길 정말 부럽다. 하지만 도리어 겔만 자신은 그러한 영재교육에 대해 심히 부정적이고, 자기 자신이 엄청난 속도로 월반을 했기 때문에 '어린이' 시절이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영재라면 침 질질 흘리며 쫓아다니는 우리나라 언론의 한심한 작태가 오버랩되는 건 왜일까?

이 책을 읽다보면 유명한 20세기 물리학자들은 총출동하는 느낌을 받는다. 페르미, 디랙 등 양자역학 1세대부터(심지어 러더퍼드도 언급된다 -_-) 와인버그, 위튼, 그린에 이르는 최근 물리학자들까지, 다양한 시대의 물리학자들이 겔만을 중심으로 커다란 흐름을 형성한다. (아쉽게도 이휘소 박사는 등장하지 않았다.) 겔만은 잘 알려진 물리학자 파인만과도 같은 학교에 있었으며, 라이벌이자 동료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다. 나는 이런 부분에서 짜릿함을 느낀다. 내가 과학책에서 별개로 배웠던 여러 사람들이 '인간적인 관계'로 맺어져 있다니! 너무도 신기했다.

'19세기는 화학의 시대, 20세기는 물리학의 시대, 21세기는 생물학의 시대'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다른건 차치하고, 물리학이 20세기에 크게 번성했음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양자역학과 상대론이라는 거대한 두 기둥이 설립되었으며, 그 위에 우주론에서 레이저까지 수많은 업적들이 꽃피웠으니 말이다. 하지만 혹자는 이런 20세기를 보면서 '물리학자들이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변변찮은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시대를 잘 타고 나서 업적을 남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보면서 그 말이 완전 헛소리임을 깨달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물리학자들은, 하다못해 엑스트라로 잠깐 나오는 사람까지, 전부 뛰어난 사람들이었다. 자연의 대칭성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다 쏟은 사람들이었다. 그 누가 감히 이들을 무시할 수 있겠는가?
by 로보스 | 2007/06/25 09:29 | |감상| | 트랙백 | 핑백(2)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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