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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겸 방명록입니다. '대문'이라고나 할까요.
이전에는 공지사항과 방명록을 따로 가져갔는데, 어차피 공지사항을 방명록 용도로 사용하는 분들이 많으셔서 굳이 나눌 필요가 없을 것 같더군요 :) 이전 공지사항, 방명록은 내려놓고 요 녀석으로 통합합니다. 저에게 할 말이 있으시면 이 글에 답으로 달아주세요. 이하는 짤막한 공지사항입니다. 1. 무례한 덧글은 예고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2. 허락 없이 글을 복사해가는 것은 허용하지 않습니다. 글을 퍼가실 때는 어디로 퍼가시는지 한 줄이라도 허락을 구하고 가져가시길. 사적으로 연락하길 원하시면 제 메일 lovos 골뱅이 네이버로 연락주세요. 3. 스팸 트랙백이 자주 달리는 글에는 트랙백을 막아둡니다. 혹시 트랙백을 하고 싶은데 막혀 있다면 답글을 달아주세요. 이 글은 항상 제일 꼭대기에 위치합니다. 최신글은 이 다음 글부터입니다. * 최종 수정: 2009. 6. 9.
도킨스의 책, '만들어진 신'은 젊은지구론자들을 비판한 책이었다?
도킨스 옹도 신앙과 과학은 양립가능한 것이라고 천명하였다. 흐음... 세상 그 어떤 것도 하나의 시각으로 재단할 수 없음을 느낀다. 도킨스 옹의 시각에 대해서도, 그리고 도킨스 옹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에 대해서도 말이다. 요새 드는 생각이다. 역사의 발전은, 상반된 두 시각이 변증법적으로 발전하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반된 두 시각이 갈등을 일으키는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면서 이루어지는 것 아닐까. 이걸 '발전'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만, 여하간 역사의 진행이 그렇게 된다는 거다. 하나의 시각을 교조적으로 주장하기 시작하면 더 이상 변화란 있을 수 없겠지.
얼마 전까지 진 에이치슨이 쓴 <언어와 마음>을 읽었다. 오랜만의 언어학 책 :$ 뭐 자세한 독후감은 나중에 포스팅할테고, 여기서 읽은 내용 중 하나가 흥미로워서 조금 살펴보려고 한다.
이 책의 주관심사는 '단어'에 있다. 인간은 단어를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기억하며 어떻게 사용하는가? 이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그 중 단어 인식과 관련하여 재미있는 실험이 소개되어 있다. 실험은 간단하다. 피험자에게 임의의 문자열을 주고, 그 문자열이 단어인지 아닌지 판단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한다. 끝. 그럼 당연히 "xvgote" 같은 단어의 경우가 "astroscopics"보다 짧게 걸릴 것이다. 그럼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영어 사용자는 머릿속에 단어에 대한 어떠어떠한 프레임을 가지고 있다... 뭐 이런 식으로 가설을 세운다. 난 여기서 가설보다 실험 그 자체에 흥미가 생긴다. 이 실험은 정말 항상 타당할까? 내가 이런 의문을 품게 된 건, 이 실험을 한국어나 일본어에 대해서 하려고 하면 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국어나 일본어 화자들은 로마자 표기법보다 한글 표기법, 가나 표기법에 익숙하다. 그렇다면 이들을 대상으로 실험할 때는 한글 혹은 가나를 이용해야 할텐데, 한글 시스템이나 가나 시스템은 그 자체적으로 표기할 수 있는 문자열이 제한되어 있다는 게 문제다. 완전한 실험을 할 수 있겠는가? 우선 음절 문자인 가나를 살펴보자. 일본어 음절은 기본적으로 C+V 구조를 가지고 있다. C에는 0개 혹은 1개의 음소가 허용된다. 예를 들어 あ /a/, せ /se/, み /mi/ 등이 있겠다. (ん이나 촉음들은 예외로 처리하자.) 자, 이 규칙에 어긋나는 음절을 만들어서 테스트를 해볼까? 어라, 그런데 그 음절을 어떻게 표기해야 할까? 가나는 '음절' 문자이기 때문에 일본어에서 사용되지 않는 음절은 아예 가나로 표기조차 할 수 없다. 그럼 이미 이 단계에서 많은 수의 '임의 문자열'이 걸러져 버릴 것이다. 다음으로 한글 시스템을 살펴보자. 한글은 가나와는 달리 '음소' 문자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알파벳과 마찬가지로 임의의 문자열을 표기할 수 있다. 하지만, 한글 역시 한국어에 특화되어서 자체적인 제약 조건을 갖고 있다. 한국어 음절은 C+V+C 구조로, 각 C에는 0개 혹은 1개의 음소가 허용된다. 만약 우리가 임의의 문자열을 만든다면 첫소리에 여러 개의 음소가 들어가는 경우를 허용해야 할텐데, 한글은 '모아쓰기'의 특성상 그런 경우를 표기하기가 매우 난감하다. 예컨대 ᄳ 같은 글자가 첫소리에 쓰여져 있다면, 문자열을 일일이 분석하기도 전에 보자마자 단어가 아니라고 생각해버릴테니 말이다. 자, 여기서 이 실험의 본질적인 문제가 드러난다. '문자'와 '언어'가 구분되지 않은 것이다. 한글이나 가나로 기록된 문자열에 대해서, "우리가 그 '문자'에 익숙한 것인가, 아니면 '언어'에 익숙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명확하게 답할 수 있을까? 나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피실험자에게 임의의 문자열을 주고 그에 대한 반응을 수집하여 '언어'의 특성을 추출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문자와 언어 간의 갈등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자. 우리는 모국어의 '문자열'을 어떻게 인식하는가? 고종석 씨는 <감염된 언어>에서 어떤 문자든 사용자에게는 일종의 '상형문자', 즉 그림으로 인식된다는 주장을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버스'라는 단어를 볼 때 "아 이것은 ㅂ+ㅓ+ㅅ+ㅡ로 구성되어 있구나. 그럼 그 의미는 '버스'겠네."와 같이 생각하는 대신, 글자의 형태를 보자마자 '버스'라는 의미를 연상하지 않는가. 즉, 익숙한 문자열의 경우에는 그 문자열을 문자 단위로 분리해서 인식하는 대신 통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심리학 용어를 빌어다 쓰면 '게슈탈트'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실제로도 번짐 등으로 정확히 글자를 완전히 읽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형체만 갖고 맞추는 경우가 있는 걸 볼 때, 이와 같은 가설이 완전 비합리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그 예전에 인터넷 상에서 캠릿브지 대학-_-의 연구 결과라면서 단어의 중간 철자들을 뒤섞어 놓은 글이 떠돈 적이 있었는데, 그것 역시 이런 '상형문자화 원리'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글'의 형식(=문자)과 내용(=언어)을 완전히 분리할 수 있으리라는 환상을 의심해봐야 한다. 많은 언어들이 그 언어를 기술할 수 있는 문자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그 문자 시스템과 언어는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강하게 결합되어 있다. 이 결합은 흔히 생각하는 것과 같이 쉽게 떼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부 원리론자들은 문자 시스템이 바뀌어도 언어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고 주장하겠지만, 언중의 '익숙함' 측면에서 살펴볼 때 문자 시스템의 변경은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예컨대 정부에서 한국어를 규정에 따라 로마자로만 표기해야 한다는 조치를 내렸다고 가정해보자. 그 조치가 한국어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을 수 있을까? 새로운 문자 시스템에 익숙해지는 데에도 시간이 걸릴 것이고, "익숙해지기 쉬운" 단어들이 좀 더 널리 쓰이면서 한국어의 어휘 지형 자체가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아 오랜만에 언어학 글 쓰려니까 잘 안 써지네 아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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