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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겸 방명록입니다. '대문'이라고나 할까요.
이전에는 공지사항과 방명록을 따로 가져갔는데, 어차피 공지사항을 방명록 용도로 사용하는 분들이 많으셔서 굳이 나눌 필요가 없을 것 같더군요 :) 이전 공지사항, 방명록은 내려놓고 요 녀석으로 통합합니다. 저에게 할 말이 있으시면 이 글에 답으로 달아주세요. 이하는 짤막한 공지사항입니다. 1. 무례한 덧글은 예고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2. 허락 없이 글을 복사해가는 것은 허용하지 않습니다. 글을 퍼가실 때는 어디로 퍼가시는지 한 줄이라도 허락을 구하고 가져가시길. 사적으로 연락하길 원하시면 제 메일 lovos 골뱅이 네이버로 연락주세요. 3. 스팸 트랙백이 자주 달리는 글에는 트랙백을 막아둡니다. 혹시 트랙백을 하고 싶은데 막혀 있다면 답글을 달아주세요. 이 글은 항상 제일 꼭대기에 위치합니다. 최신글은 이 다음 글부터입니다. * 최종 수정: 2009. 6. 9. 어렸을 때는 갈릴레오를 존경했었다. 특히 그 엄청난 종교 권력 앞에서 굴하지 않고 쿨하게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니, 이건 너무 멋지잖아! 그러다가 대학 들어와서 과기역을 수강하면서, 갈릴레오에 대한 이 환상은 산산조각나고 말았다. 상세한 역사적 고찰을 통해 사실 갈릴레오가 상당히 "정치적"이었고 심지어 "비열"하기까지 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나 피사의 사탑 실험 등이 다 개뻥이라는 걸 배운 것도 그 때고. 이렇게 형성된 갈릴레오관(!)은 이 책을 읽기 직전까지 지속되었다. 얼마 전에 읽은 파이어아벤트의 책[1]에서도 갈릴레오의 방법론은 '과학적'이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오니까, 확신은 점점 강력해져 갔다.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난 지금, 솔직히 혼란스럽다. 이 책은 갈릴레오에 대해 "너무도 우호적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데 이 책이 허접하면 그냥 내 원래 생각을 고수할텐데 그렇지 않은 것이 문제다! 이 책의 저자는 예전에 감명 깊게 읽은 <해상시계>의 (공동)저자인 데이바 소벨로, 항상 엄청난 고증을 거쳐 책을 꼼꼼하게 써낸다. 이 책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510쪽에 달하는 엄청난 두께-_-에 촘촘하게 역사적 사실들을 쌓아두었다. 당연히 피사의 사탑 실험이나 "그래도 지구는 돈다." 등의 '틀린' 사실은 틀렸다고 순순히 인정하고 있으면서도, 여러 자료를 사용해 갈릴레오의 이미지를 '진리를 탐구하는 의지의 노학자'로 구성하고 있다. 갈릴레오... 좋은 사람일지도 몰라... 라고 쉽사리 인정해버리면 로보스가 아니지! 흠. 일단 이 책을 잘 살펴보면 갈릴레오에게 상당히 불리한 사료들도 전부 갈릴레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예컨대 메디치 가에 굽신거리면서 입신양명을 꾀한 것도 현명한 선택이라고 써놓았고, 로마에 압송되어 조사를 받을 때 보인 비굴한 태도도 갈릴레오가 독실한 가톨릭 교도여서 교회와 싸울 수 없어서 그랬다- 는 식으로 얼버무린다. 사실 사료라는 건 특정 대화나 행동은 보여줄지 몰라도 그 사람의 속마음을 보여주지는 않고, 또 사료가 1분 1초를 전부 기록하는 게 아니다보니 사건이 단속적으로 기록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어떤 부분은 그저 짐작으로 쓸 수 밖에 없는데, 작자의 사관이 어떠냐에 따라 이것이 좌지우지되는 것은 막을 수 없을 듯. 아마 이 책도 그런 한계를 안고 있는 것 아닐까? 하지만 한편으로 내가 갖고 있던 갈릴레오의 상 역시 왜곡되어 있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나는 갈릴레오를 저기 여의도 큰 집에서 싸움박질하는 사람들과 비슷한 급의 '정치인'으로 분류하고 있었거든. 하지만 확실히 갈릴레오는 '과학자'라는 것을 재확인했고, 그 인격 역시 (뉴 모 씨처럼) 파탄에 이르지는 않았음을 알았다. 특히 갈릴레오의 인간 관계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기에, 이 책에서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를 세밀히 묘사한 것을 보면서 꽤나 생각보다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 나의 생각은 그렇다. 내가 과기역 시간에 배운 것이나 파이어아벤트의 책에 실린 내용이 거짓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는 분명 '비과학적' 방법을 써서 자신의 주장을 확산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그 '주장'의 근거를 찾아낸 과정은 현대의 눈으로 봐도 제법 과학적이었고, 당시의 수준을 생각해볼 때 무척 창의적이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가 '비과학적' 방법을 사용한 것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의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한 것이고, 어쩌면 그것이 하나의 사상이 퍼져 나가는 '당연한' 메커니즘일 수도 있으니까. 교회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그는 독실한 가톨릭 교도였으면서도 교회의 가르침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일종의 '구도자'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그의 속마음을 알 수 없기에 짐작할 수 밖에 없지만, 아마 자신의 신앙적 지식과 과학적 지식 사이에서 하나를 딱 선택하는 대신 계속해서 갈등하며 고민했을 것 같다. 서평을 쓰면서 책 이야기는 거의 안 했네. 앞서 잠깐 이야기했지만, 이 책은 상당히 두껍다. 하지만 한 페이지에 들어가는 글자 수가 적어서 그리 빡세지는 않다. 나만 해도 출퇴근 시간만 이용해서 사흘 만에 다 읽었는걸. 또 데이바 소벨답게 꼼꼼한 사료 인용과 실감나는 묘사가 돋보인다. 다만 <해상시계> 읽을 때도 느꼈던 건데, 이 책 또한 그냥 펼치기만 하면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스타일의 책은 아니다. 조금 질긴 부분도 있다. 심지어 어떤 부분은 눈에 잘 안 들어와서 한참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두 권이 모두 이런 걸 보니 역자의 잘못보다는 저자의 잘못이 아닐까 싶다. 아, 번역은 전반적으로 괜찮은데 조금 이상한 게 있다. 책 초반에는 God을 전부 '하나님'으로 번역하다가 끝에 가면 '하느님'으로 번역한다. (내가 기독교인이라서 이런 쪽에 조금 민감한 것 같다 -_-;) 갈릴레오와 그의 주변인들은 전부 가톨릭 교도였으니 그냥 일관되게 '하느님'으로 번역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총평을 내리자면, 갈릴레오에 대한 전기로 훌륭한 책이다. 내 기억에 이 책이 서울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추천한 과학사 책 중 하나였는데, 충분히 그럴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위인전은 이런 책으로 읽어야지. 앞서 이야기했듯 저자의 사관이 편향되어 있다는 게 좀 아쉽다만, 완전히 객관적인 책이란 건 어차피 존재할 수 없으니까. 음 그러고보니 조금 치명적인 결점이 있다. 바로 절판되었다는 점이다 ;;; 하지만 구할 수 있다면 구해서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
내 이럴 줄 알았음.
내가 성경 해석에 대해 김규항 씨의 글을 반박했더니 어떤 분이 창조적 오독 운운하면서 나를 매도했다. 또 볼 사람도 아니고 그냥 무시하고 살아도 되겠지만, 혹시 내가 자기모순적 태도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실 분이 계실까봐 약간의 변명을 붙이려 한다. #1. 학적으로 엄밀한 글은 아니지만, 우선 이 글을 통해 '창조적 오독'이란 무엇인지 대해 한 번 생각해보자. 이 글에서는 오독을 '빈곤한 오독'과 '풍요로운 오독'으로 나누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이 분류를 따른다면 김규항 씨의 글은 빈곤한 오독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 글에서 "그러나 '작자의 의도'를 완전히 무시하고 언제나 '오독력'에 의지해서 책을 읽는 사람은, 무슨 책을 어떻게 읽어도 늘 독선적인 결론만 이끌어낼 가능성이 있다. 그것은 독자로서의 가능성을 편협하게 하는 독서법이다."라고 했는데, 김규항 씨는 자신의 고정관념, 즉 예수를 사회혁명가로 보는 관점에 매몰되어 성경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 이것은 그리 바람직한 해석법이 아니다. 원저자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는 파악하고 떠들어야 할 것 아닌가? 다른 비유를 들어 설명하자면, 해당 구절에 대한 김규항 씨의 해석은, 과학으로 치자면 양동봉이나 이재율 급의 해석이라는 것이다. 과학에는 잘 정립된 방법론이 있고, 그 방법론을 따라 연구를 해나가야 인정을 받을 수 있듯이, 성경 해석에도 잘 정립된 방법론이 있고, 그 방법론을 따라 해석을 해야 용인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의 연구와 같은 '창의적인' 연구도 과학적 방법론의 테두리 안에 있었던 걸 떠올려볼 때, 성경에 대한 '창의적인' 해석도 기존 성경 해석학의 테두리 안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규항 씨는 그걸 벗어났기 때문에 가치가 없는 해석이 되는 거고. 나를 비난한 분이 과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것이 유효한 반박이 될지는 모르겠다만, 여하간 그 역시 양보할 수 없는 '정립된 방법론'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2. 어떤 독자는 파이어아벤트의 인식론적 아나키즘에 감동받은 인간이 어떻게 저런 보수적인 글을 쓸 수 있느냐, 라고 되물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파이어아벤트에 관련해서 쓰다가 어느 글에선가도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나는 기독교 신자이기 때문에 완전한 아나키즘은 추종할 수 없다. 나는 성경이 영감으로 이루어진 신의 계시라고 믿고 있고, 따라서 성경 해석은 내 입장에서 상당히 중요한 일이 된다. '신의 가르침'을 풀어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성경을 해석함에 있어 성경의 필자와 그가 상정한 예상 독자들이 본문을 뭐라고 이해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당연한 것 아닌가?) 이런 내 입장에서 문맥과 전혀 동떨어진 해석을 하는 김규항 씨의 글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또한, 나의 반발이 정말 파이어아벤트의 프레임 안에서 용납될 수 없는 것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파이어아벤트는 하나의 특정 담론(그의 글에서는 '정립된' 과학)이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현상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한다. 특히 권력을 쥔 자들이 그 담론을 강요하는 상황은 더욱 옳지 않다. 그는 모든 담론들이 "링 위에서" 대등한 입장으로 치고 받고 할 때 건강한 학문이 자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렇다면, 내가 김규항 씨를 권력으로 찍어눌렀는가? 독자들에게 내 주장을 강요했는가? '성경 해석'이라는 링 위에서, 나는 김규항 씨와 대등한 입장에서 그의 글을 반박했을 뿐이다. 그게 잘못된 것일까? #3. 혹시 김규항 씨의 해석 방법론이 어떻든 그 결과물만 좋으면 된다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결과물'이 좋은지 안 좋은지 누가 평가하는가? 방법론을 제멋대로 내버려두면 결국 본문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닌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취하게 된다. 내가 원글에서 한국 개신교회 이야기를 덧붙였는데,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강해볼까 한다. 최근에 읽은 성경 해석학 책에서 많은 설교자들이 성경을 제멋대로 해석해서 성경의 원의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거기서 예로 든 것 중의 하나가 요한삼서 1장 2절의 해석인데, 본문은 다음과 같다. 사랑하는 자여 네 영혼이 잘됨 같이 네가 범사에 잘되고 강건하기를 내가 간구하노라 (개역개정, 요삼 1:2) 어떤 설교자들은 이 구절을 근거로 기독교인은 ① 영적인 성공 ② 세속적인 성공 ③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뭔가 안 느껴지는가? 그래, 이게 바로 '기복 신앙'의 근거다. 세속적인 성공과 건강을 열심히 구하라는 말이 여기서 출발하는 것이다. 내가 읽은 책에서는 이 성경 구절의 필자와 독자는 전혀 그런 의미로 본문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해석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애초에 무슨 교리를 설명하는 부분이 아니라 그냥 인삿말이잖아 -_- 이런 일은 설교자들이 본문에서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본문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보지 않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저런 해석이 옳은 것 같은가? 아니라면, 김규항 씨 역시 마찬가지로 옳지 않은 방법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은 위험하다. #4. 마지막으로 그럼 내가 김규항 씨의 오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밝히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나는 김규항 씨의 해석이 "전혀" 의미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것 역시 어떤 사람들에게는 깨달음을 줄 수 있을는지 모른다. 하지만 (기독교인에게 중요한 작업인) 성경의 원의를 밝혀내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기독교인으로서 성경의 원의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김규항 씨를 반박했을 뿐이다. 이 글에서 논한 것은 기본적으로 성경의 원의가 중요하다는 것을 그 배경에 깔고 있으므로, 이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 글도 그저 뻘글 배설로 보이겠지. (그런데 원의를 따지지 않는다면 도대체 텍스트가 왜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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