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유명한 소설. 아는 사람 중에도 이 소설 무진장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된다. 왠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이 책이 사고 싶어져서 알라딘에서 질렀다. 사실 이 책은 중학교 땐가 몇 번 읽어봤던 책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기억 속에서 이 책을 꺼낸다. 새로 산 이쁜 책을 넘겨가며 두 책이 일치하는지 맞춰본다. 아, 얼추 맞는다. 다시 보니 기억이 난다. 주인공들의 대화와 움직임이 기억 속에 뭉글뭉글 떠오른다. 반갑다, 반가워. '나'와 '안'의 대화, 그리고 거기에 끼어든 사내. 소설은 세세하게 각 사람의 무심한 행동을 잡아낸다. 김승옥 씨가 그 각각에 무슨 의미를 부여하려고 했는지 모르지만, 난 그런 묘사가 너무 좋다. 예를 들어 나는 화가 났다. 그 얘기는, 내가 만일 라디오의 박사 게임 같은 데에 나가게 돼서 '세상에서 가장 신선한 것은?'이라는 질문을 받게 되었을 때, 남들은 상추니 오월의 새벽이니 천사의 이마니 하고 대답하겠지만 나는 그 움직임이 가장 신선한 것이라고 대답하려니 하고 일부러 기억해 두었던 것이었다. 누구나 저런 경험은 한 번쯤 있지 않을까. 특별한 용도에 쓰려고 일부러 기억해 두는 것들. 저런 묘사를 보면 소설 속 주인공들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느껴져서 기분이 좋아진다. 사실 내가 국내 작가들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것에 있는지 모를 일이다. 나는 한국인이고 한국인의 정서를 품고 사니까. 갑자기 문득 그런 생각이 났다. 한국 작가라 해도 <고래>나 <미실> 같은 소설들은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 주인공들이 너무 허구적이야. 나랑 100억 광년의 거리가 있는 것 같아. 반면 이 소설이나 <모순>은 등장 인물들이 현실적이었고, 그것이 나에게는 큰 매력으로 다가온 셈이다. 그래그래. 난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소설에 매력을 느끼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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