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한 친구 naki씨의 추천작. 사실 잠시 훼이크에 속았는데, 이 에밀 아자르가 바로 <유럽의 교육>을 쓴 로맹 가리와 동일인이란다. 이 책 뒷부분에 '에밀 아자르의 삶과 죽음'이라는 제목으로 로맹 가리 본인이 직접 쓴 낚시폭로글이 있는데, 어쩌면 나도 그 사실을 몰랐다면 전혀 생각도 못했을 뻔 했다. 하지만 말을 듣고 보니 닮은 점이 눈에 띄더라. 얼마 전에 쿤데라를 읽어서 그런지, 로맹 가리 글은 어렵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읽으면서 복잡한 생각 할 필요가 없는 소설. 물론 문학적 소양이 뛰어난 다른 사람들은 뭔가 여러가지를 끌어낼 수 있겠지만, 나는 그냥 즐겁게 읽을 수만 있으면 된다. 물론 주인공이 유럽의 소수민족 고아로 설정돼서, 내가 쉬 공감할 수는 없었다. 그치만 지루하지는 않았다. 그냥 즐겁게 읽은 책. 푸릇푸릇한 잿빛. 소설을 읽으면서 내 머리속에 떠오른 이미지는 푸릇푸릇한 잿빛이었다. 이야기 전체를 누르고 있는 무거운 분위기. 하지만 그 무거운 분위기 속 어딘가에 생명이 꿈틀거린다. 그렇기에 순수한 잿빛이 아니라, 무언가 푸르른 색감이 더해진다. 소설의 마지막도 어찌보면 매우 침울하고 슬픈 결말이지만, 로맹 가리의 펜은 그런 분위기를 능숙하게 지워버린다. 뭐, 이 정도의 소설이라도 괜찮잖아? naki씨 고마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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