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제, '박한제 교수의 중국 역사 기행' 시리즈, 사계절.
영웅 시대의 빛과 그늘강남의 낭만과 비극제국으로 가는 긴 여정

책 제목은 표지 그림 위에 마우스 포인터를 올리시면 보실 수 있어요 -_-/

귀찮아서 계속 미뤘던 독후감. 귀차니즘을 못 이기고 끝내 세 권의 책을 한 큐에 처리해버리는 기염을 토하다. <한국인을 위한 중국사>를 읽은 후에 중국사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겨서 이것저것 많이 질렀는데, 그 와중에 함께 지른 시리즈. 이 책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시대는 위진남북조 시대로, 한 제국과 수·당 제국이라는 거대한 두 제국 시대를 잇는 가교 시기이다. 이 시기에 대해서는 <삼국지연의>로 읽은 내용 정도 밖에 몰랐기 때문에 공부도 해볼 겸 이 책을 낼름 질렀다.

이 책은 여러 개의 독립적인 글꼭지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것은 원래 이 책에 담긴 글들이 글쓴이가 신문에 기고한 칼럼들이기 때문이다. 각각의 글에 대해 맺음이 뚜렷해서 좋긴 하지만 아무래도 앞의 글과 뒤의 글 사이에 개연성이나 인과성이 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앞에서 한 얘기를 또 하는 경우도 생기는 것 같고. 신문에 실은 글이다 보니, 글들이 그리 무겁지 않다. 역사 교양서이긴 하지만, 글의 형식은 기행문과 역사 에세이를 짬뽕한 형식으로 요전에 읽은 <황하에서 천산까지>와 그 양식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곳곳에 나타나는 저자의 '인간적인' 글들이 이 책의 재미를 더해준다.

이 책에서 저자는 '호한(胡漢)의 혼합이 어떻게 일어났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수 제국과 당 제국의 성질은 한 제국의 성질과 본질적으로 다르고, 이것은 한 제국은 민족주의에 의해 지배되었던 반면 수·당 제국은 외국인에 대해서도 매우 관대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이미 널리 알려진 대로, 한 제국은 주변 민족에 대해 상당히 배타적이었던 반면(무제의 흉노족 토벌을 생각해보라!), 수·당 제국은 그렇지 않았다(당의 수도 장안에는 수많은 외국인이 살았다지). 그렇다면 어째서 이러한 차이가 나타났는가? 저자는 그 해답을 위진남북조 시대에서 찾는다.

이 시리즈는 총 세 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째 권 <영웅 시대의 빛과 그늘>은 삼국시대와 (서)진, 그리고 5호16국 시대를 다루고 있고 둘째 권 <강남의 낭만과 비극>은 남조를, 그리고 셋째 권 <제국으로 가는 긴 여정>은 북조와 수, 그리고 당 제국 초기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흐름을 따라, 호(胡)와 한(漢)이 어떻게 융합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특히 이 책에서 강조되고 있는 부분은 3권에 등장하는 북조의 역할, 그 중에서도 선비족이 세운 북위의 역할이다. 1, 2권은 그 전까지 호와 한이 어떻게 대립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1권에 등장하는 흉노족 국가 한조의 유연, 저족 국가 전진의 부견은 호가 한을 지배하는 과정과 그에 따른 한족의 반발을 묘사하고 있고, 2권에서 다루는 남조의 한심함은 호족을 피해간 한족이 스스로 무너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남북의 상황이 3권에 등장하는 북위를 통해 마침내 '제국'을 등장시킬 수 있었던 거라 생각한다.

중국사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수많은 국가가 난립하는 시기가 자주 반복되니까. 춘추전국시대, 삼국시대, 5호16국시대, 남북조시대, 5대11국시대, 원말4국시대, 그리고 군벌시대까지. 이런 시대들이 바로 영웅호걸의 시대가 아니겠는가. 사람들이 삼국지니 수호지에 열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영웅은 난세에 등장하니까.
by 로보스 | 2007/06/03 16:56 | |감상| | 트랙백 | 핑백(1)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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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시엔 at 2007/06/03 17:32
난세가 있어야지 영웅도 있는 법 아니겠어요 ^^
지금은 난세가 없으니, 영웅도 나오지 않습니다... OTN
Commented by 로보스 at 2007/06/03 18:05
지금 한국이야말로 진정한 난세 +_+)b
ㅋㅋㅋ 시엔님 요 아래아래 글에 답 달아주세요 ㅠ
Commented by tuckoo at 2007/06/04 00:16
중국은 수많은 국가가 난립하는 시기가 반복되는데 그게 다시 하나로 합쳐지는것도 참 신기한 일인 것 같아요. 한번 갈라지고는 다시 합쳐지지 않은 유럽도 있는데. 좀 계속 나눠져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아서 주변에 민폐를 끼치죠 ㅎㅎ

그런데 흉노족 토벌과 돌궐, 고구려 토벌이 어떻게 다르길래 한제국과 수.당제국의 주변 민족에 대한 태도의 차이를 보여준다고 볼 수 있나요?
Commented by 로보스 at 2007/06/04 08:17
그... 그러게요? ;;;

사실 저 책에서 든 예는 저게 아니었던 것 같은데 =_= 제멋대로 예를 갖다붙였더니 역시 허접하네요; 음음... 생각이 안 나요 -_ㅜ
Commented by tuckoo at 2007/06/04 14:50
잘은 몰라도 한과 수, 당의 지배계층 출신이 기본적으로 다르다 보니까 그렇게 된게 아닐까 싶긴 하네요.

저 책도 참 재미있겠군요 @.@
Commented by 로보스 at 2007/06/04 15:10
네네 +_+ 저 책의 포인트가 그거였어요-! 수, 당 제국은 황제 자체가 "잡종"이었다 뭐 그런... ㅎㅎㅎ 시간 있으시면 한 번 읽어보세요 ^^
Commented by 옛날이야기 at 2008/09/07 05:51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흘러왔는데....한참 늦은 댓글이네요.....아무도 안 볼듯..ㅠㅠ

한의 흉노토벌과 당의 고구려 토벌의 성격이 다르다는 건 이런 얘기죠.
한나라의 흉노토벌은 통일된 천하를 위협하는 천하 바깥의 오랑캐를 정벌하겠다고 낑낑대던 거고, 당나라의 고구려토벌은 천하통일의 일환이었다는 겁니다. 다시 말하면 관념상 한나라 황제는 '한족'의 황제였고 한나라 내외의 '비한족'은 잠재적인(또는 실제적인 ^^) 적이었습니다. 관념상 당나라 황제는 '전인류'의 황제였고 당나라 바깥의 사람들은 잠재적인 백성(그러나 때로는 실제적인 적...ㅠㅠ) 이었죠. 고선지니 이정기니 이런 사람들이 괜히 나온게 아닙니다.

수당이 고구려에 쳐들어오긴 했지만....사실 그건 강남의 진나라에 쳐들어간거랑 비슷한 차원의 이야기였죠. '외국을 정벌한다'는 태도도 있기야 했지만 '세계를 통일한다'는 태도도 못지않게 강했습니다.

당연한 결과겠지만....한나라의 성공적 토벌은 '시체화 or 노예화' 를 말하는 거고 당나라의 성공적 토벌은 '당나라의 귀족화 or 당나라의 백성화'를 말하는 겁니다. 고선지니 이정기니 하는 사람들이 괜히 나온 게 아니죠 ^^
Commented by 로보스 at 2008/09/08 08:41
옛날이야기님// 와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_ _) 지금 이 책을 읽은지도 한참 되는지라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하네요 ㅋㅋ 설명을 듣고나니 깨끗하게 정리된 느낌입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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