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정말 좋아하는 홍성욱 선생님의 책. 최근에 '과학'에 대해 이런저런 다양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런 생각들에 대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주었다. 덕분에 내 머리가 대규모 공사를 하게 되었다. 우선 최근에 글로 쓴 사회구성주의. 갤리슨의 주장을 보고, 오랫동안 고민했던 문제의 해답을 찾은 느낌을 받았다. 과학자의 과학 연구에 사회적 요소가 개입된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나는 과학이 꼭 이 모습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형태의 과학이든 다 가능하다는 말인가? (상대주의!) 갤리슨의 속박 이론을 보고, "이거다!"라는 생각이 확 스쳤다. 과학 연구를 속박하는 여러가지 요소들. 특히 나는 자연의 반응(response)을 그 중에 중요한 요소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학자들이 실험해서 얻는 결과가 과학자들 마음대로 나오는 건 아니잖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봐야겠고. 다음으로 3장에서 다루는 과학전쟁 그 이후 이야기. 과학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들으면서 나름대로 양쪽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나지만, 과학의 오용에 대해서는 항상 흥분하곤 했다. 소칼의 <지적 사기>를 읽으면서 프랑스 사상가들에 대한 공격에 환호성을 보냈던 나다. 그런 생각이 정말 잘 반영된 글이 바로 얼마 전에 썼던 '과학계산과 에프'라는 글이다. 하지만 그 글을 쓰고도 지적받았듯이, 인문학의 문법이 꼭 과학의 문법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홍 선생님의 조리있는 주장에 설득되었고, 내멋대로 날뛰었던 게 부끄러워졌다. 인문학자들의 글쓰기는 과학자들의 글쓰기와 다르다. 과학글에 비해 엄청난 양의 비유와 수사(修辭) 기법이 사용되는데, 과학자들은 그런 글을 보는데 훈련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글을 곧이곧대로(즉 과학글을 읽듯이) 받아들여 혼란이 생기는 것이다. '두 문화' 사이의 간격, 그게 엄청나다는 것을 깨달았고 또 그 간격을 좁히기 위한 노력이 참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인문학에 관심 많은 척 했던 나도 이제는 독선적인 태도를 버리고 간격을 좁히기 위해 노력해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뒤에서 두번째 꼭지에 나오는 창의성 이야기. 아 이건 진짜 복사해서 전국에 뿌려주고 싶을 정도다. 공부만 잘하면, 선행학습만 많이 되어있으면 다 천재인줄 아는 우리나라. 진짜 한심하다. 창의성에 대한 다양한 이론과 필자의 생각이 깔끔하게 정리되어있다. 특히 뒷부분의 한국 교육 이야기는 조금 과격해보이나(엘리트주의로 비난받기 십상) 많이 공감되었다. 아 이 책 보고 서울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가고 싶어졌어 T_T 이런 분 밑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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