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 그레고리 맨큐, <맨큐의 경제학>, 교보문고.

/* 얼레. 그새 새 판이 나와버렸네. 내가 본 건 3판, 요 위의 사진은 4판이다. */

우리학교 경제학 개론 시간에 사용되는 교과서. Pseudo-룸메이트 영재가 04년 가을에 이 과목을 들으면서 교과서(2판)를 방에 갖다놨는데, 유기 공부를 너무 하기 싫어서 이 책을 잡고 읽기 시작했다. 몇 부분 보다보니 생각보다 재밌길래 나도 냉큼 질렀다. 아무래도 나름 두꺼운 교과서다보니 볼 엄두가 잘 안 났고, 결국 백수 모드로 변신한 이번 2월이 되어서야 마음 굳게 먹고 다 읽을 수 있었다.

훌륭한 책이다. 내 전공 교과서들 보면 그냥 술술 읽어서 이해될만한 책이 별로 없는데 이 아이는 이해가 잘 된다. 그 유명한 '맨큐 개그'가 곳곳에서 머리를 내밀고, 군데군데 상자 안에 들어있는 읽을거리들도 꽤나 흥미롭다. 게다가 번역자들이 친절하게도 우리나라의 경제 자료를 같이 첨부해줘서,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경제학 하면 보통 어려운 수학이 떠오르는데, 이 책에서는 그리 어려운 수학이 나오지 않는다. 물론 그래프와 도표가 간간이 나오지만 이공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에게 이 정도야 뭐... 이 책을 보면서 신고전파 경제학의 논리를 확실하게 익힐 수 있었고, '시장 경제'에 대한 주류 경제학의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세속의 철학자들> 덕분에 이런 표현을 쓴다)

보면서 한 가지 궁금했던 점. 여기서 나오는 모든 모형은 전부 평형으로 가는 시간이 상당히 빠르다는 걸 전제로 하고 있다. 아니 최소한 평형에 도달할 만한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실제 경제는 그렇지 못하다. 단순한 섭동으로 봤던 변화가 경제 시스템 전체를 뒤엎을만한 변화일수도 있으니까. (20세기 초 대공황 같은 예가 있을수 있겠지?) 또 경제 시스템이 전적으로 정치/사회와 무관한 걸까? 나는 되려 그 쪽 요소들이 경제 시스템 자체의 움직임보다 더욱 큰 역할을 할 것 같은데. (극단적인 예로 전쟁.) 그렇다면, 그렇게 현실과 괴리되어 있는 경제 시스템을 가정하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물론 이론적으로 다루기는 쉽겠지만 설명대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그게 학문이 될 수 있나?

이런 의문을 갖고 <세속의 철학자들>을 봤더니 이미 하일브로너가 다 지적해놓은 사항들이다. 내 친구 하나가 나름대로 답을 내려줬지만, 글쎄, 그 친구도 신고전파 경제학에 이미 물들어버린 게 아닐까 싶어. 난 그 답이 별로 마음에 안 들거든. 뭐, 얘기가 삼천포로 빠졌지만 여하간 이 책도 좋은 책. 다만 이 책에서 모든 경제학 이론을 얘기해준다고 생각하지는 말자. 여기서 다루는 건 경제학의 한 가지 흐름일 뿐.
by 로보스 | 2007/05/04 19:29 | |감상| | 트랙백 | 핑백(2)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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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世界はネオハピ! : 장하준, .. at 2008/02/19 16:07

... 손'을 강조하며 자유 무역을 강조하는 경제학 사조이다. 우리는 대개 보수적인 경제학 교과서로부터 신자유주의의 위대함을 배우곤 한다. 내가 열심히 공부했던(!) &lt;맨큐의 경제학&gt;에서도 신자유주의는 바람직한 관점으로 등장했다. 경제학의 역사를 다루는 보수 진영의 책들도 자유주의-신자유주의의 우월함을 역설하곤 한다. 허나 슬프게 미 ... more

Linked at 世界はネオハピ! : 도모노 노.. at 2009/09/02 16:22

... 루는 책을 읽어보니 내가 생각했던 경제학과는 전혀 다른 신천지가 펼쳐졌다 +_+ 이후 이론 그 자체에도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급기야 2007년 초에는 혼자서 &lt;맨큐의 경제학&gt;을 독파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_-; 한편, 대학에 와서 교양으로 수강한 과목 중에 나에게 깊은 감명을 준 과목이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임종태 ... more

Commented at 2007/05/05 00:3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긁적 at 2007/05/05 10:59
플라톤형님께서 '국가'에 대답을 해 놓으셨지요.
정확한 인용은 아닙니다. 원문이 대략 1페이지에 정도 되요 -_-;
요약하자면.

-이러한 국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하나 우리의 작업이 무용하지는 않다. 현실을 위한 올바른 본을 만드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요 정도 되겠군요.

뭐. 어차피 모든 학문은 현실과 괴리될 수밖에 없잖아요? ^^;
Commented by 로보스 at 2007/05/05 23:48
비공개/ 감사합니다 ^^ 아아 감동이에요 ㅠ_ㅠ

긁적님/ 플라톤형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군요 :)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올바른 본'이라는게 과연 존재할 수 있을지 사실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플라톤은 이데아를 가정하니까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저는 그런 진리가 인간 사회에 존재할 수 없다고 보거든요. 계몽주의를 끔찍히도 싫어하는 제 취향도 거기서 출발하고요-

뭐, 학문과 진리 문제에 대해서는 언젠가 글로 다룰 날이 있을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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