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겸 방명록.
공지사항 겸 방명록입니다. '대문'이라고나 할까요.

이전에는 공지사항과 방명록을 따로 가져갔는데, 어차피 공지사항을 방명록 용도로 사용하는 분들이 많으셔서 굳이 나눌 필요가 없을 것 같더군요 :) 이전 공지사항, 방명록은 내려놓고 요 녀석으로 통합합니다. 저에게 할 말이 있으시면 이 글에 답으로 달아주세요. 이하는 짤막한 공지사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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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항상 제일 꼭대기에 위치합니다. 최신글은 이 다음 글부터입니다.

* 최종 수정: 2009. 6. 9.
by 로보스 | 2018/12/31 23:59 | |소개| | 트랙백 | 핑백(1) | 덧글(97)
"you"의 의미
이번 주 <사이언스>에는 흥미롭게도 영문법에 관한 연구 논문이 실렸습니다. 제가 한 때는 언어학을 진지하게 공부해 볼까 고민도 했던 사람인지라 --; 이걸 그냥 넘기기는 좀 아쉬워서 적당히 정리해볼까 합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you"는 2인칭 대명사입니다만, 한편으로 일반인을 가리키는 대명사로 사용할 수도 있죠. 이 논문 서두에서 예로 든 도널드 트럼프의 발언을 한 번 보겠습니다.

"I fight like hell to pay as little [in taxes] as possible ... I’m a businessman. And that’s the way you're supposed to do it. (난 [세금을] 최대한 피하려고 겁나 싸울 겁니다. ... 난 사업가고, 이게 바로 사업가라면 누구나 해야 할 일이죠.)"

여기서 you는 그 앞의 "businessman"을 받아 "사업가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you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사람이라면 응당"이라는 매우 일반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신기한 일입니다. You가 2인칭 대명사로 사용될 때는 매우 구체적인 지시 대상이 존재하는데, 또 다른 용법 속에서는 그 지시 대상이 추상적이니까요. 그래서 이 논문을 쓴 연구진은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심리학적으로 이 you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이들은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세웁니다.

일반적 용법의 you는 사람들이 인간 경험으로부터 (자신을 넘어서까지 적용되는 통찰을 유도하여) 의미를 만들 때 사용되는 언어학적 메커니즘으로, 규범을 표현할 때 사용된다. (Generic-you is a linguistic mechanism that people use to make meaning from human experience—to derive insights that extend beyond the self—and that it does so by expressing norms.)

언어학적으로 볼 때, 일반 진술(generic statement)은 그 자체로 규범적 의미를 갖습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개는 다리가 네 개다."라고 말한다면, 개는 다리가 네 개여야만 한다는 의미를 (약하게나마) 함의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일반 명사 역시 규범적 의미를 가질 수 있죠. (좋은 예는 아닙니다만 논문에 사용된 예를 그대로 따오자면) "사나이는 울지 않는다."라는 말은 단순히 사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나이라면 울지 말라는 의미를 주지 않습니까? 가치나 규범은 근본적으로 추상적이고,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입니다. 따라서 일반적 용법의 you는 가치나 규범과 연결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걸 확인해 볼 수 있을까요? 규범을 말하는 표현과 규범이 아닌 단순 선호를 말하는 표현 속에서, 일반적 용법의 you가 어느 쪽에 더 많이 나오는지 확인해 보면 되지 않을까요? 이 연구진은 이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100명 정도의 사람으로 구성된 두 그룹에 대해, 일상 용품들을 주제로 미묘하게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예를 들어 그룹 A에는 "망치는 무엇에 씁니까?"라는 질문(규범 질문)을, 그룹 B에는 "망치로 무슨 일을 즐겨 하십니까?"라는 질문(선호 질문)을 던지는 거죠. 그러면 답의 주어로 I가 나오느냐 you가 나오느냐에 따라 답을 분류할 수 있고, 통계 처리를 통해 일반적 용법의 you가 어느 쪽에 더 많이 분포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습니다. 선호 질문에 대해서는 1인칭 단수 주어 I가 많이 사용되었지만, 규범 질문에 대해서는 일반 주어 you가 사용되었습니다.

다음으로, 질문 자체의 문자적 의미가 아니라 맥락이 중요함을 보이기 위해, 이번에는 동일한 질문을 두고 서로 다른 맥락을 제공했습니다. 역시 100명 가량으로 구성된 두 그룹을 모은 후, 동일한 질문, 예를 들어 "칠면조는 어떻게 요리합니까?"와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차이점은 첫 번째 그룹에게는 "대답하실 때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해선 안 되는지 고려해 주세요."라고 요청하고, 두 번째 그룹에게는 "대답하실 때 무엇을 좋아하시고 무엇을 싫어하시는지 고려해 주세요."라고 요청한다는 것이죠. 역시 전자에서는 일반 주어 you가, 후자에서는 1인칭 단수 I가 유의미하게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이로써 가치나 규범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이 you를 일반적 용법으로 많이 사용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연구진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영어권 화자들의 언어 습관을 관찰해 보니 일반 주어 you는 자주 개인적이고 부정적인 경험들과 결부가 된다는 것을 알았고, 다음과 같은 두 번째 가설을 세웁니다.

일반적 용법의 you를 매우 개인적이고 부정적인 경험들을 반추할 때 사용하는 것은,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을 "규범화"할 수 있도록 의미를 만들어준다. 즉, 이로써 자신의 경험을 자신을 넘는 범위까지 위치시켜 더 넓고 더 규범적인 현상의 한 가지 예로 만드는 것이다. (Using generic-you to reflect on deeply personal, negative experiences should promote meaning-making by allowing people to “normalize” their situation—that is, by situating their experience beyond the self and considering it as an exemplar of a broader, more normative phenomenon.)

먼저 정말로 사람들이 부정적인 경험을 이야기할 때 일반 주어 you를 많이 쓰는지 알아보아야겠죠. 40-50명 가량의 그룹을 두 개 만든 후, 한 그룹에는 부정적인 경험을 중심으로 자기 이야기를 쓰라고 요청하고, 다른 그룹에는 중립적인 경험을 중심으로 쓰라고 요청했습니다. 전자의 경우에 일반 주어 you가 훨씬 많이 등장했습니다. 전자에서는 56.1%가 한 번 이상 일반 주어 you를 사용했고, 후자에서는 6.3%만이 사용했습니다.

자, 그런데 "부정적인 경험"에 대해 쓰는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어쩌면 규범 같은 건 상관 없고, 부정적인 경험에서 온 쓰라린 감정이 되살아나서 일반 주어 you를 쓰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 감정 부분을 통제하기 위해, 또 다른 실험을 합니다. 200명 가량의 그룹을 세 개 모아서, 첫 번째 그룹에게는 "부정적인 경험을 생각해 보시고, 그로부터 무엇을 배웠는지 써주세요."라고, 두 번째 그룹에게는 "부정적인 경험을 생각해 보시고, 그 경험 가운데 무슨 느낌을 받았는지 써주세요."라고, 그리고 마지막 그룹에게는 "중립적인 경험에 대해 써주세요."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연구진에게는 다행스럽게도 ㅋㅋ) 첫 번째 그룹에서 일반 주어 you를 쓰는 빈도가 월등히 높았습니다.

이 실험 참가자들이 쓴 예를 몇 가지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번역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어떤 문장은 명령문이고 어떤 문장은 평서문이네요. 명령문의 경우 번역 시 2인칭 주어를 쓰는 것이 더 낫고 평서문은 1인칭 주어를 쓰는 게 더 나은 듯 합니다.)

- 나를 자신과 다른 관점에서 보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You can actually learn a lot from others who see things differently than you).
- 땅에 발을 단단히 붙이고, 큰 변화에 준비되지 않았다면 삶을 바꾸지 말라(Stand your ground firmly, and don’t alter your life if you’re not ready for a big change).
- 사람들은 보통 변하지 않기에, 내가 그들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Sometimes people don’t change, and you have to recognize that you cannot save them).
- 자존감은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 중에 얻을 수 있는 것이다(Pride is something that can get in the way of your happiness).

마지막으로, 연구진은 부정적인 경험에 대한 심리적 거리가 어느 주어를 쓰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지를 확인했습니다. 또 두 그룹의 사람들을 100명 이상씩 모으고, 한 그룹에게는 1인칭 단수인 I/my/me만 사용해서 부정적 경험에 대해 써달라고 요청했고, 다른 그룹에게는 일반적 용법의 you/your/you만 사용해서 부정적 경험에 대해 써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글쓰기가 끝난 후, 각 그룹에게 해당 사건에 대해 심리적으로 느끼는 거리가 어느 정도가 되는지 1-5의 척도로 표시해 달라고 했지요. 전자는 평균 3.00, 후자는 평균 3.53을 기록했습니다.

결론부에서 이 논문의 저자들은 일반적 용법의 you의 특징 두 가지를 지목합니다. 첫 번째는 일반적 용법의 you는 화자 자신과 깊이 관련되어 있는 일반화를 가리킬 때 많이 사용된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로써 개인의 경험이 좀 더 일반적인 규범으로 확장되어 더 큰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두 번째는 you는 원래 2인칭 대명사로서 매우 구체적이고 맥락에 종속되어 있는 의미로 사용된다는 점입니다. 즉 you는 서로 상반되어 보이는 구체적인 용법과 일반적인 용법을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이것이 영어만의 특징이 아님을 지적합니다. Kitagawa and Lehrer (1990)에 따르면 중국어, 영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히브리어, 힌디어에서 2인칭 대명사를 일반 주어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저자들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2인칭 대명사는 심리적으로 1인칭 대명사의 반댓말로 작용하여 "자기"가 아닌 일반적인 "타자"의 의미를 획득하는 것이 아닐까 제안합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이 논문은 전통적인 언어학 실험 기법(= 설문조사)을 사용해서 영어의 you가 일반적 용법으로 사용될 때 화자의 마음에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아내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찾아낸 것은 you가 일반적 용법으로 쓰일 때는 규범이나 가치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과, 자신의 부정적 경험을 일반적인 규범으로 일반화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사실 저는 언알못이라 왜 이게 <사이언스> 급의 연구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여튼 정리하면서 공부가 많이 되었네요.
by 로보스 | 2017/03/24 05:36 | |과학| | 트랙백 | 덧글(2)
언어의 장벽
http://dx.doi.org/10.7554/eLife.25408

간단히 말해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해야 한다는 이야기. (그리고 eLife가 그걸 선도하고 있다는 광고) 그런데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다음 단락이다.

우리는 연구 공동체 밖의 독자들과 의사소통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말해야 하고, 의료 전문가들과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말해야 하며, 과학과 연구에 관심 있는 그 누구에게라도 말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에게 말할 때 그들의 언어로 해야 한다. 즉 뉴스 미디어와 위키피디어의 언어 말이다.

We have to make an effort to communicate with readers outside the research community; we have to speak to pupils and teachers, to healthcare professionals and patients (and their families), to anyone and everyone who is interested in science and research. And we have to speak to them in their language, in the language of the news media and Wikipedia.

한국어 일반 독자들에게는 이 "언어의 장벽"이 넘나 높은 것... 일단 영어의 장벽이 있고, 그걸 넘으면 전문 용어의 장벽이 있다. 내가 하라는 연구는 안 하고 최신 과학글들을 번역하는 건 일단 첫 번째 장벽이라도 좀 넘겨볼까 하는 소박한 바람에서인데, 두 번째 장벽 때문에 어차피 과학자가 아닌 사람들은 거의 안 읽는 느낌적인 느낌... 애초에 긴 글을 안 읽는 시대라는데, 나 혼자 의미 없는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슬프다.
by 로보스 | 2017/03/17 00:15 | |과학| | 트랙백 | 덧글(12)
물덕물덕
https://doi.org/10.1103/PhysRevE.95.032316

묽은 보행자 흐름에서 평균 보행 거동에 대한 요동

초록
보행자 집단의 동역학을 이해하고 모형화하는 것은 안전한 도시 시설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인간 집단의 중요한 특징은 개인 행동의 편차로 인한 내재적 우연성으로, 매우 묽은 조건 하에서도 나타난다. (역자 주: 사람이 몇 명 없어도 각 사람마다 확률적으로 행동한다는 의미) 개인적 우연성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상황에서 더 중요하게 나타나는데, 이는 이 우연성이 비선형적으로 증폭되어 매우 위험할 수도 있는 집단 거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집단의 우연성을 정량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방해 받지 않고 걸어다니는 많은 수의 보행자들로 이루어진 집단의 일상 생활 동역학을 연구하였고, 1년에 걸쳐 고해상도로 측정한 각 보행자의 정확한 경로를 통계적으로 분석하였다. 측정은 아인트호벤 공과대학(TU Eindhoven)의 복도에서 이루어졌으며, 마이크로소프트 키넥트 3D 센서와 자동 머리 추적 알고리즘을 사용하였다. 우리가 얻은 큰 규모의 경로 데이터베이스는 시간적으로 균질하므로, 우리는 평균 경로에 대해 평행하거나 수직한 요동을 평균 보행 거동으로부터 명확하게 정의하여 분리해낼 수 있었다. 이 요동에는 드문 사건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예를 들어 사람들이 갑자기 마음을 바꿔 반대쪽으로 걸어가는 것과 같은 사건이다. 이렇게 방향을 바꾸는 경향에 대해서는, 이것이 공공 시설의 기능과 안전성에 중요한 요소일지도 모름에도, 지금까지 연구된 바가 거의 없었다. 우리는 추계적 미분 방정식(stochastic differential equation)에 근거해 방해 받지 않는 보행자들의 동역학을 설명할 수 있는 모형을 제안하고 이것이 드문 사건들의 발생까지 포함하는 우리의 실제 측정과 일치함을 보인다.

물덕들은 진짜 대단해...
by 로보스 | 2017/03/16 23:56 | |과학| | 트랙백 | 덧글(14)
부전자전
오늘의 딴짓은 3월 7일자 eLife 논문 소개글 번역.

부친 효과: 부전자전
http://dx.doi.org/10.7554/eLife.25669

부모가 겪은 환경이 자녀의 생리적 조건에 영향을 주는가?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음에도, 그런 효과가 존재하는가, 그리고 존재한다면 얼마만큼 존재하는가는 여전히 논란 중이다. 이 질문을 논하기 위해, 우리는 수 세대가 지나도 안정적으로 남아 있는 (그리고 DNA나 히스톤 단백질의 화학적 변형이 수반된다고 여겨지는) 후성적 효과(epigenetic effect)와 첫 자식 세대에만 영향을 주는 부모 효과(parental effect)를 구분해야 한다.

어머니가 겪은 환경은 자식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아직 수정되지 않은 난자의 적합도를 바꾼다든지, 태아가 받는 영양에 영향을 준다든지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복잡한 관계 때문에 모친 효과가 자식에게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알기가 어렵다. 따라서 아버지가 겪은 환경이 자식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것이 더 쉬운데, 이는 포유류의 경우 아버지는 수정 과정에서 정자를 제공하는 것 외에는 크게 기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가지 부친 효과가 보고된 바 있음에도, 아버지가 겪은 특정 사건과 자식에서 관찰된 특이한 효과를 연결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이제, eLife에서 Oliver Rando와 Andrew Tapper를 비롯한 매사추세츠 대학교 의대 연구진이, 많은 부친 효과가 (그리고 아마 모친 효과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일반적이라는 것을 보고한다.

Vallaster et al.은 이 아름다운 실험에서 수컷 쥐가 독소에 노출되는 것이 그 자식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았다. 이들은 5주의 기간 동안 수컷 쥐들에게 니코틴을 섞은 물을 공급했다. 그 이후 정액에 니코틴이 포함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한 주간 니코틴 공급을 끊은 뒤, 니코틴을 접하지 않은 암컷들과 교미하게 했다. 반면 대조군으로는 교미 전까지 니코틴에 노출시키지 않은 수컷 쥐들을 사용했다.

기대한 바와는 달리, 두 그룹의 자식들 모두 과량의 니코틴을 주입했을 때 비슷한 생존률을 보였다 (그림 1A). 따라서 아비를 니코틴에 노출시키는 것이 자식들에 대한 즉각적인 "마중물" 효과가 되지는 않는 걸로 보인다. 하지만, Vallaster et al.이 두 그룹의 자식들을 니코틴에 '적응'시켰을 때에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들은 며칠에 걸쳐 자식들이 마시는 물에 소량의 니코틴을 섞었다. 이 적응한 쥐들 중에서 니코틴에 노출된 수컷의 자식들은, 치명량의 니코틴을 주입했을 때 생존할 확률이 대조군 수컷의 자식들에 비해 거의 두 배에 달했다. 즉, 아비들을 니코틴에 노출시키는 것과 자식들을 소량의 독소에 적응시키는 것을 결합했을 때에만 니코틴 저항성이 향상되었음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 향상된 저항성에 대한 분자 차원의 설명 방법을 찾는 중에, Vallaster et al.은 니코틴에 노출된 수컷의 자식들은 대조군 자식들에 비해 간에서 니코틴을 해독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와 관련하여, 또한 다수의 해독 관련 유전자들이 니코틴 노출군 자식들의 경우에만 상향 조절(up-regulation)되었다. 하지만, 좀 놀랍게도, 이 유전자들은 니코틴에 노출된 수컷의 자식들 중에서 니코틴에 적응시킨 자식들이나 적응시키지 않은 자식들이나 비슷하게 상향 조절되었다. 어째서 니코틴 해독 능력이 향상되려면 아비와 자식 모두가 니코틴에 노출되어야 하는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비슷한 경우가 모델 식물 Arabidopsis thaliana에서도 관찰된 바가 있는데, 이 식물이 염분이 많은 생활 조건에 견디는 능력은 부모와 자식, 2대에 걸쳐 소량의 염분을 가할 때만 향상되었다.

Vallaster et al.는 이어 이 효과가 니코틴에만 나타나는 것인지 확인했다. 쥐들을 짝짓기 전 니코틴 혹은 코카인에 노출시킨 후, 그 자식들을 같은 독소에 적응시키거나 다른 독소에 적응시킨 것이다 (그림 1B). 아비를 독소에 노출한 후 자식을 적응시킨 이 모든 조합에서 해독 능력은 더 높게 나왔다. 심지어 아비에게 니코틴과 니코틴 의존을 막는 약을 동시에 처리했을 때도, 자식에게 나타나는 효과는 동일했다.

이 발견은 특정 독소(이 경우 니코틴이나 코카인)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이 자식 대에서 더 높은 독소 저항성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유전 가능한 획득 형질이 아닌데, 왜냐하면 유전 가능한 획득 형질이라면 부모가 겪은 스트레스의 종류에 정확히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효과가 쥐의 2대, 3개까지 이어지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흥미롭게도, 독소에 대한 적응 이후 약 저항성이 향상된 것은 오직 수컷 자식 뿐이었다. 따라서 이 효과가 Y 염색체의 특정 유전자들과 관련되어 있는지, 아니면 X 유전자량 보상(X dosage compensation; X 염색체의 유전자들이 암컷과 수컷에서 다르게 행동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는지, 아니면 다른 설명이 존재하는지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끝으로, 니코틴이 간에서 유전자 발현에 미치는 영향을 더 높은 공간적/시간적 해상도로 살펴본다면 궁극적으로 독소에 대한 저항성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분자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by 로보스 | 2017/03/08 04:19 | |과학|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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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살아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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